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한국 최고부자 반열에 올랐다. 창업 후 5~6년이 지날 때까지 지속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20년이 채 지나지 않아 국내에서 기업가치 3,4위를 다투는 기업이 됐다.

카카오가 탄생한 1995년,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미국에서 검색엔진을 만들었다. 3년 뒤 그들은 허름한 차고에서 구글을 창업했다. 오늘날 모바일 검색과 동영상 컨텐츠에서 구글은 독보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20년 만에 이렇게 세계인의 생활에 영향을 미친 기업은 일찍이 없었다.

전세계적으로 1년에 스타트업 1억개가 생겨난다. 국내에서도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스타트업이 태어나고 있다. 패션과 정보 공유 앱 '스타일쉐어',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하는 '청소연구소'. AI로 전립선 암을 진단하는 '딥바이오'….

2019년 국제연합 기후정상회의에서 121개국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데 동의했다. 지난해 12월 우리나라 정부도 로드맵을 발표했다. 탄소배출량이 높은 국내 산업은 현재 탄소중립을 위해 대대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는 지난달 14일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수준 대비 55% 감축하기 위한 입법안 패키지 '핏포55'를 발표했다. 그 안에는 배출권거래제 신설·강화, 탄소 국경조정제도 도입, 내연기관 규제 및 대체연료 인프라 확충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EU에 수출하려면 이제 해당 상품을 만드는 데 배출되는 탄소량이 얼마인지 신고해야 한다.

산업 생태계 변화

자동차 산업의 대전환이 진행되고 관련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완성차기업-1차협력사-2차협력사로 구성되어 있던 생태계에 기술력으로 무장한 디지털 전장기업과 기술전문 협력사가 주된 행위자로 등장하고, 기술력 없는 1·2차 협력사는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됐다.

플랫폼 경제는 기존의 기업간 경쟁 위계를 뒤흔든다.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을 데이터과학에서 찾고 인공지능 기술을 응용하는 기업들이 급속히 늘어났다.

네이버는 일찍이 배달음식점 정보에 관한 양질의 검색결과를 위해 2017년 11월 '배달의민족'에 350억원을 투자했다. 아마존은 디지털 기술의 진전과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15년간 벌어들인 돈을 모두 빅데이터를 활용해 영업방식을 개선하는 데 투자했다.

일자리의 미래

공급사슬과 가치사슬의 변화는 공장 입지의 개념도 바꾸고 있다. 자동차나 가전제품과 같은 내구성 소비재와는 달리 신발과 같은 소비재는 통상적으로 임금이 저렴한 곳에서 생산해서 소득이 높은 나라로 수출했다.

앞으로는 점점 소비지 가까운 곳에 전자동 생산시설을 두고 소비자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탄소중립을 준비하는 움직임과 디지털 기술 발달로 가능해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사업의 존립기반을 뒤흔들고 기존 기업들의 서비스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새로운 사업방식과 경쟁력으로 무장한 기업에 경쟁기반을 잠식당한 전통 기업들은 주력사업 분야를 바꾸고 있다.

크로아티아의 스타트업 '리막'이 전기차 브랜드의 다크호스로 등장하고, 삼성과 엘지는 자동차 전장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는다. 소니는 미디어 기업이 됐고 후지필름은 헬스케어 기업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숙련수요의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전통적 산업에서 노동자들이 수행하던 어떤 '직무'는 없어진다. 그런가 하면 개발자 숙련 수요가 대폭 늘어나고 일하는 방식도 급격히 변화한다.

디지털기술의 심화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과정이 일자리 수 자체를 줄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가 과거보다 느리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가까운 장래에 종식될 것 같지는 않다.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개인은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공정한 노동전환"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