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노믹스 시대 '부채 악순환' 회피 방법 … "1963년 케네디 전 대통령 선례 참조"

미국 45대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5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채무불이행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달러를 찍어내면 된다"고 말해 월가를 패닉에 빠뜨렸다. 그 며칠 전 CNBC 인터뷰에서는 20조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미국 정부 부채를 8년 안에 제로로 만들겠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이같은 발언은 그의 '허풍쟁이' 이미지를 견고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선례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963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라는 민간 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대신 정부가 직접 화폐를 발행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온라인매체 '이코노믹컬랩스'는 최근 "현재의 망가진 경제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고치려면 연준을 폐쇄하고 빚 걱정 없는 달러를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기사 전문.

미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가 경제를 살리기 원한다면 민간기업인 연준을 폐쇄해야 한다. 현재 시스템을 대증요법으로 땜질하려 한다면 실패하고 만다. 연준은 설립 초기부터 근본적인 결함을 가진 조직이기 때문이다.

약 1세기 전 월가의 금융재벌들은 의회를 조종해 미국의 통화시스템을 갈아엎었다. 연준으로 불리는 막강 권력의 중앙은행을 만들어냈다. 목적은 미국 달러를 빚에 기반한 화폐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달러는 끊임없이 가치가 하락하고 연방정부는 '부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연준 창설 이래 달러의 가치는 대략 98% 하락했다(그래프 참조). 1910년 26억달러에 불과했던 연방정부 부채는 현재 7640배 늘어 19조8634억달러에 달하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경제가 좋거나 나쁘거나 그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선출되지 않은 연준 권력이 실제 경제를 좌우한다. 흔히 연준을 입법, 사법, 행정에 이어 제4부로 부르는 이유다. 다른 정부기관과 달리 연준의 결정은 정치를 뛰어넘는 독립성을 갖는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중요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연준 관료들은 '독립성'을 부르짖는다. 의회나 대통령, 국민들이 개입하려는 것을 싫어한다.

트럼프는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연준의 강력한 도구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연준은 금리와 통화공급을 결정하고 시중은행을 지배한다.

1달러지폐를 펴보면 상단에 '연준노트'라고 새겨져 있다(위 사진 참조). '노트'(note)란 금융용어로 부채증서를 의미한다. 현재 통화시스템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많은 빚을 지도록 설계됐다.

월가가 앗아간 화폐발행권한 = 미국 헌법 1조 8항에 따르면 '돈을 주조하고 가치를 규제하는 권한은 의회가 갖는다'고 돼 있다. 그런데도 왜 민간기업이 돈을 찍어내는 걸까. 월가 큰손들이 백악관과 의회를 지배하면서 1913년 크리스마스 직전 연준 창설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인의 부는 소수 금융재벌에게 이전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미 달러가 빚에 기반한 화폐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다. 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모른다. 화폐를 발행할 권한이 없는 연방정부는 돈이 필요할 때 재무부 채권을 발행해 연준 지폐와 교환한다. 빚을 지는 것이다. 연준은 해당 채권을 대형 은행들로 구성된 '프라이머리딜러'(국채전문딜러)에 경매를 부쳐 판매한다.

연준은 정부에 건네는 돈을 거의 발행하지 않는다. 정부계좌에 숫자만 바꿔놓는다. 연준이 '난데없이'(out of thin air) 돈을 만들어낸다고 하는 이유다. 연준 지폐는 그 어떤 것의 보증도 받지 못하는 돈이다. 본질적 내재 가치가 전혀 없는 돈이다.

부채에 기반한 화폐 때문에 연방정부는 이자 비용을 내기 위해 시민들에게 막대한 소득세를 거둬간다. 연준이 창설된 시기와 미 소득세에 대한 수정헌법 발효 시기가 동일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1913년 발효된 수정헌법 16조는 '합중국 의회는 재원의 종류를 묻지 않고 각 주에 분배하지 아니하고, 또한 국세 조사나 인구 수에 관계 없이, 소득에 대한 조세를 부과·징수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방정부가 초당 1달러씩 빚을 갚는다면 모든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63만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공화당원이나 민주당원 모두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기껏해야 빚을 늘리는 속도를 조금 늦추는 정도가 전부다.

그렇다면 정부는 빚을 어떻게 갚을까. 이론상으로는 빌린 돈으로 경제를 돌려 국민들을 부유하게 한 뒤 세금을 걷어 원리금을 갚으면 된다. 하지만 그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정부는 원금은커녕 조직을 돌리고 이자를 갚는 데 필요한 돈도 걷지 못한다. 따라서 계속 빚을 져야 하는 상황에 빠진다. 빚은 점점 늘어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8년 임기 동안 정부부채는 8조달러(9416조원) 더 늘었다. 총부채 20조달러 돌파는 시간문제다.

많은 보수주의자들은 여전히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언젠가 모든 빚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다. 하지만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 부채뿐 아니라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역시 수조달러에 달한다.

