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1600명은 '유능한 동료'

대표상품보다 주민일상 챙긴다

"사람들과 눈 맞추는 걸 좋아합니다. 어린이나 허리 구부정한 어르신 눈높이에서 대화하다 보면 흥미진진해요. 선거라는 낯선 세계가 흥미진진하게 바뀌어요."

전성수 서울 서초구청장은 "처음에는 주민들 이야기를 받아 적었는데 '공무원 티낸다'는 지적을 받고는 수행원에게 맡기고 열심히 듣기만 했다"며 웃었다. 당선인 시절 대화 속에서, 휴대전화 문자로, 블로그 댓글로 받은 건의사항만 240여건에 달한다. 그는 "당선인 시절에는 참았다가 취임하자마자 각 부서에서 검토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곧 주민들에 답을 들려줄 예정이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31회 행정고시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서울시 행정과장,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인천시 부시장 등을 역임했다. 사진 서초구 제공


13일 서초구에 따르면 전성수 구청장이 강조하는 '행정 3원칙' 가운데 첫째는 '공감'이다. 주민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입장에서 공감하고 생각하는 것이 행정의 출발이라는 의미다.

지난 선거에서 그 재미를 흠뻑 느꼈다. 전 구청장은 "유세차 타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을 맞추는 주민, 주먹을 쥐어 보이고 손으로 브이(V)를 그리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니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높이게 됐다. 거리유세 이틀만에 목이 쉴 정도가 됐다. 당시 사용하던 휴대전화 번호 그대로 '성수씨의 직통전화'를 열고 주민들 의견을 계속 듣고 있다. 그는 "정책제안과 민원 등 접수·처리 과정을 날마다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일 오후는 오롯이 주민들에 할애한다. 매월 1·3주는 숙원사업이나 민원현장을 찾아가 살피고 2·4주에는 구청으로 찾아오는 주민들을 만난다. 전성수 구청장이 수요일에 수다를 나누며 공감행정을 펼친다는 의미에서 '전성수 다'라 이름 지었다.

첫 방문지는 서초1동 우면산 입구였다. 쌈지공원 시설이 낡아 개보수가 필요한데 마침 환경부 예산을 지원받은 생태습지공원 조성사업이 예정돼있었다. 올해와 내년 두차례 공사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필요가 없도록 추가경정예산을 마련하기로 했다. 전 구청장은 "구청장 되고 나면 만나기 어렵다고들 하신다"며 "주민들 생활현장이 구청장 일터라고 내걸었던 구호를 실천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의 3원칙 가운데 두세번째인 성과·나눔행정과 연동되는 부분이다. 말보다 성과로 보여주어야 하고 필요한 주민들에 그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서초 전역에 재건축 지역만 71곳.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양재 미래융합혁신지구, 수도권광역급행철도 환승센터 등 민선 8기에 실마리를 찾아야 할 굵직한 사업도 여럿이다. 서울시 청와대 행정안전부 인천시에서 30년간 갈고닦은 행정경험이 빛을 발할 부분이다.

"큰 사업도 필요하지만 생활정치 생활행정을 펼칠 겁니다. 민심·주민 편에서 움직이는 '정치행정가'라고 하죠."

그래서 1호 결재, 1호 지시사항도 '일상회복 100일 프로젝트다. 현재 티에프를 발족했고 이달 중순경에는 부서별 고민을 공유한다. 그는 또 스스로에 대해 "차별화된 아이디어보다 현장에서 체감하도록 집행력 있게 추진하는 게 강점"이라며 "선배 구청장들이 잘 만들어온 성과를 유지·관리하고 무엇을 더해 어제보다 나은 내일이 되도록 할까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일에 단련되고 역량이 뛰어난 동료 즉 공무원 1600명이 있어 든든하다. 그의 할 일은 칭찬뿐이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언제나 주민 편에서 가려운 곳을 찾아내는 감수성을 발휘하겠다"며 "주민들에게 '일 잘했다'는 평가를 받은 구청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민선8기 단체장에게 듣는다" 연재기사]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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