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로 접한 생애 첫 엑셀 교육 … K농산물로 세계 경쟁력 자신감 배워

'FTA데이터 기반 통계 및 계량경제학 기초 실습 교실'은 FTA와 관련된 농업, 농촌 문제를 이해하고 관련 데이터를 활용·분석해 시사점을 도출하는 과정을 학습하는 프로그램이다. 실습 위주로 구성된 수업을 통해 통계 활용법을 지도한다. 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이 교과나 과제 탐구보고서, 주제 연구 등에서 수준 높은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기획 됐다.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농경제학회 교수들이 5시간 동안 진행하는 1일차 수업은 △한국 농업·농촌과 FTA △엑셀(MS-Excel)을 활용한 기초 통계 분석 실습 △FTA 관련 통계청, 설문조사 데이터 등을 통한 실증 분석과 시사점 도출을 학습 목표로 한다. 각 모둠별로 FTA와 관련된 탐구주제를 선정, 발표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2일차 수업에서는 커리큘럼을 이수한 학생들이 1일차에 선정, 발표한 FTA와 한국 농업 관련 경제 혹은 사회 이슈에 대해 앞서 배운 내용을 적용, 실증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김윤형 전남대 교수가 지난 11월 12일 도농고에서 FTA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김한나


11월 12일을 시작으로 12월 말까지 수도권 주요 고등학교에서 열린 자유무역협정(FTA) 수업. 참여 학생들은 FTA가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엑셀과 데이터를 활용해 체험했다.

선덕고 2학년 김하경 학생은 29일 "1학년 통합사회 수업에서 FTA를 배웠는데 국제무역 현안을 평소에도 눈여겨 볼 만큼 관심이 컸지만 수업 내용이 너무 짧게 다뤄져 아쉬움이 컸다"며 "FTA를 심도 있게 다뤘다는 점, 또 관련 내용을 엑셀에 적용해 통계 내는 법까지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수업은 도농고 전곡고 양평고 경민고 판곡고 교하고 한빛고 양명고 이현고 세화고 한대부고 선덕고 영훈고 미림여고 배재고 등 15개 학교에서 진행됐다. '2022년 FTA 분야 교육홍보사업' 지원으로 이뤄진 이번 수업은 농림축산식품부와 내일신문이 주최하고 서울대 농생명과학대와 한국농업경제학회가 함께한 'FTA데이터 기반 통계 및 계량경제학 기초 실습 교실'이라는 주제로 마련됐다.

2일차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별 30여명, 총 450여명 학생들은 FTA가 우리 농업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하는 법을 학습하고 미래 산업으로 부상한 농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탐구했다. 인류의 생명줄이자 식량주권을 책임질 핵심 산업인 농업과 이를 지켜나갈 미래 인재들이 조우한 현장을 담아봤다.

◆FTA의 '매운맛'과 엑셀 활용법을 익히다 = "관록 있으신 교수님들께서 FTA와 그에 따른 영향을 강의해주시고 엑셀 활용법까지 지도해준다는 이야기에 신청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장장 5시간 수업이라는 강행군이 펼쳐졌음에도 학생들이 집중하는 모습에 마음이 참 뿌듯했습니다. 이런 좋은 취지의 수업이 앞으로 더욱 다양해지고 활성화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교과 내용에서 확장된, 좀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으니까요." 강효자 도농고 교사의 말이다.

선덕고에서 수업을 진행 중인 조현경 연구원과 학생들. 사진_이의종


11월 12일 토요일 오전 9시. 도농고 강의를 이끈 전남대 농업경제학과 김윤형 교수는 참여한 30명 학생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전공하고 싶은 학과를 묻는 것으로 수업의 포문을 열었다. 학생 수 만큼이나 각기 다른 대답이 나오자 김 교수는 "여러분이 진학하고자 하는 전공 분야는 다양하지만 어느 하나 가릴 것 없이 오늘 배울 통계분석 역량과 활용법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하고 FTA의 정의와 대한민국 농업 실태, 기초 통계와 회귀분석 방법에 대한 강연을 이어갔다.

