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시·혁신행정·직접소통 '3원칙'

구청장 권한 제한적이나 역할 무한대

"선거때나 취임 이후나 주민들이 하시는 말씀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 부담감은 훨씬 커요.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결벽증 같은 거예요."

이기재 서울 양천구청장은 "정치권에 오래 있었고 행정체계도 잘 알고 있어 일 관련 부담은 없다"면서도 "그간 진행해온 주요 사업에 어느 정도 변화를 줄지 구체적·현실적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5대 공원 대수선이나 서부트럭터미널 기부채납 부지에 들어설 공연장이 대표적이다. 설계까지 진행된 공원 대수선은 큰 돈 들이지 않고 시설을 보수해 주민 만족도를 높일 방안을 찾고 있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관리비 부담이 큰 공연장은 사업자 피해 없이 더 많은 주민들이 선호하는 문화체육시설로 바꾸기로 했다. 그는 "크고 작은 문제에 대해 빠르게 판단하는 것이 리더의 자질"이라며 "주민들이 원하고 미래에도 충분한 쓰임새가 있는 시설로 채워가겠다"고 강조했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대통령실 행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책보좌관, 제주특별자치도 서울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사진 양천구 제공


10일 양천구에 따르면 이기재 구청장은 '현장 중시' '혁신행정' '직접 소통' 세가지 원칙을 공표했다. 건설현장 근무경험까지 갖춘 그는 "나가면 눈에 보인다"며 "도시문제 해법을 찾고 주민들을 만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취임 직후 18개 동을 순회하면서 '손톱밑 가시'같은 동네문제를 190건 이상 찾았다.

혁신은 대대적인 게 아니다. '조금씩이라도 바꿔보자'는 의미다. 그의 머릿속에만도 다양한 구상이 가득하다. 이 구청장은 "문제의식을 갖고 더 좋은 방향을 고민,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주민들과 직접 소통에는 선거당시 배포했던 명함 10만장에 적힌 휴대전화를 그대로 활용한다. 구는 최근 구청장 직통 문자 전용 전화를 개통했다. 주민들 문자는 바로 관련 부서에 던진다. 답변 기한은 사흘. '스피드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서비스 수준을 인정받지 못한다'며 공무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토목공학 도시공학을 전공한 도시계획전문가, 기술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건설회사에서 10년간 근무했던 경력, 산업자원부 정책보좌관과 제주도 서울본부장…. 다방면에 걸친 실무경험은 묵은 과제를 해결하는데 제격이다. '7대 숙원과제'도 정했다. 목동아파트 등 30년 이상 된 아파트 재건축을 비롯해 주택가 재개발과 2호선 지선 연장, 신월사거리역 신설 등이다. 서부트럭터미널 조속 개발과 공항소음피해지역 주민 피해 지원 확대, 국회대로(신월IC~목동교) 상부공원화 사업과 목동운동장 일대 복합스포츠공원 조성도 있다.

"1980년대 모습이 여전한 양천이 '살기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으면 최상이겠죠. 그런데 타당성 조사와 예산 수립을 하고 나면 임기가 끝날 겁니다. 주민들 기대를 희망으로, 성원을 성과로 돌려드리기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새로운 양천시대 초석을 놓을 시기에 역사적 소임을 맡았다"며 "새로운 도시의 모습을 그릴 수 있는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구청장 권한은 제한적이지만 역할은 무한대"라며 "7대 숙원과제를 해결하는 최고경영자같은 구청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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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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