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개혁필요 제기

"인재 발탁 어려움" 토로

고교서열화 등 재차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청문회와 교육 분야의 개혁 필요성을 제기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8.9개각'에서 지명된 장관급 인사 대상자 7명에 대해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다. 문 대통령이 직접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한 만큼 근본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조 장관 등 7명의 장관 및 장관급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기존 인사청문회 제도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노영민 비서실장과 조국 장관의 만남 | 노영민 비서실장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장 수여식 전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문 대통령은 "이번 인사 대상자 중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 한 명에 대해서만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 받았을 뿐 외부 발탁 후보자 6명에 대해서는 끝내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받지 못했다"면서 "(인사청문회가) 국민 통합과 좋은 인재 발탁에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는 답답함을 토로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8.9개각 장관 후보자 중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것은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이 유일하다. 김 장관 외에도 청문회에서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후보자가 적지 않았지만 조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공방에 묻혀 청문보고서는 채택되지 못했다. 이번 인선으로 문재인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은 16명에서 22명으로 늘었다.

이처럼 인사청문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데에는 지나치게 정쟁을 앞세우는 국회에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판단이다.

그는 "헌법상 국회의 동의를 요하지 않고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는 각 부처 장관과 장관급 인사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치도록 한 취지는 청와대의 자체 인사검증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국회와 함께 더 살펴봄으로써 더 좋은 인재를 발탁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가 제도의 취지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나타난 후보자와 그 가족에 대한 과도한 신상털기식 검증, 무차별적 의혹 제기 등의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또 "개혁성이 강한 인사일수록 인사청문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표적 검증'의 문제도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1일 아세안 3국 순방길에 오르면서도 "좋은 사람을 발탁하려고 청문회 제도가 도입됐는데 이것이 정쟁화하면 좋은 사람을 발탁하기 어렵고 실제로 고사한 경우도 많았다"고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인사청문 제도의 개선 의지를 시사한 만큼 여당을 중심으로 입법을 통한 개선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5월 취임 2주년 특집 대담에서 미국식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우선 비공개로 후보자의 도덕성을 검증하고 공직자 자격이 있다고 판단되면 공개적으로 능력과 정책역량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회 인사청문회가 인사 검증이 아닌 개혁적 인사의 임명을 막기 위한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문제제기에 공감한다"며 "변질한 인사청문회 기능을 바로 잡아 좋은 인재를 등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교육 분야 개혁 의지도 밝혔다. 그는 "국민을 좌절시키는 기득권과 불합리의 원천이 되는 제도까지 개혁해 나가겠다"며 "특히 교육개혁 분야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고교서열화'와 '대학입시의 공정성'을 지목하면서 "기회의 공정성을 해치는 제도부터 다시한번 살피겠다"고도 했다.

조 법무부 장관 검증과정에서 문제가 된 자녀 입시특혜 의혹 논란 등이 불합리한 제도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차제에 교육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 3국 순방 전에도 "대학입시제도 전반에 대해서 재검토를 해 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교육제도 개혁을 재차 강조함에 따라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교육신뢰회복을 위해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왔다"며 "고교 서열화 해소와 대학입시의 공정성 강화 등을 통한 기회의 공정성을 뒷받침할 개혁안을 신속히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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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장세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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