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론 커지면 국정운영 직격탄 … "비난과 정쟁 멈추고 합심할 때"

경찰·서울시·용산구 전부 여권 관할 … 행안부장관 발언 논란 키워

유승민 "행안부장관 당장 파면" … 김기현 "파면 언급 바람직 안해"

이태원 참사 원인을 놓고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여권은 '책임론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전전긍긍하는 표정이다.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애도 묵념 ㅣ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와 참석자들이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여권은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닌 추모의 시간"이라며 책임론 논란을 애써 피하려 하지만, 불똥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태원 안전 관리와 연관된 경찰과 서울시, 용산구가 전부 여권 관할인데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의 '발언'이 이미 분노한 민심에 기름을 부은 꼴이기 때문이다.

참사 사흘째인 1일 여권은 책임론의 불똥이 자신을 향할까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수습이 우선"이라는 논리로 책임론 논란 확산을 막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닌 추모의 시간"이라며 "정부의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 지원책 마련을 차분하게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책임을 따지기보다 수습과 추모에 집중해달라는 당부다.

권성동 의원은 같은 날 "국민적 슬픔을 당파적 분노로 전도시켜서는 안된다" "추모를 정쟁으로 변질시켜서도 안된다" "비극적 사고가 혼란과 갈등, 정쟁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정치권에서 책임론 공방이 커지는 걸 경계했다.

다만 여권이 책임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행정과 안전 책임을 지고 있는 경찰과 서울시, 용산구가 전부 여권 관할인게 일단 부담이다. 경찰은 행정부 소속이고,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앞으로 참사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서울시, 용산구로 책임론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

이 행안부장관 발언도 책임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이 장관은 참사 직후 이틀에 걸쳐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이나 소방의 대응으로) 사고를 막기에 불가능했다는 게 아니라 과연 그것이 원인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앞으로도 대참사를 면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의 정확한 사고 원인(발표)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조차 "책임 회피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1일 SNS에 헌법 34조 6항인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문구를 올렸다. 유 전 의원은 전날 "위험할 정도로 인파가 몰릴 것을 미리 예상하고 정부는 사전에 대비했어야 한다. 경찰이든 지자체든, 그게 정부가 했어야 할 일"이라며 이 장관 파면을 요구했다.

보수성향인 장성철 시사평론가는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행안부장관의 발언을 듣고 좌절감을 느꼈다"며 "여러가지 법적, 제도적인 기반이 미비해서 경찰을 동원해서 질서 유지를 하는 것은 월권이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공직자의 기본 자세가 안 돼 있다라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권내에서는 책임론 공방 대신 수습과 애도로 방향을 잡으려는 노력이 계속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가짜뉴스는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2차 가해일 뿐만 아니라 국민 분열과 불신을 부추기며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한다"며 "지금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사고 수습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도 1일 "국가적인 '애도의 시간'인 만큼 지금은 비난과 정쟁을 멈추고 안전 불감증의 근원적 치료를 위해 합심해야 할 때"라며 "대형 사고의 트라우마를 키우는 민주당 일각의 남탓이나 아니면말고식 가짜뉴스를 내지르고 보는 무책임함은 자제되어야 한다. 또한 아직 충분한 원인 규명과 책임소재가 가려지기도 전인데, (장관) 파면부터 언급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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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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