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앞에서 '열린 취임식'

"4년간 달려도 지치지 않을 것"

"국회의원이 예우 받는 자리라고 하지만 호사가들 이야기구요. 권한이 많은 것 같아도 실제 지역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입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을 역임했고 16대와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달에는 민선 8기 첫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에 선출됐다. 사진 서대문구 제공

이성헌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취임하고 보니 (구청장 출마) 선택을 잘했다"며 "순서와 시간의 문제일 뿐 26년간 하고자 했던 사업들을 다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16대·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6년간 당협위원장을 맡았던 그가 국회의원 출마가 아닌 기초단체장을 택했다. 거물급 인사답게 결과는 1만표 차이 가까운 낙승이었다. 이 구청장은 "서대문에서 50년 가까이 거주했는데 지역발전은 마음대로 안됐다"며 "이제 일만 열심히 하면 눈에 보이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1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민선 8기에 내세운 목표 '젊은 경제' '바른 행정' '신속 성장' 가운데 주민들이 가장 시급하다고 꼽는 건 성장이다. 이성헌 구청장은 "국회의원 재임 당시 재건축·재개발 지역이 60여곳에 달했는데 25곳이 중단됐다"며 "그동안 인근 종로 마포 은평은 크게 바뀌어 주민들이 박탈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단지 아파트를 짓는 문제가 아닙니다. 도로 공원 공동체공간 등 요즘 주민들이 선호하는 부대시설이 갖춰진 새로운 도시가 되는 겁니다."

이 구청장은 "1만세대 아파트단지에도 대형마트가 없어서 멀리 서울역으로 은평으로 마포구 상암동으로 장을 보러 간다"며 "서대문이 낙후됐다고 평가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선거기간 약속했던 내용을 취임식에서 재확인했다. 그는 서울 구청장 가운데 유일하게 거리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홍제동 인왕시장 앞이었다. 1970년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로 손꼽혔지만 이제는 50살이 넘어버린 유진상가를 포함한 일대 개발사업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는 "12년간 사업이 멈춰있었는데 공공개발 방식에 주민 65%가 동의했다"며 "48층 높이 서울 서북권 코엑스가 들어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취임식에 특정인만 초대하잖아요? 초청장 없이도 누구나 참여하고 또 그 주민들에게 구청장이 어떤 일을 할 지 명확히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당일 새벽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일대 청소를 하고 취임식 직전에는 인왕시장과 유진상가를 방문, 상인들 어려움을 귀담아 듣고 상권 활성화에 주력하겠다는 약속을 건넸다. 서북권 코엑스를 비롯해 남·북가좌동 가재울지역에는 디엠시(DMC) 타워를, 신촌지역 대학가에는 신 대학로를 조성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목표다.

성장과 경제를 뒷받침하는 동력은 행정이다. 주민들이 신뢰를 보내준 만큼 개인의 능력에 기대기보다는 공무원들과 호흡을 맞춰 현안을 풀어갈 계획이다. 취임 이후 첫 부서별 업무보고회부터 남달랐다. 보고와 지시가 아니라 구청장과 직원 소통에 중심을 두었다. 과·팀장과 함께 실무 직원들까지 참여해 원탁에서 대화를 나눴다. 보고 자료도 물론 없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로 익숙해진 비대면회의를 동주민센터를 지키는 동장과 공무원, 500여명에 달하는 통·반장까지 확대해 일상적으로 소통한다. 특정 인물이나 목소리 큰 주민에 국한됐던 소통을 다수의 주민들이 참여하는 열린 행정으로 바꾼다는 구상이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4년 내내 달려도 지치지 않을 것 같다"며 "정치인에서 행정가로 변신, 살기 좋은 서대문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민선8기 단체장에게 듣는다" 연재기사]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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