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외 관제센터 직원 모두 용역사 소속

구 "현장 비추는 CCTV 없고 화면도 흐려"

이태원 참사 당일 행안부 상황실과 경찰 등에 상황전파를 제대로 하지 않은 용산구 통합관제센터 관제직원이 모두 민간 용역사 소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 용역사가 관제센터 업무를 맡으면서 국가기관과 이어진 재난상황 전파시스템에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중대본 브리핑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참사 당일 용산구 CCTV통합관제센터는 행안부, 경찰 등에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 통합관제센터에는 관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3명과 경찰 1명이 상주한다. 당일 저녁 엄청난 군중운집이 일어났는데 근무자 4명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것이다.

서울 지자체들은 모두 CCTV관제센터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조금씩 형태는 다르지만 대다수 자치구가 관제직원 3명, 상주 경찰 1명 등 4명이 상주하며 교대근무로 24시간 지역 곳곳을 모니터링한다.

자치구 통합관제센터는 경찰, 소방에 앞서 비상 상황을 관찰, 재난안전관리 책임기관에 상황보고와 전파를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지자체 CCTV 관제센터 운영 규정에 따르면 관제요원은 비상 상황이 생기면 경찰서나 행안부 상황실로 상황을 전달해야 한다. 경찰, 소방이 보고를 받고 출동하는 임무라면 자치구 통합관제센터는 상황을 1차 파악하고 공유, 전파하는 역할이다. 이 때문에 사실이 확인되면 규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용산구에는 806개 장소에 2619대 공공 CCTV가 설치돼 있다. 참사가 일어난 해밀톤호텔 인근에도 5대가 설치돼 있다.

참사 당일 용산구 관제센터는 상황을 인지하고도 서울시와 경찰, 소방, 행안부 등에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았다. 구는 "해당 축제는 워낙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을 줄 알고 보고를 안했다"고 해명했다. 또 "참사가 일어난 해밀톤호텔 옆 골목쪽으로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사고 현장을 직접 볼수 없었다"고 밝혔다. CCTV 갯수가 너무 많아 해당 현장 화면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용산구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관련자들의 증언, 경찰과 소방의 현장 보고 등에 따르면 참사 당일 해밀톤호텔 인근은 해당 골목 뿐 아니라 주변 길 모두가 넘치는 인파로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었다. 용산구 설명대로 사고가 난 골목을 정확히 비추는 CCTV가 없다 해도 충분히 문제를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CCTV 숫자가 너무 많아 해밀톤호텔 골목 상황을 놓쳤다는 것도 해명으론 부족하다.

타 자치구 관제센터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역 내 주요 지점 CCTV들은 일종의 '즐겨찾기' 형태로 사전에 등록이 되어있다. 쓰레기 무단투기, 주취자가 많은 음식점 거리 등까지 모두 주요 감시 지점으로 등록해 놓고 상황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화면이 뜨는 방식을 사용한다. 2600개 CCTV를 모두 클릭해봐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사정이 이와 같은데도 4명의 관제요원이 상황을 전파하지 않은 것은 안이한 상황인식이 문제로 꼽힌다. 예년에도 비슷한 인파가 몰렸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설마 무슨 일이 생기겠나"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용역사를 활용하는 데 따른 문제가 이 지점에 나타난다. 상대적으로 주민 안전, 생명 관리에 둔감할 수 있는 민간 업체에 안전 점검 최우선 업무를 맡기는 게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내일신문이 타 자치구를 확인한 결과 관제요원에 용역업체를 이용하는 곳이 많았다. 사고가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것일 뿐 민간에 1차 관제 업무를 맡기는데 따른 위험이 상존하는 셈이다.

상황이 종결될 때까지 용산구가 관제센터에 대해 어떤 관리감독을 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실제 용산구 관제센터는 어느 기관에도 보고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용산구청장은 관제센터 등 재난안전관리 체계가 아닌 지인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압사 사고 상황을 처음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일 르네 방재정책연구원장은 "시민안전을 책임질 1차 점검 업무를 민간 용역사에 맡기는 것은 책임소재, 업무 공조 부실 등 위험요인이 너무 많은 방식"이라며 "감독 기능도 없이 모든 관제를 용역사에 맡긴 것은 재난안전 책임을 방치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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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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