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축산물 수입할 때 협정관세 활용률 73%, 한국물량 수출은 49% 불과

국산 포도시장 FTA로 망가졌다가, 샤인머스캣 개발로 다시 수출길 열어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우리나라가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은 모두 18개(RCEP 포함)까지 확대됐다. 국가별로 보면 전세계 58개국에 시장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농축산물을 포함해 많은 산업군에서 개방에 대응한 체질 개선 작업이 시작됐고 다양한 부작용과 긍정적 효과도 나타났다. 국내 농축산업은 크게 타격을 입었지만 한편으로 수출길이 열리면서 우리 농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가 됐다.
내일신문은 모두 7회에 걸쳐 FTA 체결에 따른 농식품 시장 변화와 국내 경쟁력 확보를 위한 농식품 기술개발, 청소년 교육 현장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서울대 농생명과학대와 함께 수도권 주요 고교생을 대상으로 FTA에 따른 농업부문 변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현장 교육 'FTA, 학교로 가다'를 진행하며 향후 우리 농업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할 계획이다.



2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FTA 이행 10년차인 2021년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103억2000만달러로 조사됐다. 이는 FTA 발효 전 평균 대비 73.8% 증가한 액수다.


FTA에 따른 농축산물 교역 변화를 보면 축산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축산물 수입 관세가 단계적으로 축소되면서 국내 축산물 시장에 대거 유입되는 계기가 됐다.

FTA 6~10년차 미국산 쇠고기(17억4000만달러) 돼지고기(5억3000만달러) 치즈(2억5000만달러) 평균 수입액은 FTA 발효 전 평균보다 각각 427.1%, 92.8%와 261.7%씩 증가했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25만9000톤으로 FTA 발효 전 평균 대비 293.5% 증가했다.

◆체결국가별로 다른 통관·검역 인증제도 활용률 높여야 = 여러 품목 중 특히 축산물에서 미국산 수입이 늘어난 것은 협정관세율 효과 덕이다. 미국산 축산물이 관세장벽을 쉽게 통과해 낮은 관세 혜택으로 국내 시장에 안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우리 농축산물 수출산업이 핵심적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가 협정관세율 활용도를 높이는 문제다. 미국산 쇠고기 기본 관세율은 40%인데 2019년 18.6%, 2020년 16%, 2021년 13.3%, 2022년 10.6%로 낮아졌다, 2026년 1월부터 관세율이 0%가 된다. 미국이 쇠고기를 수출할 때 이런 협정관세를 잘 활용한 반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관세율을 잘 활용하지 못했다.

원인은 원산지 증명이 어렵거나 규격 등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농축산 가공품의 경우 역외재료 사용비중이 높아 원산지 증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다 보니 협정관세율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또 규격·검역·라벨링(표시제) 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보완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FTA를 활용한 농산물 수출증대 전략 연구'를 통해 "제조업체의 식품제조공정 노출 우려와 사후검증 대비에 따른 부담으로 원산지 증명을 거부하는 경우와 역외 재료 사용 비중이 높아 원산지 증명을 받을 수 없는 경우 협정관세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국내 원산지 증명 발급 관련 전문가 부재로 인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비관세장벽과 관련해 검역 당국의 규정과 인허가 조건, 규격과 라벨링, 통관 기간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숙지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관세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국가 간 세번부호(HS Code)가 일치하지 않아 통관이 지연되는 문제들도 제약사항으로 지적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가는 세관 투명성이 떨어지고 통관절차가 까다로운 문제도 수출 제약으로 꼽힌다. 인도네시아는 특정 항구만을 사용하도록 하는 제약도 있었다. 이 부연구위원은 "FTA 특혜관세를 활용한 수출 증대를 위해서는 현재 시행 중인 지원제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수요자 중심의 농산물 수출지원 정보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관련 전문가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TA 체결국별로 상이한 통관·검역·인증제도 등에 대해 FTA 이행작업반과 분야별 위원회 협의를 통해 우리나라 농산물 수출이 증대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FTA 이후 미국 수출 151% 증가 = FTA 체결로 국내 농축산 시장이 수입산 몸살을 앓았지만 또 다른 기회가 열리기도 했다.

수입 못지 않게 수출길이 열린 것인데 수출 품목 확대는 국내 농축산업의 기술적 발전을 가져왔다고 평가된다.

한-칠레 FTA 이후 아메리카 대륙에서 대거 수입되면서 침체됐던 국내 포도산업은 샤인머스캣 개발로 분위기를 역전시켰다. 지난해부터 샤인머스캣 포도가 수출 물량을 구하지 못해 수출품 품귀현상까지 빚는 정도다. 특히 최근 FTA 협정에서 원산지 증명 기준을 '완전생산'으로 좁히면서 생산에 필요한 재료와 품종 등의 개발 바람도 불고 있다.

미국과 교역을 보면 FTA 6~10년차 농산물의 미국 수출액은 8억3000만달러로 129.7% 상승했고, 축산물은 5483만달러로 151.2% 상승했다. 특히 김치 등 농산물의 수출 확대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김치의 경우 미국 수출량은 FTA 발효 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고, 코로나19 이후에는 한류 열풍으로 역대 최대 수출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김치 수출량은 7950톤으로 발효 전 평균 대비 1012% 증가했다. 김치는 완전 국내 생산이 증명되기 때문에 FTA 체결 국가로 수출하는 효자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주요 품목 수입 늘었지만 국내 농축산물 생산도 늘어 = FTA이행지원센터에 따르면 1~9월까지 FTA 체결국으로 농식품을 수출한 액수는 52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같은 기간 농식품 전체 수출액은 66억2000만달러다. 전체 농식품 수출액 80%가 FTA 체결국과 맺은 협정에 따라 거래되는 것이다.

5대 농식품 수출 대상국 중 △아세안(10.1%↑) △일본(12.9%↑) △EU(23.8%↑)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미국(0.7%↓)과 중국(0.8%↓)은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고, 그 외 수출액 증가가 큰 국가는 중미 몽골 캐나다 등이다. 부류별 수출액은 △축산물(15.7%↑) △곡물(8.4%↑) △가공식품(7.8%↑)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고 △과일·채소(6.0%↓)는 감소했다. 임산물은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인 김치와 딸기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9%, 15.9%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FTA 체결로 국내 농축산업이 가야할 길이 명확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FTA 체결 이후 미국으로 수출하는 농축산물에도 협정관세를 활용해 수출길을 넓혀야 하지만, 수입에 비해 관세 활용률이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FTA 체결에 따른 주요 품목별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맞춰 국내산 고품질 농축산물 생산량도 늘어나면서 국산 농축산물의 시장점유율이 유지되고 있다"며 "수출물량의 FTA 협정관세 활용률이 저조한 원인을 품목별로 심층 연구할 필요가 있고, 수출업체와 생산자를 대상으로 국가별 원산지 기준, 원산지증명서 발급 방법과 절차들을 교육하고 관련 제도를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제작지원 - 2022년 FTA 분야 교육홍보사업

["한-미 FTA 10년으로 본 한국 농업의 미래" 연재기사]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김성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