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 생산비 50% 이상 사료비 … "남는 쌀 사료로 활용하자" 복안도

농업 원자재가격 폭등으로 국내 사료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축산 경영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사료비 인상은 농가에 직접 타격을 준다. 사료업계는 비료와 퇴비처럼 가격 인상분에 대해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남는 쌀을 활용해 사료를 생산할 경우 장기적으로 수입물가 인상에 대비할 수 있다는 복안도 제시했다.

한우농가에서 사료를 공급하는 모습. 사진 농협 제공


◆하반기 비육우 경영비 마리당 925만원까지 치솟을 듯 = 11일 사료업계에 따르면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두달간 사료가격은 ㎏당 47원 가량 인상됐다. 3~6월 인상 예정분 40원을 포함하면 누적 인상분은 ㎏당 86~87원이다. 사료 가격 인상은 축산농가의 생산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사료용 수입원료 비중은 사료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 사료업계는 정부가 사료가격 인상분에 대해 정책자금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무기질 비료와 퇴비의 경우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사료는 지원제도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무기질비료의 경우 1월 기준 평균가격이 91%(2021년 8월 대비) 상승하자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은 올해 가격 인상분의 80%를 지원하기로 했다. 최근엔 원예용비료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한포대에 약 4000원 하는 퇴비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아 실제 농업인이 구입하는 비용은 생산비와 무관하게 25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지원이 없을 경우 사료가격 인상은 축산농가소득을 크게 감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농협에 따르면 비육우 농가의 경우 사료가격 인상으로 2021년 경영비용이 874만7000원(두당)에서 올해 3월 897만6000원으로 올랐다. 하반기에는 925만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농가 소득은 2021년 두당 84만9000원에서, 3월 -3만8000원, 하반기에는 -35만5000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경기도 이천에서 한우 200마리를 키우고 있는 공준식(56)씨는 지난해에 비해 최근엔 월 600만원 이상 사료비를 추가 지출하고 있다. 배합사료비는 400만원, 조사료비는 200만원 가량 부담이 늘었다. 공씨는 "해마다 통계청에서 생산비를 조사발표하는데 거세우 한마리를 키우는 비용이 2020년 900만원에서 곧 1000만원대를 넘어설 것 같다"며 "24개월간 키워서 팔아도 1000만원 받기가 어려우니 적자가 되는데, 이런 상황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충북 증평에서 돼지 2300마리를 키우는 이민영(55)씨도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가축전염병 예방비용, 분뇨처리비용 등이 늘어난 상태에서 사료값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사료값 상승은 전에도 있었지만 지금은 상승 폭이 크고 급격하다는 게 큰 차이"라며 "돼지고기 가격이 좋은 여름철까지는 견뎌도 비수기로 들어가는 추석 이후 버티기 어려운 농가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대표적인 물가관리 품목으로 관리했던 계란생산 농가들도 한숨 짓고 있다. 규모가 클수록 비용부담도 급격히 늘고 있다. 경북 영주에서 산란계 30만마리를 키우고 있는 안두영(55)씨는 "25만마리를 기준으로 한 달에 사료 1000톤이 들어가는데 지난해초사료값은 kg당 350원이었지만 지금은 580~600원 수준까지 왔다"며 "월 3억5000만원에서 6억원으로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축산단체, 재고 곡물을 사료대체재로 전환 요구 = 전국한우협회와 한돈협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등은 최근 정부에 건의할 '사료가격 안정대책 요구안'을 마련했다. 요구안에는 쌀·보리 등 재고곡물을 옥수수 등 수입곡물 대체재로 공급하자는 안도 포함했다. 옥수수를 재고미로 대체하면 사료비를 kg당 21원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쌀 보리 등 곡물은 영양성이나 기호성에서 옥수수 대체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388만톤으로 수요량보다 27만톤 많다. 정부는 과잉생산된 쌀을 모두 사들여 비축하고 있다.

축산단체들은 27만톤을 생산한 논(5만4000ha)에 사료용 벼를 재배하면 81만톤을 생산, 수입 옥수수 71만톤을 대체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일반용 쌀은 ㏊당 5톤, 사료용은 15톤 생산할 수 있다. 사료용 쌀의 사료가치도 옥수수의 88% 수준에 이른다. 쌀을 공급하는 논 중 수요(식용)를 초과한 면적을 사료용 벼 재배지로 전환할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중장기 대책에 포함했다. 사료용 벼 재배는 구조적인 쌀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도 검토했던 방안이다.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 국내 사료시장은 한해 12조원으로, 2093만톤이 생산되고 있다. 사료를 가장 많이 쓰는 축종은 양돈으로 지난해 693만2000톤을 사용했다. 양계(601만톤)와 비육우(538만톤)도 사료 사용량이 많다. 양돈·산란계·육계·낙농업계는 모두 총 생산비 중 사료비 비중이 50%를 넘는다. 이는 국민 주요 단백질원으로 공급되는 돼지와 닭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협사료 관계자는 "농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사료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농협 입장에서는 농가 부담 때문에 사료가격을 쉽게 올릴 수도 그렇다고 계속 적자를 내면서 가격을 동결할 수도 없는 처지"라고 전했다.

글로벌 곡물 메이저 카길도 사료가격 인상분에 대한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카길 관계자는 "사료용 곡물이 올해 봄 파종이 안되면서 하반기 수확시기 사료가격은 급등할 것"이라며 "사료가격 인상에 따른 농가 부담은 올해말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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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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