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장, 현장 도착하고도 1시간 지나 상부보고

자리 비운 서울청 상황관리관, 상황 전달 안 돼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대응에 대한 특별감찰이 진행되면서 경찰의 허술한 보고체계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12 신고 등을 통해 위험한 상황이 전해지고 있는데도 정확한 현장 판단도, 신속한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현장 대응을 책임졌던 용산경찰서장과 당일 서울 시내 치안·안전 상황을 총괄했던 서울경찰청 112상황실 상황관리관의 행적에 의문이 제기된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은 참사가 난 지난달 29일 오후 10시20분 현장에 도착했다. 참사가 시작된 지 5분 가량이 지난 후다.

이 전 서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 일대에서 집회·시위를 관리했다. 토요일이었던 이날은 광화문에서 삼각지 방면으로 행진하는 집회가 예정돼 있었다. 민주노총·한국노총 공동대책위원회와 촛불전환행동은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서 집회를 가진 후 삼각지역까지 행진했다. 이 집회는 오후 8시30분쯤 마무리됐다. 보수단체인 신자유연대의 맞대응 집회까지 정리된 것은 오후 9시쯤. 이태원에서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신고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이 전 서장이 삼각지에서 도로로 2km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태원 현장까지 이동하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 전 서장은 집회 근무를 마친 뒤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 보고를 받고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서장이 현장에 도착한 후의 행동도 의문이 남는다. 이 전 서장은 수많은 사람들이 깔려있는 현장을 보고도 곧바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그가 김 청장에게 휴대폰으로 연락한 것은 1시간도 더 지난 11시 34분쯤. 전화를 놓친 김 청장은 2분 뒤인 11시 36분 이 전 서장에게 연락해 현장 상황을 처음 인지하게 됐다.

참사 당일 밤 서울청 112 상황실 상황관리관 당직을 섰던 류미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총경)의 행적도 문제다.

서울청 상황관리관은 112상황실장을 대신해 서울지역에서 발생한 모든 치안 상황을 점검하고 상황에 따른 조치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치안·안전상황을 서울청장에게 보고하고 긴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에는 경찰청 상황실에도 보고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상황관리관은 평일에는 3명의 112상황실 팀장이 번갈아 맡고, 휴일과 공휴일에는 총경급 간부가 당직을 선다.

참사가 발생한 날 류 총경의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24시간이었다. 근무수칙에 따르면 상황관리관은 주간 일부(오전 9시~오후 1시)와 야간 일부(오후 6시~익일 오전 1시) 시간대엔 상황실에 정위치해야 하고 그 외엔 자신의 사무실에서 대기해야 한다.

그날 참사는 상황관리관이 상황실에 있어야 하는 시간대에 발생했지만 류 총경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류 총경은 참사가 난 지 1시간 24분이 지난 오후 11시39분에서야 당직자인 상황3팀장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급하게 상황실로 돌아가 김 청장에게 보고했다. 이미 현장에선 수십명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는 시점이었다.

류 총경이 상황실을 벗어나 있었던 것도 문제지만 112로 신고가 빗발치는 데도 류 총경에게 1시간 넘게 상황이 전달되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당시 상황실에는 40여명의 당직자가 근무하고 있었다.

경찰청은 이 전 서장과 류 총경의 직위를 해제하고 직무유기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지역 한 경찰관은 "경찰이 이렇게 허술한 조직이 아닌데 왜 제대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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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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