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전문가 인용보도

"경찰 군중관리 소홀 책임"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31일(현지시간) 서울 이태원에서 벌어진 핼로윈 참사와 관련, 한국 정부와 경찰의 소홀한 대응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신문은 이날 '절대적으로 피할 수 있었다(Absolutely Avoidable)'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 관리들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대부분 입을 다물고 방심했다고만 말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경찰의 군중관리 소홀을 책임으로 지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문하는 외국인들 ㅣ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서 외국인들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NYT는 "케이팝그룹 방탄소년단이 5만5000명의 군중을 모은 쇼를 개최했을 때 경찰은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1300명의 경찰관을 배치했고, 정치적 시위가 열릴 때 규모가 아무리 작더라도 경찰은 군중이 통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세심한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하지만 경찰은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토요일 밤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만명의 젊은이들이 전염병 제한에서 해방돼 핼로윈을 축하하기 위해 몰려들었지만 경찰은 단 137명만을 배정했다"며 "이들 대부분은 군중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성희롱, 절도, 마약 사용과 같은 범죄를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태원 핼로윈 행사가 후원자나 주최자가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 NYT는 "개별적으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위험요소가 동시에 같은 장소에 모이면 치명적일 수 있다"며 "군중 통제 전문가들은 경찰과 지역 공무원들이 골목길을 위험한 병목으로 식별하고 예방조치를 취했어야 했지만 경찰, 서울시, 중앙정부 모두가 군중 통제계획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 스스로도 군중이 얼마나 커질지 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군중이 모일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 "용산경찰서가 10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민의 안전과 질서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고 꼬집었다.

이 신문은 이어 "그러나 근본적인 준비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군중 통제가 주요 초점이 아닌 '병렬 작업'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한 전문가를 인용해 "피해자들이 재난을 예방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당일 이태원을 찾은 서나연(14)씨가 밀리는 사람들을 보고 두 번이나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까운 소방서와 응급구조센터가 골목에서 200m(660피트)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도 도움은 오지 않았다는 사례도 적시했다.

NYT는 군중 안전을 연구하는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의 선임 강사 밀라드 하가니를 인용해 "관계자와 주최측이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이는 것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이것은 절대적으로 피할 수 있었다(This was absolutely avoidable)"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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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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