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에도 존립할 회사 '도요타 현대차 벤츠 GM' 순

미래차 경쟁력은 '공유-전기차-자율주행차' 결합이 핵심

세계 자동차산업이 큰 변화를 맞고 있다. 경기둔화로 신차판매가 감소하고,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자동차로 산업구조가 바뀌고 있다. 특히 테슬라 구글 등 ICT기업들이 미래자동차 산업을 주도하는 양상이다. 내연기관차를 주력으로 하던 세계 자동차기업들은 대전환기에 직면했다. 한국 자동차산업도 변화의 큰 파도에 맞서 운명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내일신문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3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국내 자동차전문가들은 미래자동차 트렌드는 친환경이라고 규정하면서도 내연기관차의 대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분위기와 사뭇 다른 양상이다.

2일 '내일신문'이 국내 자동차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래차의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 10명이 '친환경성'을 꼽았다.

이어 편의성 6명, 이동성 3명, 에너지효율성 1명 순으로 응답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생산라인. 사진 현대자동차 제공


◆신흥국이 내연기관차 판매 견인 = 글로벌 시장에서 10년 후인 2030년 가장 많이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는 '내연기관차'라고 응답한 사람이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친환경차인 전기차와 수소차는 각각 7명, 1명 등 총 8명으로 내연기관차 응답자에 미치지 못했다. 내연기관차와 친환경차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온 하이브리드차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답변한 사람도 2명 있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내연기관차의 신규 판매가 5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은 11~15년 이후라고 대답한 사람이 9명으로 집계됐다. 16~20년 이후와 20년 이후라고 전망한 사람은 각각 4명이었다. 5년 이내라고 답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으며, 6~10년이라는 응답은 3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친환경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내연기관차 중심의 현재 구조가 쉽게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대목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비자 가치가 친환경을 중시하는 건 명백한 사실"이라며 "선진국은 이런 흐름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신흥국에선 여전히 내연기관차가 강세를 보여 글로벌 시장에선 내연기관차 판매가 상당기간 주류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현 완성차업체 생태계에 익숙하거나 자의반 타의반 연구프로젝트 등에 참여하다보니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래 가장 경쟁력있는 브랜드 '도요타' = 미래에 가장 경쟁력 있을 것으로 보이는 글로벌 자동차브랜드는 도요타가 6명으로 가장 많았고, 테슬라 5명, 폭스바겐 3명, GM 2명이었다. BMW와 구글이라는 응답은 각 1명씩이었고, 2명은 응답하지 않았다.

허남룡 한국자동차연구원장은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에서의 오랜 경험으로 전기차 부문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며 "수소차의 경우 현대차보다 조금 늦게 출발했지만 지금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내에서 상대적으로 혼다와 닛산이 쳐지고 있는 상황이라 도요타로 인력과 자본 집중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자동차업체 중 2040년에도 존립이 예상되는 회사를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는 도요타가 17명으로 역시 1위를 차지했다. 가장 경쟁력있는 브랜드에서 한표도 얻지 못했던 현대차는 16명이 존립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며 2위에 이름을 올렸다.

GM과 벤츠는 각각 15명이 응답해 공동 3위에 올랐고, 4위 폭스바겐(12명), 5위 BMW(11명)였다. 르노는 7명, 포드와 혼다는 각각 6명이 꼽았고, 테슬라와 BYD를 선택한 사람도 각각 5명에 달했다.

폭스바겐을 선택한 사람은 노사협력문화, 산학연 기술공동체 기반, 전기차업체로의 변신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BMW는 전기차 등 라인업이 확대돼 있고, 수소차 잠재력이 크며, 세계 최초로 탄소섬유로 차체를 만드는 등 기술혁신도가 높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테슬라' 평가는 찬반 엇갈려 = 테슬라는 미래 가장 경쟁력있는 브랜드로 꼽은 사람과 2040년 존립 가능한 회사로 지목한 사람이 각각 5명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테슬라는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로 보기보다 플랫폼 회사, 미래 모빌리티 회사 등 업(業)이 다른 형태로 분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에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이사는 "테슬라의 자동차사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자동차는 첨단기술이 연속되는 혁신산업이 아니라 소비자니즈에 맞게 변화하는 현실적인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보다 앞서가면 오히려 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율차 상용화 "11~15년후" 전망 =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렸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우리나라 일반도로에서 상용화될 시기는 향후 11~15년 후라고 전망한 사람이 9명으로 가장 많았다. 6~10년 후 6명, 16~20년 후 3명이었다.

