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주 시총 비중 1.5%p, 0.6%p 감소 … 반도체·IT·바이오 업종 쏠림 현상 심해져

올해 국내 증시는 반도체·IT업종 활황에 힘입어 최대 상승률을 보이며 코스피·코스닥 모두 박스권을 벗어났다. 하지만 대형주와 소형주의 증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반도체·IT업종 중심의 쏠림현상도 더 심해졌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특정 몇 개 업종과 대형주들에 의해 주가가 견인되고 있는 상황은 증시발전에 한계라고 지적했다.

2017년 증권 파생상품시장 폐장식 │한국거래소는 28일 부산본사(BIFC)에서 각 계 주요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7년 증권 파생상품시장 폐장식을 개최했다. 폐장신호식 부저 인사 앞줄 왼쪽부터 정지석 코스콤 사장, 이병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김영환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김학수 금융위원회 증선위원, 박인호 부산경제살리기 시민연대 상임의장,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 사진 한국거래소 제공


거래대금 늘었지만 거래량 9% 줄어 =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7년 마지막 증시 거래일인 28일 코스피 지수는 2467.49에 장을 마치며 연초 대비 21.8% 상승했다. 7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피 상승률은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 6위를 차지했다. 올해 G20 중 12개국 증시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서도 코스피 상승률은 주요국 증시 대비 상대적 강세를 기록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개선세에 기반한 수출증가와 국내기업의 실적호조 등에 따른 양호한 증시 펀더멘털 부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시가총액은 1606조원으로 전년대비 298조원 증가했다. 대형주 강세와 대형기업의 IPO(기업공개)가 지속되면서 올해 공모규모는 4.4조원으로 2010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대형주 주가는 올해 연간 24.6% 상승하며 2년 연속 강세를 나타냈다. 반면, 중형주는 9.8% 증가에 그쳤다. 소형주는 오히려 1.0% 하락했다. 이에 대형주 시총 비중도 1253조원(78.0%) 전년 대비 244조원(0.9%p) 증가한 반면, 중소형주 비중은 각각 1.5%p, 0.6%p 줄었다. 대형주와 중소형주간 격차는 더 커진 것이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늘었지만 거래량은 줄었다. 대형주 중심으로 거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5조3300억원으로 지난해 4조5200억원 대비 8100억원(17.9%) 늘었다. 반면 거래량은 3억4000만주로 지난해 3억8000만주에서 9.0% 감소했다. 실제 시총 규모별 일평균 거래량을 보면 대형주는 29.6% 늘어난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10.0%, 17.2% 감소했다.

투자자별로 보면 코스피 시장은 2년 연속 외국인 잔치였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해 11.3조원을 순매수한데 이어 올해는 6.6조원을 순매수하며 시장상승을 주도했다. 반면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은 각각 4년, 9년째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반도체 위기 시 대안 없어 = 업종별로는 실적개선 대형 경기민감주 중심으로 상승세가 나타났다.

코스피 산업별 지수 총 21개 중 의약품(62.9%), 전기전자(45.4%) 및 증권(27.7%) 등 16개 업종지수는 상승했다. 반면 종이목재(-17.6%), 전기가스(-11.7%) 등 5개 업종은 하락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개선 및 수출증가 등으로 전기전자 등 대형 수출주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고 실적부담 업종은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출 성적이 70% 이상 증가하는 등 전기·전자 업종 위주로 실적 개선세가 나타났고 전 세계적으로도 IT 업종 관련 종목만 눈에 띄게 주가가 올랐다.

그러다보니 대형주와 반도체 업종으로의 '쏠림'이 빚어졌다. 반도체 업종에서도 삼성전자 등 대형주만 강세를 보이고, 대형주에서도 반도체 관련 업종만 웃었다. 올해 코스피 상승분 중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한 비중이 40%에 해당했다. 시장 전체가 반도체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지됐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취약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는 과소-과잉 생산이 반복돼 가격의 변동이 크고 기복이 심한 업종"이라며 "IT 이후의 대안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국내 경제는 의외로 큰 변동성을 겪을 수도 있고 이 부분은 주식시장에 만만치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책적 지원 및 시장 노력을 통해 다양한 업종에서 성장기업을 발굴하고 키워내야 우리 증시의 질적 개선까지 이룰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코스닥, 제약·바이오업종 시장상승 견인 = 코스닥지수는 작년 말보다 26.4% 오른 798.42로 장을 마쳤다. 연중 최고치 기록이며 10년 만에 가장 높은 종가로 한 해를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282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은 올 한 해 40.3%나 증가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는 잇따른 우량기업의 상장과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코스닥 시장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가파른 지수 상승을 주도한 것은 시총 상위 바이오주였다. 바이오 종목이 속한 기타업종(+68.16%)과 제약업종(+59.33%)은 각각 코스닥 업종수익률 1,2위를 차지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사 중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 티슈진, 메디톡스, 바이로메드, 휴젤 등 7개사가 바이오·제약 업종이며, 이들의 시총은 전체 시장의 21%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 내 비중이 커졌다.

하지만 일부 바이오 종목이 급등세를 타면서 과열·거품 논란이 뒤따랐다. 일례로 하반기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신라젠의 주가는 지난달 21일 종가기준 13만1000원을 기록한 이후 한 달 만인 지난 21일 7만5600원으로 42.3%까지 떨어졌다가 28일 9만3500원(-28.6%)선으로 하락폭이 소폭 줄었다. 이 같은 하락세는 실적에 비해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데 따른 부작용이라는 평가다.

['2017년 증시 결산' 연재기사]
① 새정부 기대감에 새 역사 쓴 증시│ 코스피·코스닥 박스권에서 벗어났다 2017-12-27
② 착한기업·사회책임투자 활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SRI(사회책임투자)펀드 출시 잇따라 2017-12-28
③양극화 심화│ 대형주 25% 상승 … 소형주 1% 하락 2017-12-29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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