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1인당 평균 소비액 2위, 한국인 3배 넘어

초엔저 영향에 상반기 여행수지 15조원 흑자

일본 정부와 여행 관련 업계가 중국의 단체 해외관광 허용을 계기로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다. 중국인은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일본을 찾는 해외관광객 규모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인의 일본내 씀씀이도 한국인의 3배를 훌쩍 넘어서 내수경제 활성화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미즈호리서치앤테크놀로지는 올해 8월 단체관광을 허용할 경우 일본을 찾는 중국인은 추가로 198만명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방일 중국인은 45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9년 일본을 찾은 중국인 959만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내년 이후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일본 정부는 아베 정권 이후 정책적으로 해외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이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로 활력을 잃어가는 지방을 살리는 방안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실제로 일본은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 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적지 않은 외국인이 방문하고 있다. 일본 열도 어디를 가도 즐길 수 있는 온천과 중세시대 성(城), 지역별 축제, 음식 등 관광객을 유인할 요소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해 이후 초엔저가 지속되면서 외국인의 방일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일본을 찾은 해외관광객이 1071만명을 넘어서면서 연간 2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대였던 2019년(3188만명)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일본 정부는 2025년 3000만명, 2030년쯤 4000만명 이상 방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일본 정부는 당초 2020년 도쿄올림픽 주최를 계기로 해외관광객 4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했지만 코로나19로 무산됐다.

해외관광객의 일본내 소비는 경기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인은 1인당 평균 소비액도 커 일본 입장에서는 귀한 손님이다. 일본 관광청 추산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일본을 방문한 해외여행객 가운데 1인당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영국으로 평균 35만8888엔(약 330만원)을 소비했다. 이어서 중국인은 33만8238엔(약 310만원) 수준으로 한국인(9만4205엔)에 비해 3배가 넘는다.

다이와총합연구소는 8월 이후 중국이 단체관광을 허용하면 올해 하반기 추가로 소비하는 규모가 2000억엔(약 1조8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 연구소는 올해 연간 방일 외국인이 자국내에서 4조1000억엔(약 37조7000억원) 규모의 소비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해외관광객의 소비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국제수지에 따르면, 여행수지만 1조6161억엔(약 14조85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의 상반기 여행수지 적자가 58억3000만달러(약 7조6300억원)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두나라 국제수지에서 여행수지가 차지하는 역할이 크게 엇갈리는 셈이다.

한국은행도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일본 수준으로 해외여행객 증가세를 보이면 경제성장률을 추가로 0.12%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내다볼 정도로 여행수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의 소비는 대부분 현금 또는 신용카드여서 여행 및 숙박업계 등 경기활성화에 바로 반영되는 특징이 있다. 시바타 고지 ANA홀딩스 사장은 10일 중국의 단체여행 허용과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외국인의 일본 방문이 탄력을 받으면서 경제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한편 빠르게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을 맞을 현장 인력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세계여행협회(WTTC)에 따르면, 올해 일본 여행 관련 업계의 고용은 560만명 수준으로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30만명 가량 줄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로 도쿄 신주쿠에 있는 쿄오프라자호텔은 올해 6월 말 기준 종업원이 2020년 3월 말에 비해 15% 가량 줄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11일 "공항에서 항공기의 이착륙을 유도하는 등 지상업무를 하는 종업원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20% 가량 줄었다"며 "인력부족이 (관광활성화에) 장애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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