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초 시행착오 겪는 중, 당과 힘 합쳐 극복할 것

대통령 집무실 용산이전, 한강르네상스와 시너지

정교하지 않은 소상공인 채무감면 정책 재검토 필요

오세훈 시장(사진)은 지난 6.1 지방선거를 통해 최초로 4선 서울시장이 됐다.

사진 이의종

선거기간 다양한 기록도 세웠다. 서울 25개 자치구 뿐 아니라 424개 동 전체에서 상대 후보에 앞섰다. 민주당 일색이었던 서울시의회를 국민의힘이 2/3 이상을 차지하도록 이끌었다. 1명이던 국민의힘 구청장은 오 시장 당선과 함께 17명으로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지방선거 뒤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은 여권 차기 대선주자군 중 단연 1위에 올랐다.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그런 그가 취임과 동시에 이름부터 생소한 '약자와의 동행'을 전면에 내걸었다. 그는 "국민의힘이 부자들을 위한 정당이란 오명을 벗겠다"며 "보수당이 약자를 보듬고 배려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전환점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약자와의 동행'을 자신이 정치하는 이유이자 평생의 과업이라 말한다.

일각에선 '약자와의 동행'은 부자감세 등 윤석열정부 기조와는 다른 방향이라 현 정부와 차별화가 시작됐다고 해석한다. 그래서 집권 초기 지지율 하락으로 어려움에 처한 윤석열정부에 대한 그의 생각이 더 궁금했다. 오 시장의 답변은 예측과 다르지 않았다.

오 시장은 "바닥을 찍었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면서 "집권 초에 누구나 겪는 시행착오일 뿐 당과 힘을 합해 곧 극복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데 그쳤다.

국회의원과 4선 서울시장을 거친 후에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다. 가장 유력한 여권 차기 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을 지난 25일 만나 서울시정과 정치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보수정당 유력 정치인으로서 약자와의 동행을 내건 건 이례적이다.

열심히 살면 성공과 행복이 보장되는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젊은이들 좌절도 여기에 기인한다. 부강한 국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인센티브제가 정확하게 작동하도록 하면 된다. 문제는 거기서 뒤처진 이들, 빈부 격차를 어떻게 좁힐 수 있느냐다. 10년 정치공백기 내내 끊임없이 매달린 화두이자 고민의 결과다.

한국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세계 10위 경제강국이 됐지만 발전 속도를 못 따라가 뒤처진 개개인 약자에 대한 배려는 부족했다. 대한민국은 OECD 36개국 중 30번째로 불평등이 심각하다. 앞세대의 격차는 그대로 다음세대로 이어져 계층 이동의 기회도 사라진다. 약자와의 동행 없인 지속가능한 사회가 불가능하다.

■윤석열정부 지지율이 출범 두달만에 급락했다.

지지율 하락 원인은 딱 짚어 무엇 때문이라 얘기하기 어려운 문제다. 여러 원인이 겹치면서 이뤄진 일이다. 집권 초에 누구나 겪는 시행착오라 생각한다.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으면 바뀌게 된다. 안 바뀌면 이상한 거다. 바닥을 찍었다는 것은 앞으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거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윤정부 지지율과 당 지지율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는데

둘 다 같이 떨어졌더라. 정당 지지율도 같이. 정부 따로 있고 여당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정부 여당은 늘 같이 간다. 떼놓고 볼 수 없다.

■용산에 대한 관심이 크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상충하는 지점 없나

오히려 촉진하는 면이 있다. 용산에는 공원과 국제업무지구 두 가지 프로젝트가 있는데 두 개 모두 서울시가 추진하는 한강 르네상스와 상호보완관계,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 각종 사업 인가도 문제없이 나고 있다. 오히려 호재다.

■정부가 추진하는 빚탕감 정책이 논란이 되고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코로나 때문에 어려워진 분들 돕는 건 확실히 필요한 일이다. 다만 도와주는 방법론 중에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할 몫을 지방정부나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신용재단 같은 곳에 떠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둘째는 형평 원칙이다. 불공정이 발생하면 안된다. 모두가 어려웠지만 나랏돈 안 쓰고 버틴 분, 성실하게 갚고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아서야 되겠나. 처음 발표할 때 정교하게 구상을 안했기 때문에 이런 비판이 나오고 있는 거다.

■최근 정부의 행보를 보면 빚탕감 정책처럼 생색은 정부가 내고 재정 부담은 지방에 지우는 경우가 많다.

국가 사무의 지방 이양은 꾸준히 늘어나는데 재원 보전은 부족하니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서울만 해도 시민 1명당 조세부담액은 17개 시·도 중 1위인데 예산액은 15위다.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감면 기조에 따라 대중교통 요금도 동결했지만 그에 따른 손실 누적을 정부가 한푼도 지원하지 않는다. 지방분권 현실화라는 명분을 넘어 민생위기 최일선에 있는 지방정부 현실을 고려해 재정 지원을 현실화해야 한다.

■균형발전 차원에선 서울과 지방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기도 한다.

서울시 경쟁상대는 대한민국 지방이 아닌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등 글로벌 도시다. 서울의 경쟁력이 나라의 경쟁력을 견인할 수 있다. 서울의 자원을 지방으로 옮기는 것은 지방소멸 대안이 될 수 없다. 다만 국내 정치 논리 등으로 불가피할 경우 (산업은행처럼) 이전을 검토할 수 있지만 그 경우에도 서울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균형발전이란 명분 아래 서울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정책은 서울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 마이너스 게임이다.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불안요소가 많다. 국제 정세 불안과 원자재 상승, 그로 인한 건축비 인상 등. 주택공급 정책에 차질이 생기는 건 아닌지

지난 10년간 지나치게 억제를 한 게 문제지 지금 속도가 안 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서울시내 재개발 재건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건 재앙에 가깝다. 시차가 필요하다. 부동산 시장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지금 정도 속도가 적절하다.

■최근 김동연 경기지사, 유정복 인천시장과 깜짝 만남을 가졌다. 어떤 이야기 나눴는지

첫 만남인 만큼 현안 얘기는 최소화했다. 처음부터 일 얘기 하면 모임이 잘 이어지겠나. 선거 뒤 두분이 찾아왔을 때 3자 협의체 제안을 제가 먼저 꺼냈다. 모임은 정례화하기로 했다. 다음달엔 인천, 그 다음은 서울에서 할 예정이다.

■단체장들과 만남뿐 아니라 수도권 정책에 관심을 많이 표명하고 있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보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서울에 주소를 둔, 투표권을 가진 분들만 서울시민으로 생각했는데 일은 서울에서 하는데 매일 1~2시간씩 출퇴근하는 분들 애환을 보고는 "아 저 사람들도 서울시민이구나, 저분들을 시민으로 여기고 정책을 펼쳐야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눈 떠 있는 시간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아니면 누가 서울시민이겠나. 그런 분들이 200만명이나 된다.

["민선8기 단체장에게 듣는다" 연재기사]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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