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나와 '기능성간편식' 창업 … 4년만에 직원 2명→32명

최근 창업붐이 일고 있다. 올 상반기 벤처투자액은 1조6149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창업 3~7년 이내 기업에 흘러간 투자액이 5802억원이다. 전년과 비교해 98.9% 증가했다. 정부가 창업을 독려하자 엔젤투자(창업초기기업에 대한 개인투자) 창업투자회사 액셀러레이터들이 늘어난 것이 벤처투자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내일신문은 청년들의 창업도전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싣는다.

대학생시절부터 취업보다는 창업을 목표로 한 청년들이 있었다. 여러번 창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자본부족과 경험 부재가 원인이었다.

대학에서 같은 학과 친구였던 이들은 자본을 만들고 경험을 채우려 대기업에 입사했다. 3년후 대기업을 박차고 나왔다. 3년간 모은 8000만원으로 창업에 도전했다.

회사를 설립하고 기능성간편식 만들기에 나섰다. 첫제품 '랩노쉬'(LabNosh)는 인기를 끌었다. 창업 3년째인 지난해 47억원 매출을 올렸다. 2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창업 4년만에 32명으로 늘었다.

이그니스와 박찬호 대표의 창업이야기다.

창업 4년만에 '랩노쉬'로 식품업계에서 주목받는 박찬호 이노시스 대표. 사진 이노시스 제공

1985년생인 박 대표는 미국에서 사업 아이템을 얻었다. 대우인터내셔널에 입사해 신사업개발팀에 근무하던 그에게 '소이렌트'(Soylent)가 눈에 들어왔다.

소이랜트는 식사시간이 부족한 미국 실리콘밸리 프로그래머들이 찾는 식사대용 간편식이었다. 소이렌트와 같은 간편식이 미국이나 유럽만이 아니라 아시아시장에서도 전망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창업 후 박 대표는 공동창업자인 친구와 학습에 몰입했다 경제학과 출신으로 식품에 문외한이었던 이들은 해외 레시피(조리법)들과 식품서적을 탐독하며 시제품 제작에 들어갔다. 1년만에 '랩노쉬'(LabNosh)를 출시했다.

'랩노쉬'는 실험실을 뜻하는 '랩'(Lab)과 식사라는 '노쉬'(Nosh)의 합성어로 '진보적인 식사'를 의미한다. 400ml 병에 허니-콘, 블루베리 요거트, 그린 씨리얼 등 7가지 맛의 분말이 85그램 정도 들어 있다. 물만 담아 흔들어 마시면, 단백질은 하루권장량의 45%, 비타민은 30% 정도를 섭취할 수 있다.

국내에 처음으로 CMR(간편대용식)시장을 연 것이다. CMR은 가정에서 쉽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과는 달리 원물 그대로를 가공해 만들어 조리과정 없이 바로 섭취하는 식사대체식품이다,

박 대표는 "공부해보니 국민소득 수준에 따라 식품시장이 변화한다는 것을 알았다. 선진국에서 식사대체식품시장이 확장되고 있어 5년 후면 한국에도 시장이 열릴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의 판단대로 랩노쉬는 20∼30대 젊은 여성층을 시작으로 호평이 이어졌다. 기능성에 중심을 둔 미국 소이렌트와는 달리 랩노쉬는 기능성과 함께 한국인 입맛에도 맞췄다. 용량과 제품을 다양화했다.

기쁨도 잠시 생산자금이 부족했다.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보이자 초기 생산자금이 많이 필요했던 것.

이때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 지원으로 난관을 극복했다. 2016년 시장가능성을 믿어준 클라우드펀딩을 통해 1억3000만원을 조달했고, 청년전용창업자금도 1억원 지원받았다.

청년전용창업자금을 지원받으면서 함께 이루어진 회계 재무 인사 같은 전문분야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2017년 중기부와 중진공은 랩노쉬에서 죽 즙 두유 등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확대, 신규 인력확충을 위해 10억원(투융자복합금융-성장공유형)을 추가로 지원했다. 올 1월에는 창업기업지원자금(1억원)을 또 지원받았다.

회사성장은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자금지원이 이뤄졌기에 가능했다.

박 대표는 "정부지원은 창업초기에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됐고 회사 성장기반을 만들어줬다. 스타트업들이 사업에 집중하도록 자금집행에 있어서도 간섭을 최소화 해줬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회사가 성장하자 지난 6월에는 7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투자에는 미래에셋캐피탈을 비롯한 국내 유수의 벤처캐피탈과 흥국에프엔비 등 전략적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이노시스는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제품군을 현재 23종에서 100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마케팅도 적극 추진해 기능성간편식시장 선두 브랜드로 입지를 다진다는 전략이다.

박 대표는 회사성장에 따른 직원보상도 고민하고 있다. 현재 32명 직원 중 13명을 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한 이유도 부족한 복지를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박 대표는 "기능성간편식시장에 대기업들도 뛰어 들고 있어 회사성장 방향에 관심을 더 두고 있다"면서 "앞으로 아시아 최고 기능성간편식 기업으로 키워 성장을 직원들과 나눌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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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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