1교시는 '익히 들어는 봤으나 나와는 무관한 단어'라 여긴 FTA와 대한민국 농업의 현 주소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FTA는 국가 간에 관세를 물지 말고 자유롭게 거래 하자는 '특혜 무역협정'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맺은 FTA는 58개국을 대상으로 18건에 이른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선 시장 잠재력이 큰 국가들과 자유무역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설명에 학생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FTA 체결 시 제조업 등 수출 우위 산업이 이득을 보는 반면 농업 분야는 수입 농산물 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란 설명이 이어지자 학생들 사이에선 '식량안보 위협은 국가 존폐가 달린 문제'임엔 분명하지만 '농업 경쟁력을 향상시켜 K-농산품으로 키우면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승산 있지 않나'라는 의견도 나왔다.

2~3교시는 엑셀을 이용한 기초 통계 및 계량 경제학 실습으로 채워졌다. 대부분의 학생은 이번 수업이 '생에 첫 엑셀을 영접한 순간'이라며 표준편차나 상관계수, 회귀분석의 최소자승법에 숫자가 자동으로 변환될 때마다 놀라움과 감탄을 표했다.

첫날 마지막 교시는 5~6인으로 모둠을 구성해 2일차 수업에서 발표할 FTA와 한국 농업에 관련된 주제를 선정하고 간단한 탐구 계획 보고서를 작성 한 뒤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담당 교수진은 학생들의 발표를 들으며 주제가 범위를 벗어났거나 통계 활용이 불가 혹은 어려운 경우 수정·보완해야 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좀 더 쉽게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왔다. 학생들은 "대학 강의를 미리 경험해 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조별 탐구보고서 발표 후 열띤 질문 이어져 = "한-미 FTA 체결 후 우리나라의 농수산업 분야는 품목별로 피해액이 축산물은 9000억 원, 채소와 과일은 2500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수출액이 증가한 품목도 있는데요, 딸기 김 포도 배추가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세계인에게 '한국의 농산물은 건강에 좋고 믿음이 간다'는 인식을 심어 줘야 합니다." 선덕고에서 1조 발표가 끝나자 질문이 쏟아졌다.

"대다수 농산물이 FTA 후 피해를 입었는데 왜 딸기와 김 포도 배추는 수출이 활기를 띠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면 좋겠습니다." "경쟁력에는 비용 문제도 포함됩니다. 건강에 좋아도 제품 단가가 높아 많은 이들이 비싸서 구매할 수 없다면 과연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을까요." "통계 수치로 뽑은 기간이 너무 한정적이라 도출된 결과에서 유의미한 내용을 찾기는 좀 어려울 듯싶은데 좀 더 보충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6개조 발표와 질문, 담당 교사의 답변이 끝나면서 당초 계획했던 3시간을 넘어섰다. 1일차 수업 종료 후 15개 학교 학생들은 짧게는 3일, 보통 일주일 동안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내놓는 저력을 보였다.

수업 말미, 담당 교사들은 "기말고사와 학생부 작성 등으로 한창 바쁜 시기라 과연 제대로 다음 수업 준비를 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컸지만 기우였다. 아이들 모두가 합심해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통계를 낸 뒤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들어 발표까지 해낸 모습을 보니 참 대견하고 고맙다"는 소감을 전했다. 강 교사는 "이렇게 마무리하기엔 아쉬움이 커서 이번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통계 수업을 몇 차례 더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교별 탐구보고서 대회'로 대미 장식 = 1월 중순에는 각 학교 별로 발표 내용이 우수한 1개조를 선정해 총 320만원의 상금을 놓고 15팀이 자웅을 겨루는 '탐구보고서 대회'를 개최한다.

1차는 서류심사로 진행되며 7팀이 선정된다. 2차는 대면으로 내일신문 본사에서 진행할 예정이며 수업에 함께한 교수진과 담당 교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결전에 힘을 싣는다.



●제작지원 : 2022년 FTA 분야 교육홍보사업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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