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안내도 '부족'

'이태원 참사' 6일째. 당시 현장을 벗어난 부상자의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치료 지원이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게 남겨진 메시지 ㅣ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역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희생자를 위해 남겨진 메시지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사고 당시 구조돼 현장을 탈출한 부상자들은 3일 내일신문과 만나 "서울시 다산콜센터와 구청에 문의했지만 정부 지원 대책이 아직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참사 현장에 묻혀 1시간 이상을 버텼다는 30대 여성 A씨는 부상자 지원을 신속히 하겠다는 정부 발표를 듣고 여러 곳에 전화했는데 "세부 지침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대답만을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 해밀톤호텔 옆 골목 앞쪽에서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사람들에 깔렸다. 2시간 가까이 버티다 간신히 구조돼 현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

귀가해 피멍이 심해지는 부상을 입었다는 것을 알고 지난달 31일 병원에 입원한 A씨는 2일 퇴원했다. 근육이 파열돼 독소가 혈관을 타고돌아 수액을 맞고 여러 가지 검사도 받았다. 검사비만 110만원이 나왔다.

A씨는 정부 지원이 있다는 말을 듣고 병원에 문의했지만 병원측은 "공문이 내려온 게 없다"며 "부상자 명단에도 없으니 현장에 있었다는 증거를 남겨 놓으라"는 조언만 들었다.

A씨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3일 용산구 원효로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유실물센터'에서 잃어버린 신발을 찾았다. A씨는 "현장이 너무 끔찍해 빨리 빠져나갔는데 증거가 없다고 하길래 근거를 남기기 위해 찾을 필요 없는 신발을 찾았다"고 말했다.

40대 남성 B씨도 당일 같은 골목에서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가게 쪽으로 밀려 심한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다. B씨도 지원 문의를 서울시 등에 했지만 "의사소견서와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서류를 제출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 있었다는 걸 어떻게 입증해야 하는지 세부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용산구 재난대책본부 관계자는 "부상자가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세부지침이 나오지 않아 우리도 기다리는 중"이라며 "핸드폰 기지국 확인으로 할지 등 가이드라인이 내려오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심리상담 지원을 따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덕수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국무총리)은 지난달 31일 부상자 치료비를 최대한 빨리 지급하기로 하고 환자본인부담금과 비급여 비용을 포함한 실치료비를 선대납하고 의료급여 등은 사후 정산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대본은 3일에도 브리핑을 통해 지자체 등을 통해 파악되지 않은 부상자에 대해서도 치료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유가족과 부상자 및 그 가족 등에 심리지원 안내 문자발송, 대면 및 전화상담을 통해 사례관리를 하고 트라우마 치료프로그램을 연계하는 등 밀착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피해자 안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가족과 사고 당시 피해자들이 찾는 유실물센터에 희생자 등 지원에 대한 안내가 없기 때문이다. 유실물센터를 찾은 한 부상자는 "센터에서 치료비 지원 등 부상자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고 신상 체크 정도만 했다"며 "지원과 관련한 안내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센터 관계자는 "유실물 관련해서만 안내하고 있다"며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정신 상담 등 따로 안내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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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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