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고교팀 발표, 칠레 포도 수입 후 국내 생산량과 샤인머스캣 수출 분석 … 심사위원 "FTA 고민 공유 취지였는데 기대 이상"

서울 미림여고 학생들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국내 포도 생산량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다. 회의 끝에 지난해 진행된 'FTA 데이터 기반 통계 및 계량경제학 기초 실습 교실'에 참가하며 이에 대한 궁금증을 데이터로 풀어보기로 했다.


교육에 참가한 학생들은 칠레 포도 수입 이후 국내 포도 생산량이 줄어든 데이터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사실을 발견했다. 유독 국내 '시설포도' 생산량만 늘어난 것이다. 샤인머스캣 생산 확대가 가져온 우리 농업의 변화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미림여고 학생들은 "FTA 체결로 국내 농업이 큰 타격을 받은 가운데 우리 포도가 생산량을 확보하면서 수출까지 늘린 역전현상에 주목했고, 이를 회귀분석 등을 통해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16일 열린 심사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미림여고 학생들이 칠레와 FTA를 체결한 후 포도 수입량과 국내 생산량을 비교 분석해 빌표하고 있다. 사진 신다흰


미림여고를 포함한 7개 고교 학생들이 16일 서울 내일신문 강당에 모여 'FTA 데이터 기반 통계 및 계량경제학 기초 실습 교실' 발표대회에 참가했다. 이날 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미림여고 연구팀은 "칠레 포도 수입이 증가하면서 국내 포도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오히려 시설포도 생산량이 늘었다"며 "이는 샤인머스캣이라는 고품질 상품을 개발해 수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통계치를 얻었다"고 전했다. 미림여고 연구팀은 이같은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엑셀 기능을 통해 자료를 분석하고 집계했다.

심사를 맡은 안동환 서울대 농생명과학대 교수는 "칠레 포도와 국내 포도는 생산유통되는 시차가 있어 시기별로 어떤 영향이 있는지 분석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며 "FTA 수입개방 이후 국내 농산물의 품질개선과 생산유통시스템 정착 등에 대한 좋은 주제를 발표했다"고 평가했다. 김정주 농림축산식품부 대변인은 "국내 포도생산을 분석하면서 시설 생산을 비교하려는 시도는 참신했다"고 밝혔다.

한대부고 학생이 시장개방에 따른 곡물자급률 변동에 대해 설명해 2위상을 받았다. 사진 신다흰


한대부고 학생들이 발표한 '시장개방도 변화에 따른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 변동'은 2위에 올랐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세계가 식량안보에 열을 올리면서 국가별 주요 농정으로 자리잡은 식량안보 문제를 다뤘다.

학생들은 밀과 보리 수입 이후 자급률이 감소한 데이터를 분석해 연관관계를 찾았다. 정부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밀 생산을 확대하고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한 현재 상황까지 연구과제로 삼아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한대부고 연구팀은 수업을 충실히 따르고 현재 관심이 많은 주제를 정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안 교수는 "곡물자급률 저하는 국가간 협상에 따른 시장개방 효과 때문으로 FTA 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계량분석을 통해 곡물자급률을 조사하고 덧붙여 직불금 문제까지 정책적 제안을 한 것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경민고 학생들이 FTA와 GMO수입량을 비교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신다흰


3위는 'FTA를 통한 유전자 변형 식품의 수입 추세 분석'을 한 경민고 학생들이 차지했다. 경민고 학생들은 FTA 체결 이후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수입이 늘어나면서 식품 안전성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연구를 시작했다. 통계청과 각종 농업기관의 데이터를 취합했고, 언론보도 등을 참고해 FTA 발효 건수와 GMO 수입량을 비교 분석했다. 학생들은 7대 GMO 중 옥수수만 놓고 단일 분석을 진행해 전문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 결과 FTA 체결로 GMO 수입이 증가한 것을 토대로 FTA 체결이 늘어나면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 이 연구과제에 대해 김 대변인은 "GM 옥수수는 전부 사료용이기 때문에 축산업이 확대되고 고기 소비가 증가하면 GM 옥수수 수입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은 간과한 것 같다"며 "FTA 발효 건수와 GMO 수입량을 비교한 것은 참신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하종일 영훈고 교사는 "독립변수로 정한 누적체결은 누적이기 때문에 항상 증가할 수밖에 없는 수치이고, 전체 무역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GMO 수입이 늘어나는 것을 FTA 체결 건수와 확정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놓친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본선에서는 △한-미 FTA 체결 전후 쇠고기 무역 추이(전곡고) △한-중 FTA 양허 제외 품목이 미치는 김치 소비 동향(양평고) △국산 딸기 수출현황으로 살펴본 한국 농업 발전 방향(선덕고) △FTA 체결로 인한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세화고) 등의 연구결과 발표가 이어졌다.

심사기준은 △창의성 30% △논리성 40% △연관성 15% △발표력 15%로 정했다.

발표를 심사한 표희수 내일신문 본부장은 "데이터 처리 및 통계분석을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함께 FTA에 대한 고민의 계기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진행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며 "교역 확대에 따른 농업 부문 종사자들의 피해와 보상 뿐 아니라 포도와 딸기처럼 FTA를 성장의 기회로 만든 사례까지 연구한 것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제작지원
2022년 FTA 분야 교육홍보사업

■ FTA 데이터를 활용한 통계 및 계량경제학 기초 실습 교실 = 도농고 전곡고 양평고 경민고 판곡고 교하고 한빛고 양명고 이현고 세화고 한대부고 선덕고 영훈고 미림여고 배재고 등 15개 학교에서 2022년 11~12월에 진행됐다. 학교별로 1등팀을 선발해 서류 심사를 거쳐 7개팀을 뽑았다. '2022년 FTA 분야 교육홍보사업' 지원으로 이뤄진 이번 수업은 농림축산식품부와 내일신문이 주최하고 서울대 농생명과학대와 한국농업경제학회가 준비했다.

["한-미 FTA 10년으로 본 한국 농업의 미래" 연재기사]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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