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힘 싣고 '바꿔라' 요구 … 3년만에 지지율 제자리, '정치력 부재' 극복해야

촛불항쟁 3년,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촛불항쟁 이후 인식변화를 추적한 2019 내일신문 창간 특별기획조사에서 국민들은 정치권이 촛불항쟁의 취지와 목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촛불항쟁이후 정치권의 변화에 대해 '나아졌다'(20.3%)보다 에 '비슷하다''나빠졌다'(43.8%+33.8%)고 답했다. 정치개혁을 주도 했어야 할 민주당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집권여당이 촛불민심의 요구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는 평가로 비치기 때문이다.

서울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뉘어 열리는 2019년판 촛불은 정치갈등의 단면이다. 이번 내일신문 창간특별조사에서 국민들은 '현 정부의 정치갈등 책임소재'에 대해 37.2%가 자유한국당을 지목했고, 33.5%가 대통령을 꼽았다. 민주당(11.1%)을 포함하면 10명 중 4명이 집권세력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개혁 기대감,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 올 10월 첫 주 민주당은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도 조사(정례조사,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37%를 기록했다. 촛불항쟁으로 치러진 지난 2017년 5월 대선 직전(7~8일. 35%) 수준과 비슷하다. 여전히 야당보다 우위에 있지만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 직후 56%의 지지도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낙폭이 크다. 80%를 넘나들던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에 대한 긍정평가도 42%로 내려와 대선 득표율 수준과 비슷해졌다. 과반에 가까운 국민이 지지를 거둔 셈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16년 국정농단에 휘말린 정부를 끌어내린 촛불민심은 정치권을 향해 촛불항쟁의 원인이 됐던 '적폐' 해소를 요구하며 힘을 실어줬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전국단위 선거인 2018년 6월 지방선거 결과가 상징적이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82% 기초단체장 67% 광역의원 82% 기초의원 55%를 차지하며 창당 후 최대규모로 몸집을 키웠다.

촛불정부를 자임한 민주당정부에 개혁 과제를 안기는 대신 전폭적 지지로 보낸 것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에) 촛불항쟁 전과 후의 가장 큰 변화는 비주류 정당에서 명실상부한 메이저리티(다수·주류) 당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3년의 집권 성과 묻기 시작한 국민 = 정치세력에 대한 기대감의 지속성은 정치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성과 유무에 달려있다.

문 대통령도 취임 1주년을 넘기면서 "정책적 성과로 국민 요구에 답해야 한다"며 당청의 분발을 촉구했다. 집권세력으로 걸맞는 능력을 보여줬느냐로 평가 받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개헌과 권력기관 개혁, 최저임금과 주 52 시간제, 일자리·비정규직 해법, 남북관계 개선 등 굵직한 정책이슈를 제기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국민의 찬반 평가는 다양했고 당정청의 치밀한 사전대응과 보완책이 필요했다. '제도'로 바꾸는 입법화를 위해선 정치복원을 통한 협치구조가 필수사안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개헌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그나마 공수처 설치 등 사법개혁 과제와 선거제 개편 등을 패스트트랙에 올렸으나, 10월 현재 20대 국회의 법안처리율은 28%에 불과하다. 16대 국회 이후 역대 최저수준이다. '싸우는 국회'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검찰개혁 등 기득권의 반발을 깨야 하는 개혁과제도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집권임기 중반을 넘기고 있다. 국민들이 집권당에 정치갈등의 책음을 묻고 있는 이유이다.

◆촛불 에너지 수용할 능력 의문 = 광장의 요구를 정치영역으로 끌고 오기 위한 여권의 정치력 부재가 도마 위에 자주 오른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대통령은 촛불광장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이들의 요구를 이행해야 한다는 강박이 컸다"면서 "당은 이런 요구를 어젠다로 만들어 제도적으로 진화시켜야 했는데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광장의 목소리를 따라 외치는데 급급했다는 것이다. 집권당 내부에 광장의 강력한 에너지를 수용할 능력이 있느냐의 문제와 연결된다. 특히 국민적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방선거 직후' 시기를 주목했다. 그는 "탄핵을 성사시킨 입법연대·다수파 연대를 복원해 개혁제도와 민생문제로 정치의 물꼬를 돌렸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서초동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자성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3년간 사법개혁을 국회 안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광장의 촛불에 의지하는 듯한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검찰개혁 요구를 정치개혁·국회개혁의 길로 연결해 정당의 틀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경쟁하는 것이 촛불민심을 제대로 수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가 제 몫을 못하니 국민들이 직접 나서는 것"이라며 "특히 제도권 정치의 수단인 협상과 대화는 권력을 가진 여당과 청와대가 권한을 나누거나 내려놓는 데서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내일신문 조사에서 유권자의 71.7%는 '정부가 당면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무능 할 때' 촛불을 들겠다고 답했다.
 

 

[관련기사]
한국 민주주의 나아졌으나 정치권은 후퇴
[내일신문 창간26주년 기획 | 촛불 3년,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민주주의 지지, 촛불 때만큼 강하다
촛불 경험, 여전히 한국사회 가른다
'촛불혁명' 용어 사용 거부감 늘었다
10명 중 7명 "탄핵 적절했다"
[내일신문 창간26주년 기획 | 촛불 3년,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꿨나-정치권과 촛불 - 민주당·한국당에 끼친 영향] 촛불민심 수용할 집권능력 못 보여
탄핵 후 3년, 멈춰선 '한국당 시계'
[대통령 국정지지도 논란에 대하여] 조사 방식 달라 단순비교는 곤란
'잘 모르겠다' 문항 없는 국정지지도 조사의 비밀

[내일신문 창간26주년 기획] 촛불 3년,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연재기사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이명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