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6개월째 1.8% 유지

11일 수정전망 발표 주목

민간기관 "1%대도 위태"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내릴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연말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전망치를 1.6%로 판단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하향조정이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행이나 KDI도 1.8% 안팎의 전망치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통상 민간이나 해외기관이 가장 낮은 성장률을, 정부가 가장 높은 성장률을 제시해왔다. 정부 전망치에는 정부의 경제정책 목표나 기대치가 섞인 탓이다. 통화정책 당국인 한은과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보통 민간과 정부의 중간쯤을 제시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 수치마저도 하향조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또 아직 성장보다는 물가에 경제정책 방점을 둬야 하는 게 글로벌경제 상황이기도 하다.

◆KDI 하향조정 불가피 = 우선 KDI는 오는 11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 발표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어 KDI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KDI는 오는 11일 발표하는 'KDI 경제전망(2023년 상반기)'을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을 내놓는다. KDI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지난 2월 수정 경제전망 발표에서도 올해 성장률을 1.8%로 유지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정부 전망치(1.6%)보다 0.2%p 높은 수치다. 4월 IMF(1.5%)와 3월 OECD(1.6%) 전망치와 비교해도 0.2~0.3%p 높다. 당시 KDI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한 이유로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반사이익을 내세웠다.

하지만 KDI는 4월 경제동향에서 "대중국 수출 감소폭 확대된 가운데 중국 제외 지역도 수출의 부진도 지속됐다"며 사실상 중국 리오프닝 기대감을 낮췄다. 조동철 KDI 원장도 최근 한 강연에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한 1.8%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을 예고했다.

◆정부도 전망치 낮출까 = KDI가 조정한 성장률 전망치가 정부(1.6%)보다 낮을 경우, 정부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한국은행은 최근 공개한 4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올해 성장률은 2월 예상치(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향조정을 예고한 상태다.

한은은 오는 25일 수정경제전망 발표 때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어 기획재정부는 내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와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조정해 내놓는다.

이미 정부도 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성장 전망을 하향 또는 상향 등 조정할 것인지에 대해 말하기는 이르다"면서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검토하는 과정 속에서 여러 경제 관련 데이터와 유수 기관들의 견해를 종합해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인색한 해외금융기관 = 특히 최근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아예 1% 턱걸이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주요 투자은행 8곳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1%로 나타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가 종전 1.9%에서 1.4%로 한 달 새 전망치를 0.5%p 하향 조정했다. 씨티는 0.7%에서 0.8%로, 노무라가 -0.4%에서 -0.1%로 각각 0.1%p, 0.3%p 조정했다. 두 곳은 상향조정했다고는 하지만 올해 우리 경제가 1%대 성장도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주요 투자은행들이 한국의 성장률을 변함없이 냉정하게 보면서도, 중국의 성장률은 상향 조정했다는 점이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지난 4월 말 기준 투자은행 9곳의 올해 중국 성장률은 6.0%로 한 달 전보다 0.3%p 올랐다. 중국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기관만 9곳 가운데 5곳으로 과반이었다.

당초 정부나 KDI가 올해 한국 경제를 '상저하고'(상반기에 어렵다가 하반기에 회복)로 내다본 주요 근거가 '중국 리오프닝 효과'였다. 하지만 해외투자은행들은 중국 경제의 리오프닝 효과가 한국경제 회복에 미치는 긍정 영향이 기대보다 크지 않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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