50대 이상 영세 자영업자들은 한국사회의 가파른 고령화 추세와 경제구조 변동을 고스란히 담은 리트머스 시험지이자, 한국사회의 나아갈 길을 묻는 지표 집단이 되었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지적하는 언론보도와 전문가들의 정책조언이 등장한 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베이비부머 1세대(1955∼1964년 출생 집단)의 은퇴가 가져올 사회적 효과에 대한 논의도 간간히 있었다.

하지만 이 두 흐름이 하나로 결합되어 만들어진 '고령 영세자영업자 의 증가'가 가져올 사회적 충격은, 단순히 자영업이라는 직업집단이나 고령층이라는 연령집단의 문제가 아닌 한국사회의 가까운 미래를 설명할 핵심화두가 될 전망이다. 이제라도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적 관심이 시급하다.

2000년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에서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3.7%, 60세 이상은 4.7%로 50대 이상의 비율은 18.4%였다. 그리고 20대 취업자는 당시 60세 이상 취업자의 4.5배에 이르는 21.2%였다. 2016년 50대 취업자 비중은 21.5%, 60세 이상 취업자는 14.8%로 증가해 50대 이상 취업자는 전체 취업자 중 36.3%를 차지한다. 2000년의 꼭 2배다.

반면 2016년 20대 취업자는 60세 이상 취업자보다도 적은 14.3%에 불과한 상태다. 출산율, 고령화 속도, 고용시장 비정규직 비율, 임금노동자의 고용시장 퇴출 연령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이런 추세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그리고 50대 이상 취업자 증가의 고리에 놓여 있는 집단이 영세자영업자들이다. 고용시장에서 이미 퇴출되었지만 다시 진입할 기회를 갖지 못한 베이비부머 1세대들이 사업자대출, 가계대출을 받아 자영업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전체 자영업자 가운데 50대 이상 연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57.3%다(국회예산정책처 자료). 2016년 3/4분기 이래 자영업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 이들이다.

현재 5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을 형성하고 있는 베이비부머 1세대들의 자영업시장 진입 행렬이 끝나면 좀 나아질까? 아니다. 그 뒤에는 베이비부머 2세대(1965년∼1974년)들이 기다리고 있다. 고령 영세 자영업자집단의 증가추세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중장기 구조적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이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시도한 지도 10여년이 지났다. 대표적인 정책이 자영업자 사회안전망 일환으로 추진되어온 실업급여 제공이다. 2006년부터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으로 직업훈련 지원 제도를 도입했고, 2012년부터는 적용범위가 제한적이긴 했지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으며, 작년에는 사실상 1인 자영업자인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되었다.

그러나 지난 시기 정부 정책의 진전속도는 문제의 심각성을 따르지 못하고 뒤쳐져 있었다.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과 실업급여 제공 제도가 도입된 지 6년차이지만, 여전히 가입률은 극히 미미한 상태다.

이번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10인 미만 자영업자 2명 중 1명은 이런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제도를 알고 있는 사람 10명 중 9명 가까이는 자격이 없어서, 여력이 안 되어서,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등의 이유로 미가입 상태로 확인되었다. 자격이 없거나 도움이 안 될 같다는 건 제도개선의 지점으로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고, 여력이 안 되는 경우엔 고용보험료 재정지원이 효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2018년 정부 예산안에 1인 영세자영업자의 고용보험료 지원을 위한 예산이 처음으로 반영되었다고 한다. 작년에도 영세자영업자 고용보험료 지원 예산의 반영을 두고 논쟁이 있었으나, 결국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논리에 밀려 반영이 되지 못했다. 올해 국회 논의를 지켜볼 일이다. 분명한 건, 고령 영세자영업자의 문제가 '도덕적 해이'라는 개인적 수준에서 고려될 문제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집단적으로 대처해나갈 수밖에 없는 문제가 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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