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요구안 전향적 제안 가능" … 국토부 "소통의 자리, 권한 없다"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대해 정부가 '업무개시 명령'을 예고한 가운데 28일 노정교섭을 열었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했다. 30일 두번째 교섭이 예정돼 있다.

어명소 국토부 차관과 김태영 화물연대 수석부위원장이 이날 오후 2시쯤 정부세종청사에서 총파업 이후 첫 교섭을 벌였지만 2시간 만에 성과 없이 끝났다.

화물연대는 교섭 뒤 브리핑에서 "화물연대는 국토부와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각 요구안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낼 수 있다고 밝혔지만, 국토부는 '국토부가 답변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영구화하고 △적용 차종과 품목을 기존 컨테이너·시멘트 외에도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으로 확대하고 △안전운임제 개악안을 폐기하라고 요구하며 24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가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할 필요가 없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이를 어기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도입 당시 시장 혼란의 우려가 제기돼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 한해 3년 일몰제(2020~2022년)를 시행하도록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돼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화물연대는 6월 일몰 폐지(영구화)를 내걸어 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적용 품목 확대를 논의하는 조건으로 8일 만에 파업을 풀은 바 있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예고하자 정부와 국민의힘이 22일 당정협의회에서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을 3년 연장'하겠지만 '품목 확대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교섭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안전운임제 3년이 끝나면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제대로 합의를 거쳐서 정당성이 있는지 보자는 것"이라며 "(화물연대에) 연말 전까지 일몰제 연장을 위해 협조하고 바로 운송에 복귀하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기 위한 화물연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앞에서는 대화를 이어나가는 척하며 공권력 투입의 명분을 찾고 장관은 대화가 지속 중임에도 업무개시명령을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다시 만나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화물연대는 차관에게 결정 권한이 없다면 장관이 직접 나와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노정교섭 재개에 있어 '업무개시명령'이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부 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도대체 무엇이 불법이냐"며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화물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화물차주는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이며, 화물연대는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해 노동법이 보장하는 '파업' 대신 '집단운송거부' 표현을 쓰고 있다.

민주노총은 "개인 사업자가 자신의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어떻게 불법이냐"며 "대통령과 정부가 만지작거리는 업무개시명령은 이렇듯 화물연대의 투쟁이 불법이 아니기에 강제력을 동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가 운영하는 '집단운송거부 긴급 애로·피해 신고센터'에는 29일 오전 현재 37개사에서 62건의 피해사례가 접수됐다. 유형별로는 △납품지연으로 인한 위약금 발생 및 해외 바이어 거래선 단절이 29건으로 가장 많고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물류비 증가 17건 △원·부자재 반입 차질에 따른 생산중단 14건 △공장·항만 반출입 차질로 인한 물품 폐기 2건 등이다.

건초를 수입하는 H사는 화물운송이 불가할 것을 예상하고 수입물량 중 일부는 창고로 이고해 보관 중이다. 향후 창고 이고비용(컨테이너당 약 20만원), 보관비용(1일당 1만원) 발생 예정이며, 창고 공간 부족으로 이고못한 채 터미널에 보관 중인 물량에도 추가 비용 발생이 우려된다.

재생타이어를 수출하는 G사는 원자재 조달 불가로 공장 생산에 차질 발생했다. 완제품을 못만들자 납기가 지연됐고, 이로 인해 추가 주문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피해를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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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김병국 이재호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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