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으로 굳어진 세족식 … '지방정부 12년 활동기' 출간

"구청장은 권력이 아니에요. 주민들이 행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쥐어준 거죠. 그 의지를 다지기 위해 취임식때마다 전통처럼 주민들 가운데 가장 어려운 분을 모셔서 세족식을 했습니다."

행여라도 오만해지지 않고 끝까지 엎드려 섬기겠다는 다짐을 상기시키는 의식이었다. 문석진 구청장은 "물로 씻듯이 투명하고 깨끗한 행정을 하겠다는 의미도 있다"며 "세족식을 떠올리며 항상 스스로를 견제했다"고 회고했다.

전국 지자체를 견인한 성공적인 정책이 가능했던 이유다. 다양한 제안에 귀 기울이고 과감하게 행동에 옮겼다. 문 구청장은 "연세로가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된 이후 연세대도 지상 공간에서 차량이 사라지는 등 '사람 중심의 길'이 추세가 됐다"며 "단체장이라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서대문구의 변화는 그의 임기가 끝나는 이달 말까지 계속된다. 안산 자락길과 연결되는 홍제천 폭포마당에 수변카페가 문을 연다. 문 구청장은 "2010년부터 수변도시를 주장해왔는데 서울시도 이제 움직이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추진력으로 제대로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안산 자락길을 비롯해 복지 중심 동주민센터, 대학생과 독립·민주유공자 주거복지 등 12년간 그가 던진 50개 질문과 행정에서 해법을 찾은 과정을 책 한권에 담았다. '지방정부 독립선언서'(사진·태학사 펴냄)다. 15일 오후 2~8시 신촌동 연대 동문회관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지방도 정부의 관점을 가져야 미래지향적인 정책이 만들어집니다. 자치분권으로 확실히 독립하고 중앙도 지방정부로 예우해야 합니다."

문 구청장은 "상하구조에서 벗어나 대등한 관계로 재정립돼야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지방정부…'를 출간한 목적이다. 지방정부 역량이 충분히 성장했음을,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이 주어질 때가 됐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했다.

재정분권이 절실하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226개 기초지자체가 독립적으로 일을 수행하면서 지역과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가용 재원이 1000억원씩만 더 생긴다고 해도 구상이 훨씬 다양화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민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잘 할 수 있다"며 "지방을 믿고 재정분권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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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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