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발행금리 하락 … 환율 안정 효과로 구원투수 될까

외국인, 증시에서 올해 17조원 순매도 … 30% 비중 위태

미국발 금리인상 충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파운드화 쇼크 등 유럽발 악재가 이어지며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이탈이 잇따르며 코스피는 장중 2200선이 무너지고 원달러환율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런 가운데 오는 30일 한국이 세계 3대 채권 중의 하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될지 여부가 결정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WGBI 편입 시 외국인 자금이 최대 71조원 추가 유입될 것이라 기대하며 향후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관찰대상국에만 올라도 투자 심리 개선으로 환율이 안정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급격한 환율 변동성,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 간 과세 형평성 논란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 심화 =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들은 올해 초부터 전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2조5720억원, 코스닥에서 4조2660억원 총 16조8380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9월에도 순매도세는 이어지며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2조 1769억원, 코스닥에서 409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원화가치는 속절없이 추락했다. 26일 원달러환율은 하루에만 25.5원 급등하며 1434.8원을 터치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27일엔 코스피가 2년 2개월 만에 장중 2200선이 무너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강도 높은 긴축을 이어가면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고, 사상 최고 수준의 달러 강세 현상이 계속되자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르게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코스피 시장 전체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의 비율은 30.68%로, 글로벌 금융 위기였던 지난 2009년 8월 이후 13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30%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의 자금이탈 우려가 나온다. 이미 지난 6월 외국인은 국내 상장채권 9340억원을 순회수하면서 자금이탈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7월에는 6월 만기 자금을 다시 투자하면서 순투자로 돌아섰지만 8월에 다시 총 1조8520억원을 순회수하며 자금이탈 규모가 확대됐다.

강영숙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외국인 채권자금의 유입강도가 약화되고 유출입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원화채권의 WGBI 편입 여부가 금융시장 안정에 주요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금융시장 안정 기대 = 이런 가운데 오는 30일 새벽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그룹은 한국의 WGBI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 등재 여부를 발표한다. WGBI는 러셀그룹이 관리하는 채권지수로 미국, 일본, 영국 등 24개 주요국 국채가 편입된 지수로 선진국 국채 클럽으로 불리며 자금 규모는 2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최근 편입이 결정된 국가는 뉴질랜드로 오는 11월부터 실질적으로 편입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대국 가운데 WGBI에 편입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인도뿐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일본(16.61%), 중국(0.99%), 말레이시아(0.43%), 싱가포르(0.35%) 등이 이미 편입되어 있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국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WGBI 편입을 적극 추진해 왔다.WGBI 편입시 채권 발행 금리가 낮아지고 외화 자금이 추가로 들어오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 저변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소수의 특정기관에 집중되었던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는 다양한 기관에서 고르게 견조한 유입 흐름을 보였다는 점에서 원화채 투자 저변이 강화됐다"며 "원화채권 WGBI 편입 및 외국인의 국채·통안채 투자 비과세 등은 향후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 증가, 국채금리 하락 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국내 금융시장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은 최저 50조원, 최대 71조원으로 예상된다.

금융연구원은 편입 성사 시 50조~6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연간 5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의 이자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된다.

하이투자증권은 한국이 최종 편입에 성공하면 최대 71조원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김 연구원은 WGBI가 시장가치에 의해 구성비중이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한 한국 비중은 약 2.05%로 추정하며 WGBI를 추종하는 펀드가 약 2.5조달러라면, 한국 채권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규모는 510억달러(환율 1400원 환산 시 71조원)로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외국인의 월평균 국고채 순매수액은 3조4000억원 수준인데 만약 WGBI 편입 시에는 월간 국고채 시장에는 추가 6조원 유입이 가능하다"며 "이는 최근 외국인 자금 이탈과 그에 따른 환율 급등(원화 가치 급락) 등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시키며 향후 금융시장 안정에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기대보다 많은 금액 유입 = 한편 해외 국가들의 글로벌 채권지수 편입 후 사례를 살펴모면 중국의 경우엔 블룸버그(BBGA)와 제이피모건(JPM)지수 편입 시 실제 외국인 자금 유입 규모가 예상치를 상회하며 중국 채권시장에 우호적 수급으로 작용했다. 2019년 중국이 글로벌 채권지수에 편입할 당시 시장전문가들은 2가지 지수 편입에 따라 1400억달러 자금 유입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 들어온 자금은 1947억달러로 500억달러가 더 들어왔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2007년 7월에 WGBI에 편입됐다. 편입 직전 6개월간 25억달러가 유입되고 편입 후 6개월간 21억달러가 추가로 유입됐다.

2010년 10월 WGBI에 편입한 멕시코의 경우 편입 전 외국인 비중은 24%였지만 이후 30%대로 증가했다. 김명실 연구원은 "외국인 원천징수 개편안과 WGBI 편입추진은 다양한 경로로 원화국채 수요를 증대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인 투자 문턱 낮출 수 있나 = 문제는 한국이 WGBI 편입의 조건을 갖추고 있냐다.

WGBI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시장규모(size), 신용도(credit), 진입장벽(barriers to entry)의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세 가지 요건 충족 시 WGBI 워치리스트에 등재되고 3개월 연속으로 세 요구 조건 충족이 지속된다면 돌아오는 분기 말에 WGBI 편입 여부가 발표된다. 이후 실제 인덱스 편입은 6개월 뒤로 추정된다.

한국은 이미 발행 잔액 액면가 500억달러(액면가 기준) 이상,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신용등급 A- 이상 등 정량조건은 이미 충족한 상태다. 다만 외국인이 얼마나 자유롭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정성조건은 충족하지 못한 상황이다. 외국인 투자에 제한이 없는 시장 환경(레벨2)을 만들어야 낙점을 받을 수 있는데 현재 한국은 '일부 제한이 있는 상태'(레벨1)에 머무르고 있다.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만큼 외국인의 투자 문턱을 낮춰줘야 한다.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채투자 시 이자·양도소득에 대한 면세가 2023년 1월부터 시행되어 진입장벽에 대한 편입요건이 충족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는 국내 투자자와의 형평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며, 외국인 채권 자금이 늘어날 경우 위기 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 채권 투자 비과세는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사안이라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아직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WGBI 편입을 추진했으나, 최종편입이 무산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화 약세 및 채권 자금이 이탈하자 정부는 WGBI 편입을 추진했으며, 이를 위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면제하는 세제 개편안을 추진했지만, 2010년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정부는 비과세 방침을 백지화했고 WGBI 편입은 무산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인 2020년 10월에도 정부는 WGBI 편입을 추진했지만, 2009년과 같은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세계국채지수 편입 재도전 성공할까"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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