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자치경찰위원회 인사·예산권 없어

제주·세종·강원도 이원화모델 실시 기대

자치경찰제도 시행 1년을 맞았지만 시민들은 체감하지 못한다. 지자체에서도 자신들 업무라고 여기기 힘들다. 조직도, 예산도, 심지어 인사권도 여전히 국가경찰에 남아 있다. 반쪽짜리, 무늬만 자치경찰이란 오명을 벗으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와 함께 시행 1년을 맞은 자치경찰제의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짚어봤다.

◆정비 덜 된 경찰법, 현장혼란 부추겨 = 2일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에 따르면 현행 법에는 자치경찰 개념과 기능에 대한 언급이 없을 뿐 아니라 지방자치법과도 연계되지 않아 운영상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 경찰법 제4조 1항에는 '자치경찰 사무는 경찰의 임무 범위에서 관할 지역의 생활안전, 교통, 경비, 수사 등'이라고 명시돼 있을 뿐 자치경찰의 목표 개념 기능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부실한 제도 정비는 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진다. 출동은 시민안전, 동네 치안의 핵심업무 가운데 하나로 지구대와 파출소가 담당한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국가경찰 관할인 112 상황실 소속이다. 업무는 자치경찰 영역인데 소속은 국가경찰인 기형적 구조다. 지구대, 파출소 등 지역경찰은 자치경찰 소속으로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권한도 애매하다.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는 독립된 행정기관이면 당연히 있어야할 예산 편성권과 인사권을 갖고 있지 않다. 처분권이나 집행권이 없으니 심의나 의결을 통해서만 지휘·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자치경찰 사무를 2023년부터 지방이양사업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지자체에서는 재정확보 대책도 없이 관련 사무를 지방에 넘기면 운영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뿐만 아니다. 지역특색을 살려 주민맞춤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치경찰 본래 취지가 더욱 훼손될 수 있다.

◆자치경찰 개선 방향은 '주민 중심' = 전문가들은 국가경찰 중심 일원화 모델에서 문제를 찾는다. 외형은 그대로 두고 사무만 국가경찰사무, 자치경찰사무, 수사경찰사무로 구분해 각각 지휘·감독 주체만 달리하는 모델이다. 업무 수행도 기존처럼 국가 조직과 인력이 담당한다.

지난달 12일 서울 자치경찰 1주년 포럼에서 황문규(중부대 교수) 경남 자치경찰위원장은 "일원화 모델에선 모든 책임이 시·도별 자치경찰위원회에 돌아간다"며 "성공 여부가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에 지나치게 의존돼 있는 건 기형적"이라고 지적했다. 황 위원장은 "자치경찰위원회를 매개로 해서 지방행정과 치안행정 간 이해와 협력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정부가 대선공약 이행 차원에서 자치경찰 이원화 모델 시범사업을 확정했다. 제주 세종 강원특별자치시·도에서 국가경찰과 이원화된 자치경찰 모델을 시범 운영한다.

진정한 자치경찰제가 실시되려면 기초지자체 단위로 적용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기초 단위)에서 치안수요에 부응하려면 현재와 같은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로는 한계가 크다는 것이다.

개선 방향은 주민 중심·수요자 중심이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의 자치경찰제는 경찰의 업무영역 확보에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주민을 중심으로 한 '자치' 영역이 상대적으로 미비하다.

이상훈 대전대 교수는 "자치경찰 인사 사무에 주민참여를 확대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치안서비스 공급의 효율성 측면만 집착하는 국가경찰 중심을 넘어 기초단위 자치경찰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경찰' 1년 빛과 그림자" 연재기사]

이제형 구본홍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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