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가스발전 활용, 수요관리로 간헐성 개선 … 목적지향적 기술확보 체계 필요

#대한민국
2022년 1월 4일(화요일) : 날씨 맑음. 태양광 발전량 14.5GWh
2022년 1월 5일(수요일) : 날씨 흐림. 태양광 발전량 6.0GWh
2022년 1월 6일(목요일) : 날씨 맑음. 태양광 발전량 15.0GWh

#영국
2022년 1월 25일(화요일) : 바람 없음. 가스발전량 25GW
2022년 1월 29일(토요일) : 강한 바람. 가스발전량 3GW, 풍력발전량 14.8GW
2022년 1월 30일(일요일) : 바람 없음. 풍력발전량 2GW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지난 3월 29일 열린 '에너지분야 새정부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에 대해 이러한 실례를 제시했다.

대한민국의 2022년 1월 4일부터 6일까지 전력상황은 태양광 발전량이 하루 만에 절반 이하(14.5GWh → 6.0GWh)로 줄었다가 다시 하루 지나 2배 이상 증가(15.0GWh)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국서부발전이 경남 합천군 봉산면 일대에 조성한 '합천댐 수상태양광' 전경. 저수지 46만7000㎡에 41.5MW 설비용량을 갖춘 국내 최대규모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이다. 태양광패널 모양은 합천군화인 매화를 형상화했다. 사진 한국서부발전 제공


또 블룸버그 에너지전문 칼럼리스트 하비에르 블라스(Javier Blas)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2022년 1월 25일 가스발전량이 25GW에서 4일 후인 29일 3GW로 급감했다.

풍력발전량은 29일 강풍이 영국을 강타하면서 14.8GW(영국 전체 전력소비의 약 65%)까지 늘었다가 다음날인 30일 바람이 잦아들면서 2GW로 크게 줄었다.

◆태양광·풍력, 발전량 예측 어려워 = 다소 극단적인 사례지만 이처럼 운영단계에서 재생에너지의 본질적 단점은 간헐성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간헐성은 불확실성과 변동성의 특징을 지닌다. 자연조건·기상상태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고 변동성이 크다는 의미다.

따라서 발전출력 예측 어려움이 있고, 오차를 수반한다. 태양광·풍력발전을 변동성 재생에너지(VRE, Variable Renewable Energy)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태양광의 경우 낮과 밤의 일사량이 다르니 발전량 차이가 크고, 화창한 날과 구름 많은 날, 비오는 날이 각기 다르다. 풍력은 바람세기에 따라 마찬가지 영향을 받는다.

정확한 날씨 예측도 어려워 물리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상하기 어려워 효율도 낮다. 때문에 재생에너지만으론 안정적인 전력수급이 어렵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예상보다 많을 때와 예상보다 적을 때를 각각 고려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이런 역할을 하는 걸 백업설비라고 한다.

에너지저장장치(ESS)는 가장 적합한 백업설비로 꼽힌다. 발전량이 수요보다 많으면 저장하고, 수요보다 적으면 저장해 둔 전기를 흘려보냄으로써 변동성에 대비할 수 있다.

다만 아직 가격이 너무 비싸고, 우리나라에선 화재위험이 해결되지 않아 보급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전력은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해 하이브리드형 ESS를 개발하고 있다. 15년 이상 사용 가능하고 유지비용이 적은 메가와트(MW)급 고용량 슈퍼 커패시터(콘덴서) 시스템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실증에 성공하면 배터리 수명을 대폭 늘리고, 전기품질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로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소규모 지역에서 전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작은 단위의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이다. 독립형 또는 계통연결형으로 운영되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원과 ESS가 융·복합된 차세대 전력체계다.

◆현재 R&D 속도론 탄소중립 기술달성 어려워 = 현 단계에선 가스발전도 백업설비로 적합한 유연성 자원으로 평가된다.

가스터빈(GT)과 스팀터빈(ST)이 결합된 복합발전은 오프(Off) 상태에서 온(On) 상태로 전환하기까지 약 100분이 소요되지만, 가스터빈 단독으로 운영할 경우 20분 이내로 가동이 가능하다. 설치비용도 ESS보다 저렴하다.

위 영국사례를 보면 가스발전이 백업설비 역할을 톡톡히 했음을 알 수 있다. 강풍이 불어 해상풍력 발전량이 많았을 땐 발전량을 최소화했고, 바람이 불지 않아 해상풍력 발전량이 급감했을 땐 발전량을 늘리며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이어갔다.

재생에너지간 협력을 통해 간헐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태양광발전이 가장 많이 설치된 전남지역에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낮 시간엔 태양광발전이, 밤 시간엔 해상풍력이 발전량을 늘려 상호 보완하는 방법이다.

이 외에도 전력수요관리(DR)로 간헐성 한계를 완화할 수 있다. DR은 기관이나 일반 소비자가 전기를 절약하기로 수요관리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한다. 그리고 정부가 요구하는 시점에 전기 사용량을 줄이고 아낀 전기를 한전에 판매해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감했을 때 전기소비 감축을 요청할 수 있다.

공급자는 전력 공급비용을 절감하고, 수요자는 감축한 전력만큼 정산금을 받으며, 나아가 재생에너지 간헐성 단점까지 보완하는 상생방안이다.

이와 관련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간헐성 한계가 극복돼야 하기 때문에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손정락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에너지산업 MD(Managing Director)는 "일반적으로 어떤 기술개발을 한 후에도 인프라를 갖춰 실제 상용화되는 시점까지 10년 이상 걸린다"며 "따라서 지난 30년간 했던 연구개발(R&D) 속도로는 탄소중립 달성에 필요한 기술 달성이 어렵다. 전투를 하는 마음으로 목적지향적인 기술 확보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탄소중립과 재생e" 연재기사]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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