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징후 발견 시 응급조치 의무

단체장, 특정관리지역 조치해야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에게 재난안전법 위반이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지자체 모두 주최 없는 행사라며 책임을 피하고 있지만 현행법을 적극 적용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일 낮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서 '이태원 참사'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20대 은행원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광주 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2일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는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으로는 처벌이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올해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한다.

중대산업재해는 말 그대로 산업현장에서 입은 재해를 말하고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설치, 관리상 결함 등으로 인한 재해다. 여기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 또는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시민재해가 성립된다.

이태원 참사에 적용할 수 있는 중대재해법은 중대시민재해 분야다. 법은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하는 공중이용시설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에는 참사가 발생한 '일반도로'가 빠져있다. 중대재해법 시행령에는 준공 후 10년 이상된 도로교량, 도로터널, 철도교량, 철도터널과 바닥면적 2000㎡ 이상 주유소·가스충전소, 종합유원시설의 유기기구(놀이공원) 등 6곳만 포함돼있다.

◆중대시민재해, 일반도로는 빠져있어 = 하지만 재난안전기본법을 살펴보면 상황이 다르다. 해당법 19조에 따르면 재난의 발생이나 재난발생 '징후'를 발견한 자는 즉시 그 사실을 시장, 군수 구청장 및 긴급구조기관과 관계 행정기관에 신고해야 하며 신고를 받은 지자체장과 관계행정기관장은 긴급구조기관에 통보해 응급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개된 112 경찰 신고접수 내역에 따르면 경찰은 즉시 행안부와 지자체에 긴급연락을 취했어야 하며 관계기관장들은 즉각 응급대책을 시행했어야 한다.

뿐만 아니다. 같은 조항에서 재난관리책임기관 장은 소관 관리대상 업무 분야에서 재난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안전 관련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특히 관련 조항 6항은 '특정관리대상지역'에 대한 사전 안전조치를 의무로 규정한다. 동법에는 재난관리시설의 점검 및 관리 의무는 물론 재난관리자원의 비축과 장비·시설 및 인력을 지정할 책임이 부여된다고 명시돼있다.

재난안전법 중 특히 눈여겨볼 내용은 재난발생 '징후 정보'와 관련된 내용이다. 법에 따르면 행안부장관은 재난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재난징후 정보를 수집·분석할 의무가 있다 . 이를 통해 △재난 발생징후가 포착된 위치 △위험요인 발생 원인 및 상황 △위험요인 제거 및 조치사항을 취하도록 되어있다.

◆재난징후정보 수집·분석 의무 = 경찰에는 이미 사고가 발생한 26일 오후 6시부터 사고 위험 신고가 접수됐다. 포스트 코로나 여파로 올해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역대급 인파가 몰릴 것이란 사실은 누구나 예견했다. 재난발생징후가 뚜렷하게 드러난 상황이란 것이다.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현행 재난안전법은 안전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처벌은 언급하면서 정작 직무를 유기한 재난안전관리책임자들에 대한 처벌 내용은 빠져있다.

중대시민재해 관련법 개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량과 터널 뿐 아니라 일반도로를 재해 인정 범위에 포함하고 중대산업재해처럼 최소 사상자 규모 등을 정해 정부와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안전문제에 관심을 쏟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일 변호사는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 1조와 2조에서는 국가와 지자체의 재난 및 안전관리체계 확립과 예방 대비 복구에 대한 기본적 의무를 확인하고 있다. 입법취지도 국가와 지자체가 안전사고를 대비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라며 "벌칙조항이 없더라도 의무 불이행에 따른 업무상 과실 등 책임을 엄하게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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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오승완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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