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희찬 한대부고 2학년

한대부고 학생들은 관세, 밀가루 총 소비량, 농업 기계화율, 1인당 경지 면적, 인구 변화 등 다양한 요인 중 식량자급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가려내는 것에 집중했다. 한대부고 학생들이 식량자급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찾은 것은 시장개방과 직불금 지급이었다.

30명 참가자 중 유일한 남학생이며 '경제학 덕후'로 친구들 사이에서 소문 난 김희찬(사진) 학생을 만나봤다. 그는 "여학생이 더 많은 남녀공학이지만 성별은 교내 활동에서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다양한 분야에 열정을 가진 친구들이 한데 모여 좋은 시너지 효과를 냈다"며 팀원들에게 우수상 수여의 공을 돌렸다.

같은 팀으로 연구에 참여한 홍서현 학생은 "쌀의 소비량이 줄고 밀의 소비량은 늘고 있으니 곡물과 FTA와의 상관관계를 찾아보자고 생각을 모으게 됐다"며 주제 선정의 배경을 밝혔다.

지도를 맡은 윤윤구 한대부고 교사는 "학생들은 유엔식량농업기구와 국가통계포털의 수치들을 이용해 곡물 자급률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가려냈다"며 "미미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골라 배제하고 영향이 큰 요인들을 수학적으로 접근해 찾았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이번 과제에서 경제학적으로 배운 점은

경제학을 비롯한 사회과학에서는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ceteris paribus)'이라는 가정을 사용할 때가 있다. 중점적으로 보고자 하는 요인을 위해 나머지 요인들을 동일하다고 상정하는 것인데, 이 때문에 경제학 도서에서 제시하는 이론과 현실 간에 괴리를 가끔 느끼곤 했다. 이번 과제를 통해 현실에서 산출된 데이터로 현상을 분석하는 실증 분석을 수행하면서 이론과의 괴리를 줄여나갈 수 있어 즐거웠다.

■계량경제학은 'FTA 데이터 교실'에서 처음 실습해봤나.

프로그램을 활용해 경제학 이론을 분석해본 것은 처음이다. 수업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기초통계학과 계량경제학 서적을 찾아봤다. 통계적으로 더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방안을 찾아 대회를 준비했다.

■연구는 어떻게 진행했나.

국내 밀가루 소비량이 늘어난 것이 밀 자급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했다. 국가통계포털 자료를 회귀분석 해봤더니 통계적으로 둘 간의 상관관계는 유의미하지 않다고 도출됐다.

처음부터 맞지 않는 것으로 예상하고 세우는 귀무가설 검증 과정을 거쳐 밀가루 총소비량, 농업 기계화율, 1인당 경지 면적 등 유의하지 않은 변수들은 제거하거나 분석을 종료했다.

밀은 시장 개방이 1% 증가 시 자급률이 0.29% 감소한다는 추정이 나왔다. 콩은 1% 개방할 때 자급률이 0.14% 떨어지는 것으로 나와서 시장 개방과 자급률은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했다. 직불금은 시행 전후로 나눠 통계분석 효율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더미 변수로 변환했더니 직불금 시행 후 자급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와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FTA 데이터 교실에서 배운 것은

FTA는 1학년 통합사회 과목과 2학년 경제 과목에서 배웠지만 산출된 데이터를 직접 다뤄본 것은 처음이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농산물 가격의 급등이 전반적인 물가까지 밀어올리는 애그플레이션에 대해서 최근 강하게 체감하고 있지만 뉴스가 뜸해지면 관심도 덜해진다.

식량은 기본 생활의 밑바탕이라는 점에서 다른 공산품과 차이가 있다. 이슈가 발생하고 뉴스가 나올 때만 관심을 가지면 지속적으로 식량 안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나 역시 반짝 관심을 가졌다가 잊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려 한다.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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