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선부터 대통령실·여가부·사드배치 등 뜨거운 감자

대통령 취임식 20여일 후 곧바로 지방선거 돌입

미완의 '대장동 특검' '정치개혁' 약속 향방 관심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고 국민의힘은 여당이 됐지만 '축배'를 즐길 시간이 부족하게 됐다. 정권심판론을 업고 넉넉히 승리하리라는 기대와 달리 신승을 거둠에 따라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할 동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거대야당과의 협치가 관건이다.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 전까지가 여야 협치 분위기를 조성할 골든타임이라는 시각도 있다.

◆윤 당선인, 다음주 쯤 문 대통령 회동 = 윤석열 당선인은 1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해 축하를 받았다. 정권 인수인계 협력방안 본격 논의에 들어가기 위해 다음주 내 문 대통령과의 첫 회동이 점쳐진다.

윤 당선인은 앞으로 취임식인 5월 10일까지 두 달 동안 인수위를 구성해 차기 정부 조직개편, 정책공약 선별에 나선다.

그러나 172석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시작부터 난관이 예상된다. 당장 국무총리, 장관 등 내각 구성에서 대선 기간 감정의 골이 깊이 패인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야 하는 처지다. 박근혜정부 초기 총리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했던 기억이 되풀이될 수 있다.

대선기간 내놓은 쟁점 공약들도 법개정이 뒤따르는 게 상당수라 야당의 협조 없이는 실현이 어렵다.

먼저 윤 당선인은 청와대를 해체하고 및 광화문 집무실에서 임기를 시작하겠노라고 공언한 바 있다. 문 대통령 때 현실적인 이유로 무산된 광화문 집무실을 다시 꺼내든 것은 '실행력'으로 차별화하고자 한 의도였지만 취임식 전까지 청와대 조직개편과 물리적 공간이동이 원활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여성가족부 폐지도 선거전략 상 '한줄공약'을 던질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문 대통령은 선거 전날인 8일 "차기 정부가 여성가족부의 역할이나 명칭, 형태 등에 대해 새로운 구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가부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되든 여가부가 관장하는 업무 하나하나는 매우 중요하고 더욱 발전해 가야 한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바 있다.

법무부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및 검찰 예산 편성권 부여 등 검찰 관련 공약들은 야당과 여론의 반대가 가장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강행추진 시 역풍 우려도 나온다.

사드 추가배치나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개국 협의체) 가입 공약은 안보에 목소리를 높여 온 윤 당선인이라 해도 속도조절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동맹에 치우쳐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급격히 악화시키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것.

최수영 디아이덴티티 소장은 "강을 건넜으면 배를 불사른다는 말처럼 인수위에서 걸러낼 공약들을 잘 선별해야 할 것 같다"며 "지지자들의 청구서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대야당도 '발목' 프레임 위험 = 거대야당 역시 마음 편히 '야당노릇'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 취임식 후 20여일 후면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안마다 소수여당의 발목을 잡는다'는 프레임에 빠지는 것은 자책골이기 때문이다. 과거 노태우·김대중 전 대통령이 낮은 득표율을 군사정권과의 거리두기, 공약 미이행 책임론 회피의 명분으로 활용했던 전례가 꼽힌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여소야대가 거꾸로 여당에 좋은 알리바이로 활용될 수도 있다"며 "지방선거를 고려하면 야당도 무작정 세를 과시하며 여당을 압박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장동 특검'과 민주당이 국민통합을 앞세워 내걸었던 '정치개혁' 공약도 새 정부 초 여야 모두에 뜨거운 감자로 남을 전망이다.

특검의 경우 여야가 함께 판을 키워놨지만 향후 칼날이 어느 쪽을 향하게 될지 불확실한 만큼 양쪽 모두 눈치작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개혁 공약은 소수여당인 국민의힘으로서도 반대할 명분이 약한 만큼 '협치' 카드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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