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오랜 세월 동안 수백명 도움 받아

윤 당선인, 짧은 정치경력 탓 함께 일한 참모진 손꼽을 정도

권영세·이철규·이양수·박민식·원희룡·권성동 '공신' 꼽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6월 정치입문한지 불과 9개월만에 대통령에 오르는 기적을 일군 뒤에는 '그들'이 있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에 비해 소수인데다 당선인과의 인연도 짧은 참모진이었지만 탄탄한 능력과 열정으로 정권교체를 일궈냈다. 대통령을 만든 어벤져스로 불릴만한 소수정예 참모진의 면면을 살펴본다.

◆선대위 대체한 선대본부 = 우여곡절 끝에 지난 1월 초 출범한 선거대책본부가 대선전을 진두지휘했다. 앞선 선대위는 '메머드급'으로 불릴 정도로 비대했지만 내부갈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해체 운명을 맞았고, 소수로 꾸려진 선대본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선대본부의 선두에는 권영세 선대본부장이 있었다. 2012년 대선에서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박근혜정권 출범의 1등 공신역할을 했던 그는 이번에는 선대본부장을 맡아 윤석열정권을 탄생시켰다. '대통령 제조기'로 불릴 법하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당 내분과 지지율 하락이라는 위기를 맞았을 때 선대본부 지휘봉을 맡은 권 본부장이 풍부한 경륜과 안정적 리더십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며 "누가 뭐래도 대선승리의 1등공신은 권영세"라고 평가했다.

이철규 조직본부장은 '신 윤핵관'(윤석열측 핵심관계자)으로 불릴만큼 윤 당선인의 신임이 두터운 참모로 꼽힌다. 윤석열정권의 핵심인맥으로 꼽히는 '강원의 힘' 출신이다. 박민식 전략기획실장은 2006년 검사 옷을 벗을 무렵 검찰 특수부 선배였던 윤 당선인이 만류했던 오랜 인연이 있다. 뛰어난 지략으로 날카로운 선거전략을 짜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특유의 성실성과 따뜻한 품성, 냉철한 시각을 두루 갖춘 '명대변인'으로 꼽힌다. 역대 가장 치열했던 대선전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논평으로 큰 공을 세웠다. 기자 출신인 김은혜 공보단장은 민첩하고 치밀한 언론 대응이 돋보였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지역구를 둔 김 공보단장은 '대장동 킬러'로도 맹활약했다.


◆물량공세 이겨낸 정책본부 = 윤석열표 정책을 생산해낸 정책본부는 원희룡 본부장이 이끌었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윤 당선인과 겨뤘던 원 본부장은 정책본부 지휘봉을 맡아 여권의 물량공세에 밀리지 않는 역량을 보여줬다. '대장동 일타강사'로도 경쟁자를 곤혹스럽게 하는 활약을 했다. 강석훈 후보비서실 정무실장은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답게 정책을 총괄관리하는 역할을 잘 해냈다는 평가다.

윤 당선인과 대광초 동창인 김성한 정책본부 외교안보정책본부장은 외교안보 분야를 총괄했다. 윤 당선인의 외교안보 정책은 김 본부장의 머리 속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다. 대학교수 출신인 김소영 경제정책본부장과 안상훈 복지국가정책본부장, 김현숙 국가미래정책본부장, 김창경 4차산업정책본부장은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윤석열표 정책'을 만들어냈다. 김소영 본부장은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이라는 경제 구상을 그려냈다. 한양대 공대 교수인 김창경 본부장은 '디지털플랫폼 정부' 아이디어를 내놨다. 김창경 본부장과 윤 당선인은 대학 시절부터 인연이 있다.

◆눈에 띄는 윤핵관 3인방 =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몇 안되는 윤 당선인의 측근의원이 공신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한때 윤핵관들과의 갈등으로 내분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지만 선거운동 기간 동안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쏟아내 큰 보탬이 됐다. 윤 당선인 고향 친구를 자처하는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원내기반이 약한 윤 당선인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줬다. 윤 당선인의 고향 충청민심을 잡는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은 '원조 윤핵관'으로 꼽히는 의원들이다. 윤 당선인의 외가가 있는 강릉에서 윤 당선인과 오랜 인연을 맺은 권성동 의원은 특유의 포용과 돌파 리더십으로 윤석열사단의 좌장역할을 해냈다. 윤 당선인 핵심인맥인 '강원의 힘'의 중심이기도하다. 장제원 의원은 윤 당선인이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을 맡길만큼 신뢰가 강한 참모로 꼽힌다. 윤 당선인 부부와 호흡이 잘 맞는 몇 안되는 측근으로 분류된다. 윤한홍 의원은 일찌감치 윤석열캠프에 합류해 손발을 맞췄다. 선대위 해체와 함께 백의종군을 선언했지만 이후에도 TV토론을 주도적으로 준비하면서 윤핵관의 면모를 과시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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