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그에 우선매수권, 시장조절기능 부여"

"전세사기 보다 깡통전세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주택세입자를 위한 무료 법률상담을 지원하는 '세입자114' 센터장인 이강훈(사진) 변호사는 지난 11일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세사기는 의도적인 범죄행위로 제한되지만 깡통전세 피해는 집값이 떨어지면서 더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사회·경제적 파장도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깡통전세 피해를 줄이기 위해 허그(HUG,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시장조절기능을 부여하는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장,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 변호사로부터 전세사기와 깡통전세의 현황 및 대책에 대해 들어봤다.

■전세사기나 깡통전세 관련 상담이 확실히 늘었나.

어제도 인천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자와의 상담이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꼭 사기를 당한 게 아니어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문제로 상담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전세사기가 이슈가 되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지만 사실 집값이 전세가보다 하락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전세'가 더 심각한 문제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사회·경제적 파장도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 구제가 어려워 보이는데.

일단 문제가 터지면 해결이 쉽지 않다. 그만큼 예방이 중요하다. 전세사기의 경우 전세가가 매매가와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되지만 세입자는 이 사실을 모르고 계약한다. 피해자 대부분은 부동산 거래를 해본 경험이 없는 신혼부부 등 청년층이다.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범죄행위를 하려는 이들과 게임이 되겠나. 정보 비대칭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대출이나 보증제도의 문제도 되짚어봐야 한다. 허그가 얼마 전까지 공시가격의 150%까지 전세금 반환 보증을 해주었는데 최근엔 140%까지 낮췄지만 여전히 사실상 실거래가 수준이다. 그만큼 대출액수도 증가한다. 보증과 대출을 받을 때는 액수가 많은 게 좋지만 집값이 떨어져 깡통전세가 되면 결국 임차인이나 보증기관의 손실로 귀속된다. 보증기관은 공공기관이므로 국민들도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금융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얘기인가.

깡통전세를 방지하려면 전세보증금을 주택 가격의 일정비율 이하로 제한한다든가, 과도한 전세대출을 금지하는 등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데 정부가 손을 못 대고 있다. 당장 불만이 터져나올텐데 전세대출을 갑자기 줄이자고 할 수 있겠나.

■현실화되고 있는 깡통전세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은 필요하지 않나.

집값이 떨어진다고 전세가율이 높은 주택이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집 주인이 자산여력이 있다거나 주택을 팔아서 해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집주인의 여력이 안되는 전세주택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고 집값이 떨어질수록 위험은 커질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허그에 깡통전세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법은 어떨까. 지금은 깡통전세가 나오면 경매 처분해 자금을 회수하는데 일정 부분 손실이 불가피하다. 허그가 깡통전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운영하다가 몇 년 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됐을 때 재매각하면 당장의 손실을 피할 수 있고 부동산 시장을 조절하는 기능도 할 수 있다. 또 전세사기나 깡통전세 피해자 등 어려운 이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안전판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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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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