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령 수사준칙 개정 변수

윤석열 당선인은 검찰과 경찰 수사단계의 책임 수사 확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는 사건 송치 전 경찰의 자율적 수사, 송치 후 검사의 직접 보완 수사로 절차를 단순화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가 조정해놓은 검경 수사권 체제는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172석을 차지한 구도가 2년간 이어질 상황에서 형사소송법을 다시 고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법무부 소관 대통령령은 상대적으로 개정이 어렵지 않아 변화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 당시 대통령령인 검경 수사준칙을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공동 소관으로 할 것을 주장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행안부 장관과 협의할 것'을 명시하는 수준에 그쳤다.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부패 등 6대 범죄 외에 '기타 검사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들'을 추가로 명시하는 등 수사준칙을 개정할 경우 검경 균형이 수사권 조정 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경찰 내부에서 나오는 대목이다.

수사권 조정 후 검찰은 경찰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보완수사를 요구해와 사건 처리 기간이 늘었다. 사건의 1차 종결권이 경찰에 주어지면서 경찰은 '책임수사'를 선언했고, 국가수사본부 출범 전 2020년 건당 55.6일이었던 사건 처리기간은 2021년에는 64.2일로 8.6일 늘었다. 윤 당선인은 수사 지연, 책임 회피를 막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검찰의 수사권 개입이 다시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윤 당선인은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논란이 일자 '원점 회귀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재향경우회를 방문해 "경찰은 현장에서 치안활동을 하면서 범죄와 시간적·공간적으로 가장 근접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수사를 경찰이 먼저하고 검찰은 소추와 공소유지를 하는 게 원칙"이라며 "경제범죄라든지 부패범죄 중 1년에 몇 건 정도 중요한 것만 (검찰이) 직접 수사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현직에 있을 때부터 줄곧 가져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은 "대검 반대를 제가 앞장 서서 설득해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도록 저도 역할을 했다. 그래서 다시 원위치 될 일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만 "공약 중에 경찰에서 불기소 결정을 다 해놓고 기록을 보내게 돼 있는데, 검사가 보완수사를 해서 기소하는 게 맞겠다 해서 재수사를 요청한 사건들이 제대로 진행이 안 돼 민원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그런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절차는 만들어야 되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은 안착단계인 만큼 큰 틀에서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20년 넘게 논의돼 왔고 그 결과 시대적 결단을 통해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진 만큼 이후에도 수사·기소 분리의 큰 방향성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공동정부 구성'을 선언하며 윤 당선인과 단일화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경찰에 수사권을 주되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되살리겠다는 수사권 재조정안을 내놓기도 해 인수위 과정에서 어떻게 정리될지도 주목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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