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형 참사 수사, 신속성이 훨씬 중요"

여당도 수사가 우선, 국정조사·특검에 반대

경찰의 '셀프 수사'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지만 '이태원 참사' 특별검사 도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논의와 별도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대형참사 사건의 특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특검이 진실규명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8일 국회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 참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무엇보다 신속함이 관건인 대형참사 사건 수사에서 특별검사가 초동 수사 단계에서부터 수사하는 것은 진실규명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의 첫번째 수사 대상은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이다. 여야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데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국정조사나 특검 보다는 신속한 수사가 우선이라며 특검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다고 해도 특검 임명이나 수사 범위와 기한 등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이어지면 수사 착수에 걸리는 시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특검의 두번째 수사 대상은 '법무부 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이다. 경찰의 '셀프 수사'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한동훈 장관이 결정만 하면 특검이 발동될 수 있지만 사실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동훈 장관은 이날 '경찰 수사가 미흡하면 특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는 질문에 "현 제도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진실을 규명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검찰 수사까지 이뤄진 후 미진하다면 얼마든지 특검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참사 사건의 수사는 특수성이 있다. 신속성이 다른 사건들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며 "왜냐하면 목격자 진술이 휘발성이 크고 기억이 시간에 따라 왜곡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증거가 사라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특검은 개시까지 최소 몇 개월이 소요된다. 잘 아시다시피 유일한 상설특검이었던 세월호 특검의 경우 국회 의결 시부터 다섯 달이 걸렸다"며 "그렇다면 이런 대형 참사 사건의 초동 수사를 특검이 맡는 것은 진실을 규명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저도 특검 수사를 해본 경험이 있는데 특검 수사 논의가 초동수사 단계부터 올라가면 기존의 수사팀 입장에서는 수사를 계속 진전하는 게 아니라 탈 없이 특검으로 넘기는 쪽에 집중하게 된다"며 "그렇게 될 경우 정확한 진실규명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그런 면에서 현 제도하에서는 제 생각에는 첫째, 경찰이 여론의 감시하에 신속한 수사를 하고, (검찰에) 송치가 되면 검찰이 정교하게 전부 다 다시 수사하는 것"이라며 "경찰도 지금 말한 우려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수사할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장관이 상설특검에 반대하면서 '이태원 참사' 수사는 경찰의 이른바 '셀프 수사'에 이은 검찰의 보완 수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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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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