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형 변호사

전원생활을 꿈꾸며 경치 좋은 곳에 땅을 샀는데 주변이 다른 사람의 땅으로 둘러싸여 막혀 있다면? 형제들과 공유하던 땅을 분할했는데 그로 인해 내 땅이 맹지가 되어 버렸다면?

'맹지'란 타인의 땅으로 둘러싸여 그 곳을 지나지 않고는 도로에 나갈 수 없는 토지를 말한다. 만약 주변 토지 소유자가 소유권을 강하게 주장한다면, 맹지 소유자는 고액의 통행료를 지불하거나 헬리콥터 등을 이용하지 않는 이상 자기 땅에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는 답답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다행히 우리 민법은 '주위토지통행권' 제도를 통해 맹지 소유자에게 필요 최소한의 통행권을 보장해 주고 있다.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고, 주위의 토지를 통행하지 않으면 공로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때 토지소유자는 주위의 토지를 통행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통로를 개설할 수 있다(민법 제219조 제1항).

물론 주위토지통행권은 주위토지 소유자에게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택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이미 통로가 있는 경우에는 더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장소로 통행할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판례는 통행자가 맹지에 출입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범위의 노폭까지는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된다고 본다.

주위토지통행권은 유상이 원칙이다. 만약 맹지 소유자가 주위토지를 통행하다가 주위토지 소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경우 보상 의무가 있는데, 보상액은 당시 통행지 부분의 임료 상당액이 기준이다. 물론 공짜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토지 분할로 맹지가 된 경우나 기존 토지 소유자가 그 일부를 타인에게 매도했는데 일부 토지가 맹지가 된 경우가 그렇다. 주위토지의 소유자가 맹지 생성에 책임이 있으므로, 보상금을 요구하는 것이 부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무상의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되더라도, 이후 제3자가 주위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면 맹지 소유자가 그 제3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주위토지통행권은 그야말로 '통행권'이므로, 맹지 소유자가 통행지를 배타적으로 사용하거나 점유할 수는 없다. 그리고 맹지 소유자가 주변 토지를 취득해 공로에 통행이 가능해지는 등 사정변경이 있다면, 주위토지통행권도 당연히 소멸한다.

아무리 주위토지통행권이라는 법적 제도가 있다고 해도, 맹지는 다른 토지에 비해 거래가격이 크게 낮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땅을 살 때는 미리 토지 상황을 꼼꼼히 조사해야 하고, 이미 맹지를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주위토지 소유자와 원만하게 협의해 안정적 통행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동형 변호사's 땅땅땅"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