아울러 2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 2명과, 5년 이내로 전망한 사람이 한명도 없던 점을 고려하면 자율차 상용화에 상당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자율차가 우리나라 일반도로에 상용화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 3가지를 제시해 달라고 물은 주관식 질문에는 기술력 확보(기술개발)와 인프라 구축(실증테스트 기반 구축)이 각각 11명, 10명에 달했다.

이어 법·제도 개정 8명, 사회적 수용(신뢰 향상) 7명이 그 뒤를 이었다.

규제완화와 보험체계 구축이라는 응답도 각각 3명이었고, 인력양성, 고용량 무선네트워크 제공, 기업간 협업, 가격, 정부지원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이사는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모빌리티 플랫폼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며 "구글의 경쟁력이 왜 높은 지 생각해보면 된다. 모빌리티 플랫폼을 만드는 데는 자율주행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다. 이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차 핵심기술 개발 절실 = 전문가들은 현대자동차의 미래경쟁력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기보단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미래시장 준비정도를 5점척도(5점 대단히 잘함, 0점 대단히 미흡함)로 물은 결과 10명이 3점을 주었고, 4점 5명, 5점 만점 1명으로 80%(16명)가 3점 이상으로 평가했다. 2점은 3명, 1점은 1명이었다.

현대차에게 유일하게 5점 만점을 준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수소차는 앞서가고, 전기차는 다른 브랜드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자율차는 다소 뒤져있었지만 엑티브와 합작으로 경쟁사와 동등해졌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문영준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는 그동안 선행기술 개발과 인력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 모든 기술분야에서 뒤쳐져있다"며 "지금도 다수 기술 및 핵심인력이 외국기업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최대 현안 및 과제에 대해서는 미래차 핵심기술개발이라고 답한 사람이 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노사관계 개선 6명, 4차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인력 양성 4명, 연구개발 확대 1명 순이었다.

임은영 삼성증권 선임연구위원은 "미래차는 공유-전기차-자율주행이 결합된 것인데, 한국에선 각각의 기술로 이해하면서 정책이 개별기술에 맞추어져 있다"며 "세가지 기술이 결합되지 않으면 비용이 하락할 수 없고, 수요가 증가하지 않으며 기업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품업체 설문조사 어떻게 했나

부품업체 설문조사는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노비즈협회)·벤처기업협회와 함께 2019년 12월 9일부터 20일까지 부품업체에 이메일로 설문지를 보내 답변 받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한 업체는 이노비즈협회와 벤처기업협회 회원사 중 자동차부품업체 74곳이다. 이들은 이노비즈와 벤처 인증을 획득한 혁신형 중소기업이다.

업력으로 살펴보면 10년 미만 28개사, 10~20년 미만 26개사, 20~30년 미만 14개사, 30년 이상 6개사다. 매출액으로는 10억원 미만 10개사, 10억~50억원 미만 21개사, 50억~100억원 미만 12개사, 100억~500억원 미만 19개사, 500억~1000억원 미만 6개사, 1000억원 이상 6개사다.

전문가 설문조사 누가 참여했나

강건용 자동차공학회 회장(한국기계연구원 부원장),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이사,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 김용진 자동차산업학회 회장(서강대 교수),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이사, 김재환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연구위원, 김진국 컨슈머인사이트 사장, 김필수 대림대 교수, 문영준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성욱 한양대 교수, 서재형 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팀장, 이백행 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 이상현 IBK투자증권 선임연구위원,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임은영 삼성증권 선임연구원,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신성장산업연구실장,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허남룡 한국자동차연구원장, 허진 인천대 교수 (이상 20명,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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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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