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은 사진 보내기 하려면 더보기 버튼을 누르고요. 다음에 화면을 길게 누르면 '공유'가 나옵니다. 그다음 받을 사람을 찾고, 카톡에서 친구가 나오면 눌러서 보내면 됩니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롯데리아 동묘역점에서 열린 디지털 약자 어르신 키오스크 교육에 참여한 서울재가노인복지협회 소속 어르신들이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는 과정을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지난 17일과 24일 두 차례 찾아간 서울 성동구립 왕십리도선동 노인복지센터 2층 정보화교육장에서 70대 후반의 김동해씨(가명)가 일대일로 스마트폰 교육을 받고 있었다.

사진 보내기가 이해됐는지 김씨는 이제 이메일로 보내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70대 강사는 설명을 시작했다. "사진을 길게 누른 뒤 새메시지에 주소를 치세요. 한글로 써지네요. 다시 영문으로 바꾸시고요. 아 소문자로 치셔야죠. 그리고 골뱅이 기호 넣고, com 입력한 뒤에 이제 보내세요" 20분 시간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메일이 제대로 보내지지 않고 '없는 이메일'이라는 메시지가 뜨자 김씨와 강사는 모두 겸연쩍게 웃었다.

이 교육장에서는 일대일뿐 아니라 일대이, 여러 명이 함께 배우는 스마트폰 교육이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스마트폰 설정과 기본으로 깔린 앱부터 가르칩니다. 사진 찍고 보내기, 지도 보기, 카카오톡 사용, 교통편 정보 보기를 보통 알려주지만 사람마다 수준 차이가 나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프로그램은 변하게 됩니다" 70대 나이의 강사는 말했다.

다른 교육장에서 '스마트폰으로 물건 구매하기'를 가르치는 또 다른 강사는 60대 이상의 사람들은 어디서도 컴퓨터를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디지털기기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다고 했다. 사람 따라 수준과 이해도 차이도 크다고 했다. 그러나 배우겠다는 의지는 강해 수업에 잘 빠지지 않고, 교육 일정이 끝나면 다른 교육을 또 수강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특히 일대일 교육은 인기가 높아 대기 순번이 걸려 있다고 했다.

70대 김상란씨는 "문자 보내고 전화 받는 것밖에 몰라 자식들에게 가르쳐 달라고 했지만 귀찮아하고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이곳에서 일대일 교육을 받은 뒤 손녀딸 말도 알아들을 수 있게 되고 카톡 문자도 보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성동구에 거주한다는 김경희씨는 스마트폰은 항상 업그레이드되는 데 따라가려면 계속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교육받고 있다고 했다. 실생활에 접목되는 게 많고 자식들과 소통도 되기 때문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만족해했다.

금호동에 사는 80대 김재평씨는 대통령선거 때 보니 스마트폰 하는 친구와 안 하는 친구 수준이 너무 차이가 났다고 했다. 유튜브와 카톡에 정보가 넘쳐 많은 것을 알게 된다며 특히 스마트폰 교육을 받고서 지방 갈 때 기차편 예약을 할 수 있게 된 게 유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방 배우고도 까먹고 그 자리에서 잊기도 한다"며 "그래도 배워야 한가지라도 얻어간다"고 밝혔다. 또 "인터넷으로 배우면 한번 설명하고 끝나는데 현장에서 배우면 모르는 걸 다시 알려주고, 수준에 맞춰주기 때문에 나이 든 사람은 현장에서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한국갤럽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률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7%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60대는 98%가 스마트폰을 이용했고 70대 이상은 남성 97% 여성은 69%가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조사한 결과 노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을 100으로 볼 때 60대는 77.1 70대 이상은 46.6에 그쳤다.

한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와 비대면 트렌드에 급속도로 민간분야(영화관 요식업 대형마트 생활편의시설 등)에 키오스크가 확산해 2019년에 비해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장의 한 수강생은 "노인들도 배달앱 기차표 구입 영화예매 키오스크 모바일뱅킹 등 디지털은 피할 수 없는 일상이다"며 "디지털 문화가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배우지 않으면 살기 어렵게 생겼다"고 말했다.

노인복지센터 관계자는 "고령층 디지털정보화 역량 강화를 위해 '찾아가는 디지털 배움터' 등 스마트폰 활용뿐 아니라 우리 생활에 근접해 있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종성 포용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장은 "고령층의 경우 물어볼 사람도 적고, 미디어 접근도 어려워 정보활용에 더 어려움을 겪는 만큼 디지털 도우미를 파견해 돕는 방식의 교육이 효과적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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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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