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사흘간 대통령 따라 참배

참사 보고 대통령보다 늦게받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일 이태원참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의 합동분향소 참배에 따라나선 것과 관련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장관은 중대본 제1차장을 맡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이 장관은 2일 오전 8시 56분 윤석열 대통령을 따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참배했다. 이 자리에는 김대기 비서실장,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등 대통령비서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을 수행했는데 국무위원 중 이 장관만 동행한 것이다.

이 장관이 대통령과 함께 참배하는 시간 정부서울청사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중대본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이 장관은 총리가 중대본부장을 맡지 않았으면 그 자리를 맡았을 재난안전 주무부처 장관이다. 특히 이 장관은 전날 국무회의가 끝나고 다른 국무위원들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녹사평역 합동분향소 참배에도 함께 했다.

이 장관이 중대본 회의에 불참하면서 김성호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참석했다. 중대본 1본부 총괄조정관인 김 본부장이 이 회의에 참석하면서 회의 직후 열린 언론브리핑은 김 본부장을 대신해 박종현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이 대신했다. 이 브리핑은 전 국민들에게 생중계로 공개되는 중대본 공식 브리핑으로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차관급인 김 본부장이 직접 진행해왔다.

이 장관의 중대본 회의 불참과 관련해 행안부는 "장관은 분향소 조문 후 중대본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해야 해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대신 참석토록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은 납득하기는 어렵다. 중대본 회의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각각 진행됐다. 물리적으로 브리핑을 준비하던 김 본부장이 장관을 대신해 중대본 회의에 참석하는 건 불가능하다. 회의 대리참석이 이미 몇 시간 전에 결정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장관은 3일 오전에도 윤 대통령을 따라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했다.

이 장관은 이태원참사 관련 보고를 대통령보다 늦게 받았다는 사실도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재난상황 보고체계에 구멍이 있었고, 이는 곧 국민의 생명과도 직결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3일 중대본 브리핑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참사 관련 첫 보고를 받은 시간은 사고 발생 46분 후인 29일 오후 11시 1분이다. 앞서 소방청 상황실이 10시 53분 국정상황실로 사고 내용을 전파(전화)했고, 중앙재난안전상황실도 대응매뉴얼에 따라 소방의 전화보고보다 4분 늦은 57분 국정상황실 실무관에게 문자로 전파했다. 국정상황실은 8분 후에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이다. 매뉴얼에 따르면 대통령 보고는 소방대응 2단계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소방 구두보고와 중앙재난안전상황실 문자전파 내용을 보고 심각하다고 판단한 국정상황실이 즉시 대통령에게 보고를 한 셈이다. 이에 반해 재난안전 주무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대통령보다 27분 늦은 11시 20분 첫 보고를 받았다. 장관 비서실에는 11시 19분 상황이 전달됐지만 문자로 긴급상황을 전파하는 대상에 장관이 빠져있어 비서실을 통해 전달받는 바람에 1분이 더 걸렸다.

이 같은 보고상황은 재난상황 보고·전파 체계에 구멍이 생겼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보다 주무장관이, 주무장관보다 대응기관장이 보고를 늦게 받는 비정상적인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행안부 한 관계자는 "대응체계의 문제인지 아니면 각 기관 상황실의 판단 차이인지를 가려본 뒤 그에 상응하는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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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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