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 비과세 통과·글로벌 경기침체·킹달러 등 변수

한국이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으로 이름을 올리며 선진국 국채 클럽에 한발 다가섰다. 최종 편입은 내년 9월에 결정되지만 투자심리 개선으로 환율이 안정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외국인 국채 투자 비과세 등 최종 편입까지 거쳐야 할 제도적 과제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 자금 유입이 예상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또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킹달러 분위기가 강한 상황은 자금유입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3월 최종 편입 결정… 지수 편입은 9월 =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 산하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그룹은 한국을 WGBI 관찰대상국으로 등재한다고 발표했다. 만약 한국이 이달 WGBI 관찰대상국에 등장하면 내년 3월 반기보고서를 통해 최종 편입 여부가 발표된다. 이 경우 실제 지수 편입은 내년 9월경으로 예측된다. (내일신문 9월 28일자 10면 참조)

WGBI는 러셀그룹이 관리하는 채권지수로 미국, 일본, 영국 등 23개 주요국 국채가 편입된 지수로 자금 규모는 2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뉴질랜드는 오는 11월부터 공식 편입되어 총 24개국으로 확대된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일본(16.61%), 중국(0.99%), 말레이시아(0.43%), 싱가폴(0.35%) 등이 이미 편입되어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세계국채지수 편입이 최종 성공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은 최저 50조원, 최대 71조원으로 예상하며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력에 주목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WGBI가 시장가치에 의해 구성비중이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한 한국 비중은 약 2.05%로 추정된다"며 "WGBI를 추종하는 펀드가 약 2.5조달러라면, 한국 채권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규모는 510억달러(환율 1400원 환산 시 71조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자금 이탈과 그에 따른 환율 급등(원화 가치 급락) 등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시키며 향후 금융시장 안정에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WGBI 편입 시 국가마다 자금유입 속도는 달랐다. 김 연구원은 "말레이시아와 멕시코는 액티브 펀드에서 자금이 3개월 전부터 들어오기 시작했고, 중국은 실제 편입 이후 자동으로 유입됐다"며 "한국의 경우 지수 편입이 예상되는 내년 9월이면 금리 인상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시기라 자금 유입은 활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 산적 =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또한 달러 강세가 글로벌 이슈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WGBI 관찰대상국에 오른 소식만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외국인 채권 투자 비과세는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사안이라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아직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국내 투자자와의 형평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며, 외국인 채권 자금이 늘어날 경우 위기 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국고채 이자소득의 경우 14% 세금을 매기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7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외국인의 국채투자 시 이자·양도소득에 대한 면세, 즉 '외국인 국채 투자 비과세' 안을 내놨다. 이 조치는 2009년 도입됐다가, 과도한 해외자본 유입으로 인한 원화 강세 우려가 불거지면서 1년 반 만에 폐지된 바 있다.

감면 조치로 외화자금이 과도하게 많이 들어와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선까지 내려오는 등 원화 강세가 이어졌고,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 수출 호조로 모처럼 활기를 띤 한국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면서 정부는 2011년 1월 외국인 채권 투자자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없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 자금은 양면성이 있다"며 "일정 정도 자금이 있는 것은 수익성이나 안정성에서 도움이 되지만 너무 많은 금액이 들어올 경우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파죽지세로 강세흐름을 보이고 있는 달러화가 현재 시장의 문제 근본 원인이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환율 안정에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 알 수 없다"며 "외국인 국채 투자 인센티브만으로 실제적인 효과가 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계국채지수 편입 재도전 성공할까"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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