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명성·책임성 강화 …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주가 상승 견인

내년 하반기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 도입시 주주권 행사 본격화 기대

2017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경제민주화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사회적 성과가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강조되면서 '착한 기업'과 '사회책임투자'가 주목받았다. 지난해 말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가 첫발을 내딛은 후에도 한동안 움직임이 없던 기관투자자들은 새 정부 출범 후 본격적으로 도입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사회책임투자 펀드를 잇따라 출시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성화되면 국내 기업과 증시 저평가 요인이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은 높아지고 자본시장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 제고, 주주환원 정책 확대, 배당수익률 상승으로 증시의 추가 상승도 예상했다.

◆70개 기관투자자 스튜어드십코드 참여·준비 중 = 28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한 자산운용사는 15곳, 자문사 2곳으로 모두 17곳이다. 연기금은 한 곳도 없다. 다만 현재 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곳은 자산운용사, 증권, 보험, 은행, 자문사를 포함해 모두 53곳에 달한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신한BNPP자산운용은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위원회가 제정한 기관의 수탁자 책임 원칙 7개를 모두 채택하고 모든 펀드에 적용하겠다고 전일 자사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신한금융그룹 금융계열사 중 처음이다.

민정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건전한 고객자산의 관리와 투자이익 극대화를 위한 책임투자를 강화하는 기초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수탁자 책임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한 역량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내년 하반기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주요 연기금도 2019년에 도입할 예정이다. 이들 공적연기금은 민간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기관을 우대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향후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 기업 지배구조공시 도입 = 한국거래소는 올해 처음으로 기업지배구조 공시를 도입했다. 상장사가 지배구조 모범 규준의 핵심 항목 12가지를 준수하는지 자체 평가해 보고서를 내놓는 것으로 투자정보 제공 확대와 기업경영 투명성 강화 등을 위해 거래소가 도입한 제도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제출을 통해 기업지배구조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 제고 및 지배구조 관련 대내외 평가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자율공시로 의무제도는 아니면서 실제 공시한 기업은 전체 대상기업의 9.6%에 그쳤다. 연초 지배구조연차보고서를 이미 공시한 금융회사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4.4%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나마 미준수 사유에 대한 내용도 형식적 설명에 그치고 있어 공시를 이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의 소리도 높았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공시참여 상장사 수가 적은데다 미준수 사유 설명이 형식적인 점 등 공시내용이 부실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일정 규모 이상 또는 주식이 많이 분산된 기업에 대해서는 지배구조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부터 기업이 자율적으로 공시하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기업 규모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계획이다. 또 기업지배구조 핵심요소를 실질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감사위원회 구성 여부 등 형식적 평가 위주에서 활동 내용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 증가 기대 = 기업지배구조개선과 사회책임투자가 활발해지는 것에 대해 시장의 기대감도 큰 편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그동안 증시 상승의 발목을 잡아왔던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성화되면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해소 및 배당성향 증가가 예상되며 이로 인해 한국증시 디스카운트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는 내년부터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적극적인 주주참여 활동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관투자자들은 기업과 건설적 대화를 통해 기업의 성장을 함께 고민하고 비합리적인 배당 정책을 개선하기 위한 의결권 행사 등 기업의 체질 개선에 도움을 줄 전망"이라고 기대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적극적인 주주 환원정책과 소액주주권리 확대라는 측면에서 지주회사의 현금흐름 개선 및 실효 지분율 상승을 견인하고 지배구조상 할인요인을 해소시켜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영국(5%→ 4%), 일본(6%→5%), 대만(8%→6%) 증시의 COE(요구수익률)이 하락했다는 점을 보면 디스카운트 요인이 완화됐다고 판단한다"며 "국내 증시 COE는 10%(10.5%)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을 발판으로 주주 중심의 경영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디스카운트는 완화되고, 프리미엄은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7년 증시 결산' 연재기사]
① 새정부 기대감에 새 역사 쓴 증시│ 코스피·코스닥 박스권에서 벗어났다 2017-12-27
② 착한기업·사회책임투자 활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SRI(사회책임투자)펀드 출시 잇따라 2017-12-28
③양극화 심화│ 대형주 25% 상승 … 소형주 1% 하락 2017-12-29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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