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기준 사상 최대 … 전년 보다 20.8% 증가

처리기간은 축소 …부산·수원회생법원 개원 영향

올해 9월까지 법인파산 신청 건수가 연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개인 회생도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법인파산 신청 건수는 총 1213건으로 전년 한 해보다 20.8%가 늘었다. 파산 신청이 가장 많았던 2020년 1069건마저 넘어서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수준이다.

9월까지 회생(회생단독과 회생합의 사건의 합계) 신청이 1160건인 점을 고려하면 연간 기준으로 파산이 회생보다 많은 첫 '데드크로스'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회생 시도를 포기하고 문을 닫는 회사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의 파산 신청은 건설 제조업 등 전통산업뿐 아니라 플랫폼을 위시한 신산업 등 전방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개인이 파산 전 단계에서 신청하는 회생도 사상 최고에 달할 전망이다. 9월까지 9만43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1% 급증하며 지난해 연간 규모(8만9966건)를 넘어섰다. 회생 신청이 가장 많았던 2014년(11만707건) 기록마저 넘어설 게 확실시된다.

코로나19 기간 정책자금으로 연명한 자영업자와 암호화폐·주식 투자 손실, 전세사기 등으로 경제 상황이 나빠진 20~30대 청년층의 신청이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업·개인의 동반 부실화는 재산보다 빚이 많아 상속을 포기하는 사례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3분기까지 법원에 상속 포기를 신청한 건수는 2만212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늘었다. 이 역시 연간 기록으로 사상 최대에 달한 지난해(2만5679건)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한편 법인과 개인의 회생·파산이 급증하고 있지만 법원의 사건 처리 기간은 오히려 절반 가량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과 수원지역에 도산 사건을 전문적으로 맡아 처리하는 회생법원이 올해 새로 개원했기 때문이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부산회생법원의 평균 사건처리 기간은 법인회생사건 67.5일, 법인파산사건 77.9일로 집계됐다. 부산회생법원이 개원한 올해 3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사건을 접수해 결정·선고를 내리는 데 걸린 시간을 집계한 수치다. 개원 전 6개월(지난해 9월 1일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법인회생사건은 118.2일, 법인파산사건은 141.9일 소요된 것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수원회생법원 역시 법인회생사건의 처리 기간이 개원 전 73일에서 개원 후 37.2일로 줄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법인도산 사건은 급증하는 추세다. 부산회생법원은 올해 8월까지 91건이 접수돼 작년 같은 기간(47건)에 비해 93% 증가했다. 수원회생법원은 322건이 접수돼 작년(191건) 대비 68% 늘었다.

처리할 사건 수는 늘었는데 개별 사건의 처리 기간은 되려 단축된 셈이다. 법원행정처는 "이 같은 결과는 전문 회생법원으로서 도산사건 처리에 전문성과 효율성이 강화된 것에 기인한다"라며 "전문 회생법원 신설로 법인도산사건 급증에 선제적으로 대비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회생법원이 미설치된 고등법원 권역(대전·대구·광주)에도 추가 설치된다면 최근 급증하고 있는 법인 및 개인 도산사건에 대응해 신속하고 적정한 도산사건 처리로 국민경제의 안정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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