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아시아, 대만경제 취약성 지적

"TSMC 등의 화려함에 가려진 격차"

대만의 노동자 다수가 최저임금 수준의 열악한 생활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로 최대 호황을 맞고 있는 TSMC의 화려함 뒤에 노동자의 격차는 갈수록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최신호에서 "대만 노동자 네명중 한명은 최저임금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했다.

대만의 최저임금은 시급 160대만달러(약 6800원)로 한국(8720원)과 일본(전국평균 약 9700원)에 비해서 크게 낮은 수준이다. 2019년 대만 정부 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로 값싼 끼니를 해결하는 노동자가 전체의 4분의 1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워킹푸어는 편의점 점원에서부터 공장노동자, 가사도우미까지 다양하다. 내년에는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 인상돼 시급 168달러(7130원), 월급으로 환산하면 2만5250달러(107만원)에 달하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26일 대만 타이베이 난강구의 한 도로를 시민들이 건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 경제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비교적 견조한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만 중앙은행은 최근 2021년 대만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연 5.75%로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등 대만의 테크놀로지 제품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가 높아지고, 지난 9월 수출은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만경제연구원(TIER)에 따르면, TSMC의 시가총액은 대만 주식시장의 3분의 1을 점하고 있다.

하지만 일하는 사람들의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고 있지 않다. 대만 중앙연구원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이후 상여금과 시간외수당 등을 포함해 월 5만5000대만달러(약 236만원) 수준의 노동자 평균임금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적은 임금에도 비교적 저렴한 의료 및 교육, 광열비 등의 덕분에 그나마 생활이 가능하다는 평가도 있다.

대학생인 비비안 리야오(22)씨는 하루 식비로 200대만달러(약 8500원)에 해결한다. 그는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학내 가게에서 할인가격으로 식사를 하고, 저가의 테이크아웃을 이용한다. 아침은 작은 식당에서는 판매하는 샌드위치와 토스트, 면 종류를 50대만달러(약 2130원)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다. 이처럼 저렴한 수준에도 수입의 대부분을 식비로 쓴다. 리야오씨는 니케이아시아와 인터뷰에서 "월 초에 예산을 세우는데, 식비 이외의 지출은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운동 진영은 비교적 낮은 생활비가 저임금을 합리화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타이페이를 거점으로 임금인상 운동을 벌이는 활동가 로이 응게룬씨는 임금이 올라도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는 "식비가 싸기 때문에 임금이 낮아도 된다는 착각을 일으킨다"면서 "임금은 상승하지 않았는데 주택과 땅값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물가를 전문으로 조사하는 사이트에 따르면, 대만의 전체적인 생활비는 최저임금이 시급 12달러(약 1만4200원)인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조사도 있다. 특히 임대료가 문제다. 임대료를 빼면 1인 생활자가 대만에서 생활하기 위해 최저 월 2만2600대만달러(약 96만원)로 가능하지만, 월세를 포함한 주거비가 최저 월 8000대만달러(약 34만원) 수준이어서 부담이 적지 않다. 대도시 도심지는 부담이 더하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대만경제가 지나치게 수출과 투자에 의존하고 개인소비가 활성화되지 못한 점을 지적한다. 이코노미스 인텔리전스유니트의 닉 말로 세계무역담당주임 애널리스트는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수출과 투자로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반도체와 전자 관련 기업의 호조에도 종업원에 대한 임금인상은 저조하고, 소비를 위한 식당과 쇼핑몰, 관광회사 등은 (전자관련 기업과) 상황이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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