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지방권력 교체도 기대 … "견제·균형 역풍 불수도"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지만 초박빙으로 승부가 갈리면서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국정운영 동력을 위해 여당에 표를 몰아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다만 견제·균형 심리가 작동해 야당에게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엇갈린 전망도 나온다.

◆4년 전과 다른 결과 나올 것 = 4년 전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무려 15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된 곳은 대구·경북 2곳 뿐이다. 같은 당 원희룡 제주지사는 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기초자치단체장도 마찬가지다. 전체 226곳 중 민주당은 151곳에서 이겼다. 서울은 25곳 중 24곳, 인천은 10곳 중 9곳, 경기는 31곳 중 29곳에서 이겼다. 충청권에서도 31곳 중 23곳에서 이겼다. 대전에서는 5곳 모두 이겼고, 충남에서는 15곳 중 11곳, 충북에서는 11곳 중 7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항상 열세를 보이던 강원에서조차 18곳 중 11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울산에서도 5곳 모두 이기는 기염을 토했다.

자유한국당이 이긴 곳은 53곳 뿐이다. 그나마 영남권 34곳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에서는 고작 19곳에서 이겼다. 서울에서 1곳, 인천에서 1곳, 경기에서 2곳 이겼다. 강원·충남·충북 13곳에서 이기며 그나마 명맥을 이어왔다.

4년 전 지방선거는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1년 후 치러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집권당에 힘을 실어주자는 심리가 작동했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긴 동력이 정권교체 열망이었다고 본다면 다가오는 지방선거 역시 대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선거가 새정부 출범 한 달도 안 돼 치러지기 때문에 영향력은 더 클 수 있다. 민주당 압승으로 끝난 지방권력 역시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경기·인천·제주·세종 '혼전' 예상 = 대선 결과가 초박빙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오히려 견제와 반발 심리가 작동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대선 최종 결과와 달리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보다 표를 더 많이 얻은 지역에서는 또 한 번 혼전이 예상된다.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이긴 지역은 호남을 제외하면 경기·인천·제주·세종 4곳이다.

우선 유권자들이 두달여 만에 표심을 바꾸지 않는다면 인천·경기 지역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에게 불리한 상황은 아니다. 경기는 5.32%(46만2810표)로 비교적 차이가 컸다. 제주는 9.90%(4만116표)나 차이가 났고, 세종은 이재명 후보가 7.77%(1만7858표) 더 얻었다. 인천도 근소한 차이(0.86%, 3만4760표)지만 이 후보가 이겼다.

민주당에 절대 지지를 보낸 호남지역에서는 국민의힘의 지방권력 진출이 다시 멀어졌다. 현재로서는 광역·기초단체장이나 지역구 지방의원 진출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준 대선 표심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오히려 민주당 내 경선 구도에 관심이 쏠린다.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구심점이 사라진 만큼 당 공천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반대로 영남권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의 고전이 예상된다. 대구·경북에서는 그나마 1곳 있던 경북 구미시장 선거가 쉽지 않게 됐고, 부산·경남에서도 고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울산 역시 4년 전 광역과 기초 5곳을 모두 이긴 상황과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부산·경남에서도 윤 후보가 이 후보를 20% 이상 표차이로 이긴 만큼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양쪽 지역에서 모두 무소속 후보들의 약진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뜻밖의 상황도 예상된다. 4년 전 선거에서는 민주당 압승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호남에서 민주평화당 소속 후보가 5명 당선돼 민주당 독주를 견제했다. 무소속 당선자도 17명이나 됐다. 전남과 경북에서 5명씩 당선됐고, 강원과 전북 2명, 대구·부산·경남에서 각각 1명씩 당선됐다. 이 역시 견제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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