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세부담 완화는 여야 공감 … 부동산세제 공약 민주당 동의 필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단계적 폐지를 포함한 부동산 세제 '대수술'을 예고했다. 종부세를 재산세와 통합해 종부세를 사실상 문재인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또 1주택자에 대해서는 최고세율 자체를 하향해 실수요자의 세 부담을 낮추겠다고도 공약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부동산 세제를 대수술 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세제 개편은 법 개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법 개정 주체인 국회의 지형은 여소야대 형국이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반대한다면 부동산 세제 개편이 불가능하다. 결국 윤 당선인의 부동산 세제 개편 공약 실현 여부는 국회를 어떻게 설득하느냐는 정치력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공약집 뜯어보니 = 10일 국민의힘 대선 공약집을 보면, 윤 당선인은 부동산 세제를 시장 관리 목적이 아닌 조세 원리에 맞는 방향으로 개편하겠다고 전제했다.


특히 종부세는 장기적으로 재산세와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종부세 납부 대상이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반발이 커진 가운데, 일각에서 종부세·재산세가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란 설명이다.

하지만 종부세를 지방세인 재산세와 통합하면 지자체별 세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 입법적으로도 종부세법을 아예 폐지하고 관련된 기존 세법을 개정하는 방대한 작업이 동반되어야 한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고가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적정한 보유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윤 당선인의 종부세 폐지 공약은 국회 문턱에서부터 난항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여론도 종부세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가 더 많아, 정부출범 초기 힘으로 밀어붙이더라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수요자 부담 완화 먼저 추진 =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은 우선 1주택자를 중심으로 세 부담 완화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실수요자 세 부담 완화는 민주당 내에서도 동의하는 흐름이 있고, 여론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실무적으로 봐도 종부세와 재산세의 근본체계를 뜯어 고치는 것보다 간단한 작업이기도 하다.

우선 1주택자 종부세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 종부세율은 보유 주택 수에 상관없이 0.5∼2.0%였다. 그러다 2019년부터 다주택자(조정대상지역 2주택·3주택 이상)에 대해서는 기본 세율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기본 최고세율도 2.7%로 올라갔다. 지난해부터는 1주택자 종부세율이 0.5%∼2.7%에서 0.6∼3.0%로 추가 인상됐다.

결국 윤 당선인의 방침은 1주택자 세율을 종전 수준인 0.5∼2.0%로 환원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방안에 대해서는 민주당 의원들의 동의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대선 기간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실수요자의 과중한 보유세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종부세 납부 이연 대폭 허용 = 윤 당선인의 공약집을 보면 종부세 납부이연을 대폭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해서는 연령과 상관없이 주택을 매각하거나 상속하는 시점까지 종부세 납부 이연을 허용한다. 현행 법은 고령의 1주택 장기보유자에 한해서 납부이연을 허용하고 있다. 종부세가 실현되지 않은 주택 보유 이익에 매겨지는 세금이라는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1주택자나 비조정지역 2주택자의 경우 합산 세액이 직전 연도의 50%를 넘지 않도록 세부담 상한 비율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도 제시돼 있다. 또 조정지역 2주택자나 3주택자의 세 부담 상한도 현행 300%에서 200%로 낮춘다.

세금 부과 기준이 되는 부동산 공시가격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을 통해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다.

다주택자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을 최대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고, 향후 부동산세제를 종합 개편하는 과정에서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 자체를 재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취득세의 경우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하거나 1% 단일 세율을 적용하며, 조정지역 2주택 이상에 대한 누진 과세도 완화한다. 이외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종부세 합산 배제·양도세 중과 배제 등 지원 방안도 윤 당선인의 공약에 포함됐다.

주거 지원 방안으로는 전세자금 대출 원리금 상환액 소득공제율을 현행 40%에서 50%로 높이고 월세 세액공제율도 2배로 상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거정부에서 경험했듯이,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법개정이 동반되는 공약 이행이 쉽지 않았다"면서 "인수위 과정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과 시행령이나 고시 개정만으로 이행할 수 있는 공약을 분류해 중장기·단기과제로 나눠 추진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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