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업무·문화 공존하는 '직·주·락'

사업자 아닌 주민 중심 역세권사업

"중구는 상업기반이 탄탄하지만 조선시대 600년 도읍지로 오랜 역사만큼 문화자원도 풍부합니다. 그런데 획일적인 도시계획으로 인해 밤과 주말이면 텅 비는 공동화 현상이 심각합니다."

김길성 서울 중구청장은 "주거 업무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가 지속가능성이 있다"며 "중구 주민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위한 행정을 통해 세계적인 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청와대 대변인실 행정관, 경기 용인도시공사 사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사무국장,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사진 중구 제공


11일 중구에 따르면 민선 8기를 대표하는 핵심어는 '직·주·락(樂)' 즉 주거 업무 문화다. 대기업이 몰려있는 을지로부터 업무와 주거를 나누는 장벽을 허물고 상업시설과 함께 살 곳을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운지구 사업이 길잡이가 된다. 100층 건물에 업무·상업공간만 배치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설계하고 편의시설과 휴식공간을 더하고 있다.

공간을 채울 문화요소는 충분하다. 숭례문 덕수궁 한양도성 등 역사자원을 비롯해 국립극장 충무아트센터 서울시립미술관 등 공연·전시장, 젊은이들이 독창적인 문화를 만들고 소비하는 을지로·명동까지 범주도 넓다.

새롭게 주목을 끌 숨은 자원도 많다. 영화 '명량' '한산'으로 국민적 관심이 커진 이순신 장군이 태어난 집터가 을지로 골목에 있다. 현재는 생가 터를 알리는 현판이 전부다. 충무공을 천거한 조선의 명재상 서애 유성룡도 지금의 충무로에 살았는데 표석 하나와 '서애길'이라는 이름만 남아 있다. 김 구청장은 "중구에서 성장해 지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인식이 남다르다"며 "당장 돈이 안되고 주민들 호응을 얻지 못해도 꾸준히 관심 갖고 투자하면 강남보다 매력있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청와대 개방과 연계해 남산부터 명동 청계천 고궁까지 걷는 관광코스, 다산성곽 한양도성길에 늘고 있는 공방 갤러리 화원을 활용한 예술문화거리도 즐길거리 일환이다. 공원에 미술품 조각품을 더해 지붕 없는 미술관을 조성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지역 예술인을 위한 거리공연 무대를 마련하는 방식도 구상 중이다.

다산로가 우선 적용 대상이다. 3·5·2호선과 6호선이 교차하는 약수·청구·신당역을 잇는 2.8㎞ 구간인데 종상향을 통해 주거와 업무·상업지 공존구간을 확대하는 역세권 개발을 추진한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찾아가는 주민설명회'를 열고 정확한 정보제공에 주력해왔다. 주민들이 제대로 알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는 "300석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호응이 크다"며 "개발업자가 아닌 주민들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갈등 방지와 사업 동의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취임 후 100여일은 주민설명회를 비롯한 소통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주민들 욕구를 파악하는데 힘을 쏟았다. 여기에 직접 소통 창구를 더하고 주민간, 주민과 공공간 갈등을 조율하는 전담반과 동단위 위원회도 구상 중이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아쉬움과 어려움도 있지만 '살기 좋은 이웃, 평화로운 동네'를 목표로 끊임없이 소통하겠다"며 "4년 뒤 '중구 출신이 동네를 위해 필요한 일을 했다'고 주민들이 평가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선8기 단체장에게 듣는다" 연재기사]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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