숫자만 바꿔 난데없이 돈 만들어 = 연준이 난데없이 돈을 만들어내면서 심각한 경제불황이 되풀이됐다. 1913년 연준 창설 이래 모두 18번의 경제침체 또는 불황이 발생했다. 1918년 20년 23년 26년 29년 37년 45년 49년 53년 58년 60년 69년 73년 80년 81년 90년 2001년 2008년이다.

현재 시스템 아래서 우리의 유일한 희망은 달러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하락시키고 빚을 계속 지면서 경제를 굴러가게만 만드는 것이다.

빚에 기반한 통화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 미국은 빚과 무관한 '미국의 지폐'(United States Notes·아래사진 참조)를 발행한 적이 있다. 1963년 6월 4일 케네디 전 대통령은 특별행정명령 11110호를 발령, 연준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화폐를 발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실험은 오래가지 않았다. 케네디는 그 해 11월 22일 암살당했다.

공개형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미 재무부가 발행한 연방정부 지폐는 남북전쟁 당시 처음 사용됐다. 전쟁 당시 북부 연맹이 전쟁비용을 대기 위해 지폐를 발행했다. 이후 1세기 동안 화폐 발행 법률이 여러 차례 개정됐고, 그에 따라 재무부 화폐는 여러가지 버전으로 발행됐다.
발명가로 유명한 토머스 에디슨(1847~1931년)은 1921년 12월 6일자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와 같은 낡은 제도 아래서 국가의 부를 늘리고자 한다면 빚을 져야만 한다. 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이를 거부하고자 했다. 현 시스템은 어리석다는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미국 사람들이 3000만달러를 빌리면 결국은 이자를 포함해 6600만달러를 갚아야 한다. 흙 한 삽 푸지 않고, 물건 하나 만들지 않는 사람들이 미국으로부터 돈을 거둬간다. 실제 땀을 흘려 일을 하는 이들은 가져가는 게 없다. 이자와 관련한 끔찍한 진실이다. 모든 채권발행을 살펴보면 원금보다 이자가 많다. 또 부채로 충당하는 공적 사업은 언제나 실제비용보다 2배 이상 많이 든다. 현재 시스템에서 사업을 하려면 애초 비용의 120~150%를 더 내야 한다. 여기에 핵심이 있다. 만약 정부가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면, 지폐 역시 발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이 사실을 모른다. 케네디 대통령이 당시 발행 유통시킨 미국 지폐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된다. 지폐 상단에 'United States Note'(미 연방정부 지폐)라 쓰여 있는 돈이다. 트럼프 당선자라고 해서 이를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과연 그는 이를 감행할 수 있을까.

빚의 노예로 만드는 시스템 폐기해야 =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의회가 화폐발행권한을 되찾아오면 된다.

첫째, 미 의회는 연준에 양도한 모든 권한을 되찾아온다. 연방정부노트를 발행한다. 이미 발행된 연준노트와 같은 가치를 지니게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연준노트는 시장에서 사라진다.

둘째, 미 의회는 연준이 가지고 있는 모든 채권을 국유화한다. 즉각적으로 정부 부채를 1조6000억달러 줄일 수 있다. 사실 이 방법을 제안한 의원들은 많다. 대표주자가 론 폴 전 텍사스주 하원의원이다. 그는 2011년 7월 1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정부가 연준에게 빌린 돈이 1조6000억달러에 달하는데, 연준은 난데없이 돈을 만들어내는 곳"이라며 "연준의 돈은 진짜 돈이 아닌, 가짜 돈이며 정직하지 못한 부채이기 때문에 땀흘려 일하는 납세자들이 갚을 이유는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셋째, 헌법을 수정해 미국 정부의 적자를 제한하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의 몇% 이내' 등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미래적자는 부채로 충당해선 안된다. 대신 새로 발행되는 연방정부지폐로 충당하면 된다.

넷째, 외국 중앙은행 등이 갖고 있는 부채는 새로 창출된 연방정부지폐로 서서히 갚아나갈 수 있다. 미국 정부는 2011년 회계연도에 부채에 대한 이자로만 4540억달러를 썼다. 시간이 지나면 이자비용은 제로로 수렴할 것이다. 국가부채를 서서히 갚을 수 있다면 심각한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향후 50년 동안 서서히 갚아나간다면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제한된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연준 시스템 아래서 절대적 인플레이션을 겪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극복 못할 난관은 아니다. 의회는 은행의 자본확충 비율을 올리는 조치 등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처할 수 있다.

채무자는 빚의 노예가 된다. 연준은 모두를 빚의 노예로 만드는 시스템이다. 빚이란 사회적 통제의 한 형태다. 소수의 글로벌 엘리트들은 자신이 지배하고자 하는 대상에게 '빚의 굴레'를 얹는다. 지구상 빚의 총액은 역사상 최고치인 152조달러에 달했다. 중앙은행이 경제시스템을 지배하는 한 부채의 거품은 계속 커져만 간다.

탈출구는 있다. 여기 미국에서부터 연준을 폐쇄하고 빚에 기반한 화폐 발행을 멈추는 것이다. 누군가 이같은 과감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 이제 막 당선된 트럼프에게 그같은 기대를 품어볼 수 있을까.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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