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못한 일' 해내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밥값은 했어요." 7일 서울 용산구에 따르면 지난 12년간 '중앙정부도 하지 못한 일'을 도시간 교류를 통해 해냈다. 성장현 구청장은 "나들이같은 방문에 그치면 안된다"며 "외교권이 없는 지자체라도 실질적인 외교에 집중하면 중앙정부의 짐을 덜고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0년 퀴논시내 일식당에 욱일기 간판이 걸렸을 때다. 용산 국제교류사무소에서 발견했지만 외교부가 개입할 수는 없었다. 퀴논시 공무원과 지한파 시민들 응원에 힘입어 공론화됐고 간판 교체를 이끌어냈다.

지난해 5월에는 인도에서 중국으로 향하던 국내 상선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 사경을 헤매는 상황이 생겼다. 가장 가까운 병원이 베트남 다낭이었는데 봉쇄령이 내려져 입국을 거부당했다. 성 구청장은 "퀴논시 형제들에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언을 띄워 퀴논항을 통해 입국, 이송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얼굴과 말은 달라도 온 마음을 다하면 진심이 통한다"고 말했다.

그는 빈딩성에서 추천, 베트남 주석이 외국인에게 수여하는 최고등급 훈장을 받았다. 퀴논 입구인 공항에 들어서면 '용산구 자매도시'라는 안내판과 함께 한국어 환영인사가 눈에 띈다. 퀴논시는 혹여라도 한국에 식량위기가 발생하면 용산 주민들을 위한 대응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성장현 구청장은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시 가라다구에서는 원유 지원을 약속받았다"며 "지방정부 외교를 통해 자구책 마련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12년간 추진해온 또다른 역점사업은 역사문화 르네상스 특구다. 유관순 열사 추모비 건립, 효창원 의열사 재정비를 비롯해 용산공예관과 이봉창의사 역사울림관 등 역사문화관광에서 지역의 경쟁력을 찾았다. 지난 3월 용산역사박물관이 문을 열면서 박물관 9곳, 미술관 4곳을 연계한 문화관광산업 발달과 일자리 창출 등 물꼬를 텄다.

온전한 용산공원 조성과 치매마을 건립, 경부선·경의선 지하화 등은 후임 구청장이 진행·마무리해야 할 사업이다. 최연소 구청장으로 당선돼 최다선으로 곧 임기를 마친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되느냐가 가장 두려운 일"이라며 "당당하고 싶었고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일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민들에게 한없는 사랑을 받고 보답하기 위해 달려왔다"며 "멀고 먼 길 같았는데 주민과 공무원들 덕분에 걸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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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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