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 시행 1년, 체감치안 강화 성과

서울시 협력·시민참여 정책, 가능성 확인

14일 자치경찰제도가 시행 1년을 맞았다. 출범 당시 검·경 수사권 분리 물타기용, 국가경찰 체계와 차별성 부족 등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경찰이 시민 삶에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서울의 경우 서울시와 협력, 시민참여형 정책 발굴 등을 통해 자치경찰 필요성을 부각하는 효과도 거뒀다. 자치경찰을 홍보하기 위해 이름도 '서울경찰'로 바꿨다. 시민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려 노력했던 서울경찰 1년을 돌아본다.

강동구 주민들로 구성된 반려견 순찰대가 동네를 돌며 범죄예방, 위험시설 감시 등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반려견 산책·지역순찰 동시에 = 서울 자치경찰위원회는 지난 5월 강동구와 함께 반려견 순찰대를 발족했다. 강동구 주민 64명이 초대 순찰대로 참여했다. 반려견 활동교육을 마치고 지역에 대한 봉사의식을 갖춘 반려인 중 테스트를 거쳐 뽑았다.

순찰대로 선발된 반려견주는 산책 도중 위험요소를 발견하면 즉시 신고 조치한다. 범죄 위험요소를 확인하거나 방범 시설물 파손은 물론 생활불편사항도 발견 즉시 신고한다. 자치경찰 위원회는 선발부터 교육, 순찰대의 안전한 산책 및 순찰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보험·교육·물품을 제공한다.


당초 순찰보다 산책에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치안인식 개선과 지역치안·범죄예방 효과가 상당했다. 시민들 눈으로 우리동네 위험요소를 들여다보게 되면서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첫 한달 동안에 순찰대가 작성한 활동일지가 568건이나 됐다. 112 신고 9건, 120다산콜 신고는 119건에 달했다.

특히 청소년 범죄예방 효과가 컸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청소년 범죄 방지를 위한 우범지역 현장순찰, 비행청소년 선도프로그램, 학교폭력 예방·선도에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반려견 순찰대는 자치경찰이 어떻게 지역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강동구-강동경찰서-사단법인 유기견없는 도시는 순찰대를 만들기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각자 역할을 나눴다. 이른바 거버넌스(협치)가 작동한 것이다.

성과는 빠르게 확산됐다. 순찰대 출범 2달만에 9개 자치구로 확대 시행이 결정됐다. 시민들 호응은 자치구 관심을 능가한다. 혼자하는 반려견 산책에 불편을 느꼈던 반려인들, 반려견 산책과 지역 봉사활동을 겸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신청 누리집이 분주하다.

활동지역 확대 뿐이 아니다. 1기 순찰대인 강동구 주민들은 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을 서울 자치경찰위원회에 제안했다. 독거노인 동행 실버 말벗 산책, 어린이 등하교길 안전산책, 위기청소년 마음동행 산책 등 지역사회 약자와 동행할 수 있는 순찰 활동 프로그램으로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는 중이다.

◆치안정책 수립에 시민의견 반영 = 반려견 순찰대가 시민이 몸으로 참여한 정책이라면 시민정책자문단은 치안정책 수립 과정에 시민 의견을 직접 반영하는 체계다. 자문단은 지역치안 개선에 관심이 많은 311명으로 구성됐다. 우리동네 치안 관련 개선사항을 수시로 발굴하고 건의하면 위원회와 서울경찰청이 검토 후 답변을 하도록 돼있다. 이를 통해 스쿨존 속도제한 등 교통 관련 개선요청 3건과 이륜차 소음단속, 안전한 택시 등 4건의 정책개발 과제가 제안됐고 실제 서울경찰 정책에 반영됐다.

◆서울시와 협력도 맞춤형으로 = 자치경찰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이 필수다. 하지만 덜 정비된 협업 체계, 지휘권에 대한 불명확성 등 부실한 운영체계 때문에 실질적 진전이 더딘 것이 사실이다. 서울 자치경찰과 서울시는 이 틈새를 맞춤형 협력으로 메워가고 있다. 지자체 사업부서별 특성과 경찰 업무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도시교통실과는 안전한 통학로 만들기 사업을 추진했다. 도로를 넓히고 통학로를 확보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현장인력이 있는 부서와는 인적자원을 공유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는 수질검사원과 누수탐지원 등 258명의 현장인력이 있다. 재개발구역 내 빈집 등 점검이 어려운 시설물에 대해 서울경찰과 합동으로 상수도시설 및 범죄위험요소를 점검하는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최창수 사이버외대지방행정의회학과 교수는 "부족한 인력 보완, 지자체장의 자치경찰에 대한 인사권 문제가 해결돼야 서울시와 경찰 간 보다 유기적인 협조가 가능할 것"이라며 "시민이 상시적으로 참여하는 시-경찰-시민의 3각 협력체제 구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 1년 빛과 그림자" 연재기사]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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