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갔던 오세훈 시장 침묵 모드

용산 구청장은 현장 그냥 지나가

'이태원 참사'로 3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원인 규명과 함께 책임자 처벌 여론이 높아지자 대통령을 비롯한 장관, 경찰청장, 소방청장 등 관련 기관장들이 재빨리 참사 당일 동선과 대응 등을 일제히 공개했다. 뭇매를 맞고 있는 경찰을 제외하곤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트라우마를 의식해 '할 일 했다'는 취지의 해명이다.


반면 해외출장 중이던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안전대책을 세우지 못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비난 여론의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대통령실이다. 대통령실은 2일 오후 이재명 부대변인이 대통령실과 윤석열 대통령의 조치활동을 상세히 발표했다.

이 부대변인이 밝힌 대통령 움직임은 '29일 밤 10시 15분 사고발생. 이어 38분 뒤 밤 10시 53분 소방청 상황실에서 국정상황실 사고 내용 통보. 사고상황 확인한 실장은 밤 11시 1분 대통령에 사고발생 사실 보고. 대통령은 상황 점검한뒤 11시 21분 첫 지시. 11시 54분 추가 지시. 0시 42분 위기관리센터에서 직접 긴급상황점검회의 주재' 등이다.

행정안전부도 같은 날 이상민 장관 동선을 공개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29일 밤 11시 19분 행안부 재난안전 상황보고체계에 따라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의 긴급문자(크로샷)를 통해 처음 사고의 발생을 알았고 30일 0시 45분 이태원 사고현장에 갔다.

소방청장도 일정을 공개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윤희근 경찰청장은 가장 늦은 30일 0시 14분에 참사발생 사실을 알았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가장 빨리 알고 움직였고 실제 필요한 현장대응 책임자들은 뒤늦게 알았다는 점에서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이 무너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행정당국인 서울시와 용산구는 바짝 엎드려 있다.

참사 발생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해외 출장 중이었으며,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사고 현장 옆을 두번이나 지나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10월 29일 오후 11시 20분(현지시간 오후 4시 20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유럽 출장 일정을 소화하던 중 이태원 상황을 처음 보고받았다. 오 시장은 첫 보고를 받고 약 5시간 만에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서 귀국길에 올라 30일 오후 4시 1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귀국 직후 이태원 참사 현장으로 이동했다.

지난 1일 오 시장은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의 생명을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으로 이번 사고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라며 사과했다. 서울시 대책 미흡을 인정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언급하는 것은 아직 순서가 아니다"라고 답변해 조심스런 입장이다.

관할 지자체장인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 등의 주장을 했다가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박 구청장은 참사가 발생하기 직전 두 차례 현장 근처를 지나간 것으로 확인돼 안일한 대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일 용산구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8시 20분과 9시를 조금 넘은 시각 두 차례 이태원 '퀴논길'을 지나갔다. 퀴논길은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옆 골목의 도로 맞은편에 있는 상가 뒷길로, 사고 현장에서 184m가량 떨어져 있으며 걸어서 4분 거리에 불과하다.

박 구청장은 오후 10시 15분 사고 발생 시간을 기준으로 약 1시간 55분 전과 1시간가량 전 인근을 지나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셈이다.

구 관계자는 "박 구청장이 지방 일정이 있어서 다녀오는 길에 구청 근처에서 내려 퀴논길을 걸어가게 된 것"이라며 "순시나 순찰 목적으로 간 것이 아니고 마침 그시간 지나가면서 현장을 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이태원에 이미 대규모 인파가 몰려 있었는데도 그냥 지나친 이유에 관해선 "이태원은 원래 금요일과 토요일에 사람이 많다"며 "평상시 주말 수준의 이태원이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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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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