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대비 노인일자리 강화

"기업 참여 속 민간 고용 확대해야"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노인인구가 전체의 20%) 진입을 앞두고 행복한 노후를 위한 사회환경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 지 오래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은 또 높은 자살률을 낳고 있다. 만성질환에 시달리지만 각자 알아서 자신의 건강을 챙겨야 하는 저급한 건강관리시스템, 그리고 가족이나 동네 공동체와 단절되고 텔리비젼 앞에서 무료하게 지내는 생활은 우리나라 노인들이 '우울하고 불행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행복한 노후 만들기라는 시대의 뜻을 모아 기획한다. <편집자주>

#. 박금홍씨(만66세)는 노인일자리사업(사회서비스형)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등록사업의 상담사로 일한다. 19세 이상 성인이 자신의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됐을 때 연명의료 중단 등을 결정하는 문서를 작성하는 일을 돕는다. 박씨는 상담사 활동을 하면서 매일 옷을 차려입고 일정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한다. 젊은 시절 직장생활하던 그 때로 돌아간 듯 일상에 활력이 솟는 경험을 한다. 박씨는 "상담사 활동을 하고 나서 경제적으로 보탬이 될 뿐만 아니라 활력있는 삶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한다.

현대삼호중공업 시니어인턴으로 채용된 숙련기술자들이 멘토가 되어 멘티에게 호선 장비조작시 위험요소와 주의사항 관리 요령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 현대삼호중공업 제공

#. 이철훈씨(만67세)는 35년간 교직 생활을 했다. 퇴임 후 1년간 여러 취미생활을 즐기며 보냈으나 점차 헛헛한 마음이 들었다. 마음먹고 여러 자격증을 취득했으나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우연히 '노인일자리사업' 광고를 보고 문을 두드렸다. 편의점 매니저 일자리를 제안받았다. 일하면서 어느 순간 '상품만 팔지말고 행복을 함께 팔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씨는 결제가 끝난 상품에 행복을 얹어 공손하게 "감사합니다"라고 하면 손님들이 좋아한다는 간단한 이치를 경험한다. 이씨는 "편의점 일을 하면서 행복하고 침침했던 눈도 맑아지고 활동량도 늘어 건강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노인일자리사업을 통해 일하는 두 사람의 사례다.


13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3년 후 2025년 전체 인구 중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2024년에는 노인인구가 1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인구 급증은 최소한 소득 보장과 보건의료와 복지의 돌봄과 지원량을 증가시키는 등 전 사회가 감당해야 할 큰 난제다.

이런 난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노인일자리사업 확대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노인일자리사업은 노인에게 일자리와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해 활기찬 고령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2004년부터 시행된 정부 정책이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고령화 속도와 맞물려 빠르게 증가했다. 2004년 213억원을 투입해 2만5000개의 노인일자리를 창출했다. 2022년엔 1조4422억원을 투입해 82만 5000개 일자리를 창출했다. 사업량으로는 약 34배, 예산은 약 67배 증가했다.

12일 김종민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공공일자리 실장은 "노인들에겐 생계형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의 일과 사회참여 욕구 높아 = 노년층의 일과 사회참여 의욕은 높다. 통계청(2021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고령자(55~79세) 중 장래 근로를 희망하는 경우는 67.4%였다.

보건복지부 2020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017년 30.9%에서 2020년 36.9%로 꾸준히 증가했다. 생계비 마련(61.9%)이 경제활동 참여 이유 중 높게 나타났다. 특히 65~69세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크게 증가했다.

김 실장은 "2020년부터 전후세대의 고령인구 진입이 시작되었는데, 이 세대의 특성은 고학력, 고소득뿐만 아니라 길어진 수명도 있다. 퇴직 후부터 100세까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큰 중장년에게 필요한 것이 생계형 일자리"라고 설명했다.

평균 연금 수령액이 적은 사실도 생계형 일자리가 필요한 이유로 꼽았다. 김 실장은 "우리나라 평균 연금 수령액이 69만원이다. 그런데 성별로 보면 여성은 평균 46만원 남성은 평균 90만원이다. 그런데 남녀 모두 퇴직 후 희망하는 월평균 임금은 150만~200만원 정도다. 연금과 희망 임금의 차이를 줄여줄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자리 사업 비용 대비 이익 많아 = 13일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노인일자리사업은 참여 노인의 소득 수준을 높여 빈곤을 완화하고 신체-심리정서적 건강 등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일자리사업 참여를 통해 월평균 약17만원의 가구소득이 늘었다. 미참여노인 집단에 비해 참여노인집단의 상대 빈곤율은 약 3%로 감소했다. 빈곤갭(빈곤층의 평가소득과 빈곤선의 격차) 비율은 약 16%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에 대한 주관적 인식은 참여자가 3.74점, 대기자가 3.37점으로 참여자가 높았다. 일주일간 운동빈도도 참여자가 대기자보다 0.6일 많았다. 노인일자리사업 참여노인의 우울수준이 0.32 감소한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도 노인일자리사업의 들어간 비용대비 이익 비율은 의료비 절감을 제외하면 1.35이고 의료비 절감을 포함하면 1.59로 추산됐다.

김 실장은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이들은 신체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고 자아존중감이나 삶의 만족도가 높다"며 "사회경제적, 심리적 효과가 큰 사업은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형 일자리 활성화하려면 지속가능한 근무조건 갖춰야 = 13일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은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일자리 수요를 충족하려면 민간형 비예산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민간기업의 노인 고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노인을 고용해 기업의 효율을 높이는 회사들도 있다. 현대삼호중공업도 그 중 하나다. 현대삼호중공업은 노인일자리사업 중 '시니어인터십'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시니어인턴십은 만 60세 이상의 고용 촉진을 위해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해 신규와 계속 고용 촉진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은 경륜이 있는 퇴직자를 올해 만 60세 이상 숙련기술직 41명을 시니어인턴으로 채용했다.

김철홍 현대삼호중공업 책임은 12일 "시니어인턴들은 회사의 공정관리 공사관리 등 여러 업무과정에 배치돼 숙련된 노하우를 멘티들에게 전수하는 일을 한다"며 "멘토로서 보람을 느끼고 멘티들은 회사 생활에 조기 적응하고 업무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민간형 노인일자리가 공공형 일자리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안정적인 소득보장과 일자리의 지속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근로조건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시연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조사관은 12일 "공공형 일자리보다 근로시간 급여수준 근속기간 등 일자리 조건이 개선된 다양한 취업형, 창업형 모델을 활성화하고 노인의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훈련, 일자리 수행기관의 경쟁력 제고, 담당인력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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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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