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한동안 침묵·추모로 아침시간 채울 듯"

"정서적 교감에 공들여 … 검사 이미지 탈피 도움" 분석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후 사흘째 합동분향소를 찾고 있다. 빈소를 방문해 유가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달 5일까지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은 '112 녹취록' 파문으로 격화된 책임소재 논란과 거리를 두고 한동안 '공감능력' 발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희생자 사진 바라보는 윤석열 대통령 ㅣ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 헌화 분향을 마친 뒤 희생자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윤 대통령은 2일 오전 9시쯤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했다. 11월 31일에 이어 이틀 만이다. 이날 조문에는 김대기 비서실장, 김용현 경호처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이재명 부대변인 등이 동행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흰 장갑을 받아 끼고 국화를 든 채 분향소에 입장했다. 윤 대통령은 헌화와 분향을 한 후 잠시 정면을 응시하다 뒤로 물러나 동행자들과 묵념을 했다. 묵념이 끝난 후에는 정면에 놓인 희생자들의 사진 및 편지·쪽지를 읽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조문록은 작성하지 않고 돌아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에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마치고 이태원역 1번출구에 마련된 분향소를 방문해 시민들이 남긴 애도 메시지를 읽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지금은 애도의 시간이라 소명을 갖고 임했던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 내려놓았다"며 "못 박긴 어렵지만 한동안은 말 대신 침묵과 추모로 아침 시간을 채우게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은 1일 저녁에는 사망자 빈소 두 곳을 찾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먼저 경기도 부천의 한 장례식장에서 딸을 잃은 아버지를 위로했다. 사망자의 부친은 3개월 전 딸로부터 골수를 기증받은 사실을 밝히고는 "내가 거기 가 있었어야 했다"며 비통해 했다. 윤 대통령은 그의 손을 붙잡고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윤 대통령은 사망자의 남동생에게 "아버지를 잘 보살펴 드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다음으로 찾은 서울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이번 사고로 부인과 딸을 잃은 유가족을 만나 애도했다. 윤 대통령은 이들에게 "국가가 지켜드리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죄송하다"고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조문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께 위로의 마음을 보태고 싶다는 윤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참사 피해자들과의 정서적 교감에 공을 들이는 것은 기존의 냉정한 '검사' 이미지 탈피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음주부터 책임소재 문제 등의 본격적인 숙제를 해결하는 수순이 되지 않겠느냐"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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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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